윤영만 한경대학교 식물자원조경학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온실가스 배출량 줄이기 위해
반도체 공장규모 줄이지 않아

사육마릿수 감축논의
축산경제 악영향 미칠 것

윤영만 한경대학교 식물자원조경학부 교수
윤영만 한경대학교 식물자원조경학부 교수

정부는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2021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national Panel Climate Change, IPCC)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온도 상승 시점이 이전 분석보다 10년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예측되면서 지구의 기후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큰 영향을 줬다.

특히 유럽연합(EU)에서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의 제품을 수입할 때, 수입품에 탄소배출 비용을 포함하도록 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계획 발표로 기후변화가 국가의 수출입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

2050 탄소중립이란, 경제·사회 부문별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50년까지 ‘0’으로 만드는 것이다. 농축수산업 분야 탄소중립 목표는 식량안보 유지와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생산이라는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해 2018년 2470만 톤 대비 약 37.7% 감소한 1540만 톤으로 전망했으며, 1540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은 산림, 농지, 초지 등의 흡수원을 이용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2050 탄소중립 달성목표는 농축산업뿐만이 아니라 경제·사회 분야별로 매우 도전적인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지구적, 국가적 정책에 우리 농축산업도 새로운 도전으로 발전과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그런데 사회 일각에서는 농축산업 분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 가축의 사육마릿수를 감축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사육마릿수 감축을 통해 가축의 장내 발효와 가축분뇨 처리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의견이다. 이러한 의견에는 동물복지 문제, 곡물사료의 자급문제, 악취와 환경문제 등 다양한 논리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뿐만이 아니라 유해 폐기물 배출 등으로 이미 전통적인 환경 오염 산업으로 손꼽히던 자동차 산업을 추월했다. 최근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830만 톤으로 2019년 1600만 톤에 비해 약 230만 톤이 증가했다.

반도체 산업은 제조공정에서 워낙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어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공정이다. 또한 반도체 제조에 소모되는 많은 원자재의 가공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비용도 심각하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이하면서 반도체 산업 또한 도전적인 숙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반도체 산업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반도체 공장 규모를 줄이자고 한다면 동의를 하겠는가?

반도체 공장은 생산기반이고 반도체는 생산기반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이기 때문에 공장의 축소는 반도체 생산감소를 의미한다. 이는 국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동의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 공정을 개선하고 효율화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농축산업을 보자. 경종의 생산기반은 농경지이고, 축산의 생산기반은 사육마릿수이다. 즉 우리가 소비하는 고기 제품은 생산기반에서 생산되는 제품인 것이다.

따라서 사육마릿수의 감축은 고기 제품의 감소를 의미하고, 축산업의 생산성 감소를 피할 수 없다. 특히 2019년 축산업 생산액이 19조8000억 원으로 농업 총생산액 49조7000억 원의 약 40%를 차지하는 점에 비춰 볼 때, 사육마릿수 감축은 온실가스 감축의 해결책은 될 수 있어도 축산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또한 축산업의 생산기반은 스미트팜 기술 등을 활용한 가축사육방식 개선, 가축분뇨 적정 처리, 에너지화, 가축분뇨 바이오차 전환을 통한 흡수원 강화 등 다양한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적 대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진정 반도체 공장과 반도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인가 의문만이 남는다. 어찌 보면 탄소중립보다도 축산에 대한 몰이해 해결이 선결 과제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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