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고갈로 유류비 증가…마늘, 양파 등 농작물 작황도 부진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지난해에 이어 최근까지 이어진 가뭄으로 농작물 작황에 문제가 발생했다. 사진은 2017년 장성호에 이뤄진 한국농어촌공사 통수식의 모습.
지난해에 이어 최근까지 이어진 가뭄으로 농작물 작황에 문제가 발생했다. 사진은 2017년 장성호에 이뤄진 한국농어촌공사 통수식의 모습.

지난해 겨울에 이어 최근까지 이어진 가뭄으로 마늘, 양파 등의 작황이 저조한 가운데 하우스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들의 경우 지하수 고갈 등의 문제로 유류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겨울(지난해 12월~지난 2월) 전국 강수량은 평년 대비 14.7% 수준인 13.3mm로 1973년 이후 가장 적었다.

겨울철 동안 전국 평균 일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지난 2월 26일의 강수량은 1.2mm 불과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은 234.6mm, 평년의 68.1%로 지역적 강수량 편차로 인해 전남, 경남, 강원 영동 지역을 중심으로 기상가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강수량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중부지역으로 기상가뭄이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아 지속된 가뭄으로 인한 영농활동 문제를 짚어보고 이와 관련된 대책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지하수 고갈 문제 대두

가을·겨울철에 정식하는 토마토, 오이, 수박 등의 과채류는 주로 하우스에서 재배되는데 유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막 농법이 필수다.

농가에서는 하우스 내 온도를 높이고자 지하수를 이용해 하우스 지붕사이에 수막을 만든다. 물줄기가 강해야 하우스 내 온도가 상승하는데 지난해의 경우 지하수 부족으로 수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유류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양구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권만규 농업인은 “지난 겨울 내린 눈이 평년의 20%에 불과하고 지난해 가을부터 최근까지 내린 비의 양도 턱없이 부족해 지하수 고갈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관정을 더 깊이 여러 개를 파지만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부족해 생산비가 증가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권 농업인은 “화천, 춘천 등 인근 지역의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상황이 비슷하며 수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온풍기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유류비 부담이 평년보다 30%가량 증가했다”며 “한정된 지하수를 서로 이용하기 위해 관정을 더 많이 더 깊이 파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은 충북 지역도 마찬가지다.

충북 음성에서 과일·과채류를 재배하는 권혁헌 농업인은 “이상기후로 대부분의 농작물 수확 시기가 비슷해 홍수 출하를 피하고자 농작물을 평년보다 빨리 정식하는 농가가 늘었는데 지난해 가을부터 강수량 부족으로 지하수 이용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최근 몇 년부터 불거진 지하수 문제가 최근 평년 대비 턱없이 부족한 강수량으로 인해 극에 달했다”고 밝혔다.

# 농작물 작황 적신호

지난달과 최근 몇 차례 비가 내렸음에도 마늘, 양파, 시설봄당근 등의 작황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산 마늘·양파 작황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이어진 가뭄으로 부진하다. 최근 강우로 일부 회복은 됐으나 여전히 지난해보다 좋지 않다.

노호영 농경연 양념채소관측팀장은 “마늘·양파 3차 실측조사 결과 초장과 엽수, 엽초경, 엽초장 모두 지난해보다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양파는 조생종 일부 작황이 회복됐지만 중만생종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 팀장은 “최근 포전에서 마늘을 뽑아봤는데 구도 형성되지 않았다”며 “현재와 비슷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해 마늘 가격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출하되는 시설봄당근의 경우 지난 2월과 지난달 저온·가뭄으로 인해 일부 생육이 지연됐다. 봄당근의 단수는 10a당 3189kg으로 지난해보다 2.1% 감소할 전망이다.

# 봄 가뭄 대비 지하수 응급 지원 마련

농업용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는 ‘KRC 지하수지질 기술지원단’을 확대개편하고 전국 165개 시·군, 농어업인을 대상으로 지하수·지질 분야 응급재해에 대비한 긴급 지하수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하수 분야는 긴급 지하수개발·가뭄지원, 지하수시설물 점검 등을 지원한다.

