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2030년까지 농산물 수요 1.5배 증가

-토지 황폐화·수자원 고갈 현실로

-수자원과 농지 공급 확대 과제

-애그테크·탄소 중립 적극 대응을

곡물자급률이 20% 남짓으로 세계 최저수준에 있는 우리 농업이 대외요인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새삼 강조할 나위가 없는 일이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세계 유수 곡물산지의 피해, 코로나19의 여파에 따른 원유와 주요 원자재 공급망의 혼란과 외국인 농업노동력 유입의 차단,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우리 농업은 또 한 차례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 세계 저명 컨설팅기관인 맥킨지글로벌연구소가 내놓은 미래 먹거리 및 농업의 메가트렌드 분석은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맥킨지 일본지사는 거시경제의 변화, 획기적 기술혁신, 정책·규제의 변화, 식습관·식생활의 변화, 농약·비료·종자 등 농자재산업의 변화, 소비자 요구의 변화, 대체제·대체기법의 진화, 신규참가주체의 역할 등 8가지 주제에 관한 심층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서는 그중 중요한 몇가지에 대해 음미해보고자 한다.
 

먼저 기본적인 거시경제 변화로 세계인구 증가와 중간소득층의 확대에 따라 2010~2030년 간에 농산물 수요가 약 1.5배로 증가할 것이며 밀·콩 등 주요 작물의 무역구조가 주요 수출국 간의 경쟁력 변화로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홍수, 산불, 가뭄 등 기후리스크가 농업에 미칠 영향이 다양한 형태로 심화되는데 반해 세계적으로 이용가능한 농지면적은 한정되고 농지침식과 사막화 등 토지 황폐화가 진행돼 2030년에는 4800만ha의 경지부족이 전망되며 수자원 수요예측에 따르면 2030년에는 1조5000억㎥의 물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요컨대 우리 앞에는 토지 황폐화와 수자원 고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어 식량생산에 필요한 수자원과 농지의 공급확대와 획기적인 기술개발, 환경보전형 농업 등 벅찬 과제들이 가로놓여있는 것이다.
 

한편 기술혁신의 영역에서는 종래 농업의 연장선에서 일어나는 기술진보를 넘어 농업 형태나 작업내용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애그테크(Agtech)가 등장하고 있다. 하우스 안의 온도나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 재배상황을 모니터링해 작물별 최적환경을 제공해주는 자동환경제어와 함께 드론과 로봇을 활용한 농장 모니터링이나 시비·농약살포 등 농작업의 자동화도 진전되고 있다. 유전공학 분야에서는 유전자조작을 넘어 게놈편집기술(Genome editing)을 도입한 성과로 토마토, 바나나, 커피 등에서 몇가지 새로운 품종이 실용화단계에 근접해 있다. 경작의 새로운 움직임으로 하우스재배에서 토양 대신 필름을 이용하는 ‘필름농법’으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세균 등의 오염을 방지하고 당도 높은 토마토를 재배하는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어 종래 농법과는 달리 지면과 완전 격리되고 물과 비료의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앞으로 재배환경에 관련된 제반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크게 기대되고 있다.
 

정책·규제 영역에서는 미국·중국 등 농업대국의 정책변화와 글로벌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는 탄소중립화에 대한 대응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온실가스배출 저감을 위해서는 생산자측의 노력뿐 아니라 식품낭비의 억제를 위한 유통·가공·저장·소비 등 여러 단계의 공동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매우 간단한 검토를 통해 보더라도 글로벌 푸드시스템에 깊숙이 편입돼 있는 우리 농업과 식생활문제 개선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각을 국내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세계 농업의 다양한 흐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한계와 잠재력 등 양면을 아우르는 정책발전과 기술혁신을 위한 장단기 대책을 마련함에 있어서는 민관을 망라한 각 분야의 폭넓은 지혜를 모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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