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희 농촌진흥청 기술보급과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우리나라 속담에 ‘작은 고추가 더 맵다’라는 말이 있다. ‘몸집이 작은 사람이 큰 사람보다 재주가 뛰어나고 야무지다’라는 뜻이다. 이 속담처럼 비슷한 의미로 국토 면적과 인구는 작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강한 나라를 ‘강소국’이라고 부른다. 스위스·네덜란드·싱가포르 등이 강소국으로 불리는데 나라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국민소득을 자랑한다.
 

‘강소기업’도 있다. 규모는 작지만, 특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중소기업을 말한다. 강소기업 중에는 세계 1등을 차지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매우 많다. 
 

강소국·강소기업처럼 농업 분야에는 ‘강소농’이 있다. ‘작지만 강한 농업경영체’를 의미한다. 끊임없는 열정과 역량 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중소 규모 가족농 중심의 농업경영체가 강소농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농가 수는 103만5000호이며, 호당 경지면적은 1.51ha이다. 특히 2ha 미만의 중소농이 전체 농가의 88.4%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구조는 작은 면적에서 다양한 작목을 재배하는 형태로 농업의 규모화 측면에서 미국 등 농업강국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농산물 수입개방 확대, 지구온난화에 따른 잦은 기상이변, 농가인구 감소와 농촌 고령화 등은 우리 농업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우리 농업의 위기를 헤쳐나갈 돌파구 중의 하나가 바로 강소농 육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영농 규모로도 돈 버는 농업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강소농 육성의 핵심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011년부터 강소농을 육성해왔다. 이를 위해 해마다 중소 규모 가족농 중심의 농업경영체를 선발해 다양한 맞춤형 교육과 컨설팅을 하고 있다.
 

강소농 육성 지원사업은 스마트팜 등 최신 농업기술 도입부터 디지털 활용과 온라인 마케팅 등 경영역량 강화,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 등까지 농업환경과 소비트렌드 변화에 맞춰 경쟁력 있는 농업경영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실제 지원사업 참여 전후 농업경영체의 경영역량과 농가소득을 비교해 보면 그 성과를 엿볼 수 있다. 2019~2021년까지 최근 3년간 조사결과, 지원사업에 참여한 농업경영체의 경영역량은 평균 23%가량 향상됐다. 농가소득도 평균 10.3% 정도 늘어났다. 
 

특히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농업경영체로 성장한 강소농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높은 기술력, 톡톡 튀는 마케팅 등을 바탕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며 농업·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농진청에서 지난해까지 육성한 전국의 강소농 수는 8만7000여 농가에 이른다. 2011년 1만5000여 농가에서 시작해 지난 10년 사이 5.8배가량 늘어났다. 올해도 전국에서 2500여 농가가 강소농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원사업에 도전하여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 농업의 위기를 헤쳐나갈 돌파구이자 농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디딤돌로 강소농 육성은 계속될 예정이다. 
 

‘작은 고추가 더 맵다’라는 속담처럼 앞으로 수많은 강소농들이 규모의 한계를 넘어 우리 농업의 매운맛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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