농어촌공사는 상습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강원 속초의 경우 주 취수원인 쌍천의 길이가 짧고 경사가 급해 오래 물을 저장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제1지하댐에 이어 지난해 제2지하댐을 설치해 하루 1만2000톤 이상의 용수를 추가로 공급한 바 있다.

농어촌공사는 긴급 지하수개발과 위치선정 등의 지원과 더불어 지자체에서 관리 중인 암반관정 등의 지하수 시설물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인 취수원 안정화를 위해 충남 서부권 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하수 댐 후보지 선정과 사업화도 지원할 예정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기록적인 겨울 가뭄으로 전국 지자체에서 용수 부족을 우려해 암반관정 등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관련 기술을 지원해 농어업인의 지하수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마늘, 양파 등 노지 월동작물의 생육 부진이 우려되는 13개 시·군을 통해 용수공급을 추진했다. 

지난 2월 11일에는 전남, 경남, 경북에 가뭄대비용수개발사업 예산을 각각 5억 원씩 선제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달 3일까지 13개 시·군에서 농가가 급수 지원을 요청한 면적 2607ha 중 경남 창녕, 경북 의성, 전남 해남 등 1965ha에 용수를 우선 공급했다.

이재천 농식품부 농업기반과장은 “시·군에서 강수 부족이 지속될 것에 대비해 급수차 지원, 물빽 설치, 관정 개발 등 급수대책 추가 수요를 파악 중”이라며 “농업용수 공급에 어려움이 있는 농가에서는 해당 시·군에 적극적으로 급수 지원을 요청해달라”고 말했다.

# [Interview] 김규전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이사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본부는 저수지 3000여 개소 등 1만4000여 개의 시설을 통해 47만ha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농업인들의 물 부족 없는 영농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규전 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이사는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을 위한 수자원관리본부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김 이사는 “농업용수는 국가 수자원 총 이용량 중 가장 높은 비중인 6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저수지를 통한 공급량은 31억㎥로 총 이용량의 20%를 공급하는 주요 공급원”이라며 “적기 적량의 농작물 생육 용수공급을 위해 상당량의 수자원을 저수지 연중 담수를 통해 관리하고 있지만 시설노후, 저수량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 중 내구연한이 70년 이상 초과한 저수지는 1528개소로 48%를 차지하며 오는 2030년에는 6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농어촌공사는 저수지 재구축을 통해 노후화된 저수지의 기능을 회복하고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농업용수 여유 보유량 확충으로 가뭄에 대한 대응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농식품부와의 협력을 통해 연구, 조사, 법제도, 사업화 등 4개 분야에 걸쳐 81개 세부 이행과제들을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담는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며 “관행적이고 경험적인 농업용수 관리에서 향후 10년 동안 과학화·효율화된 물관리 시스템 고도화를 이루고 홍수·가뭄 등 자연재해 대비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최근 통합물관리 과정에 농업용 저수지의 여유 수량 타용도 전환 요구, 하구 생태계 관련 하굿둑 개방 검토, 외부의 농업용수 이용료 부과 여론 등 농업용수를 둘러싼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며 “올해 새로 구성되는 제2기 국가유역물관리위원회에는 농업 분야의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도록 농업인들을 참여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속한 재해대응능력 향상과 물관리의 과학화, 농업용수의 합리적 배분·절감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농업용수관리자동화사업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김 이사는 “농업용수관리자동화사업은 2001년부터 실시해 93개 지사에 자동화시스템 보급을 목표로 시행했으나 사업장기화에 따른 시스템 노후화 우려와 전국단위 표준화의 필요성 대두로 광역단위 27지구로 재편하고 2025년까지 완료할 것”이라며 “저수량 10만㎥ 이상 저수지 1687개, 수혜면적 30ha 이상인 양수장 1215개와 배수장 전체 979개, 용배수로 5504개 주요 분기점(방수문, 제수문) 등에 9385개의 원격계측-제어-감시장비를 설치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적기, 적량의 농업용수 정보에 대한 취득, 관리, 계획 체계 구축과 물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수자원 정보의 데이터를 공유하고자 수자원관리 과학적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며 “용배수로 463㎞에 대해 구조물화도 추진해 농업인이 안정적인 영농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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