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수협사료가 시장점유율의 급격한 하락에도 공장신설·이전을 준비하고 있어 경영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양어사료 수요확대에 대응하고자 새로운 양어사료 전문 생산시설 사업 대상지로 경남 하동군을 선정했다고 지난 1일 밝힌 바 있다. 이번 공모사업은 지난 2월 9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전국 시·도를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 경남 하동군만 응모하면서 하동군이 사업자로 최종선정됐다. 이에 따라 하동군은 올해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총 251억 원을 투입해 양어사료 전문 생산시설을 건립하게 되며 수협사료는 이 사업을 통해 공장을 신설하게 된다.

문제는 수협사료의 영업상황이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수협사료의 배합사료 생산량은 2017년 1만6373톤에서 2019년 2만2844톤까지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1만4387톤까지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양어용배합사료 생산량은 14만8201톤에서 18만3956톤으로 늘었다. 수협사료의 시장점유율은 2017년 11.04%에서 2019년 13.98%까지 높아졌다가 지난해 7.82%로 2년만에 6%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이마저도 임가공물량 400여톤과 하동군 지역에 배합사료 1kg당 2400원의 어업인 장려금을 적용해 늘어난 생산물량 1500톤을 포함한 것으로 이 물량까지 빠질 경우 시장점유율은 더 크게 하락하게 된다.

수협사료의 매출 역시 급감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2020년 수협사료의 매출은 322억8700만 원에서 지난해 265억6900만 원으로 57억1700만 원이 감소했다.

더욱 큰 문제는 영업기반이다. 수협사료는 기존에 7명의 영업사원을 두고 각 지역의 사료대리점과 수협, 어업인 등에 영업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2020년 무렵 영업사원이 이탈하면서 영업사원이 4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영업을 확대하기에도 기반이 부족한 셈이다.

이처럼 영업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공장을 신설·이전할 경우 수협사료의 경영악화는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수부의 양어사료 전문생산시설 지원사업은 국비 30%, 지자체 20%, 자부담 50%로 구성된다. 251억 원의 사업비 중 125억5000만 원은 수협사료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지구입비 80억 원을 감안하면 205억 원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205억 원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가닥도 잡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수협사료의 지배구조는 수협중앙회가 70%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고 서남해수어류양식수협, 제주어류양식수협, 민물장어양식수협 등 3개 수협이 30%를 보유한 형태로 이뤄져 있다. 출자금 증대를 최소화하고 자금 차입을 늘릴 경우 수협사료의 이자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정책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당초 수협사료가 공장의 신설·이전을 검토할 당시에는 배합사료 의무화가 2022년으로 예정돼 있었다. 수협사료는 이에 맞춰 배합사료 성형기를 기존 2기에서 3기로 증설, 공급량을 늘릴 계획이었으나 예산이 삭감되면서 성형기 2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더불어 배합사료 의무화는 2024년 시행도 불투명한 상황인데다 해수부가 배합사료를 의무화하는 것보다는 사용장려로 기조를 전환했다. 즉 영업을 둘러싼 정책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양어사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서는 투자에 앞서 판매물량을 극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장의 가동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경영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하지만 수협사료는 최근 2년간 시장점유율과 생산량이 급락한 상황인터라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경우 경영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협사료가 지난해 하동군수협에 배합사료를 할인판매하면서 매출을 늘렸고 새로운 공장의 위치가 경남 하동군이라는 점을 봤을 때 숭어사료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숭어사료는 이미 100% 배합사료를 사용하고 있는 데다 어업인들이 밀식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숭어사료의 판매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합사료 의무화는 기존에 생사료를 이용하던 광어 등에서 신규수요가 발생하게 되는 것인데 이들에 대한 영업전략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경영이 악화되면 결국 사료의 품질을 떨어뜨려 생산량만 맞추게 되는데 이는 양어용 배합사료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정우 수협중앙회 경영지원팀장은 “수협사료의 영업확대를 위해 지난해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이 양식관련 수협 조합장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수협사료 판매 확대를 독려해 왔다”며 “올해에는 양식관련 수협 실무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수협사료의 판매량 증대에 나서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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