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계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귀어인 정착 지원했더니 청장년층 유입 꾸준
귀어 희망하는 사람에게 길잡이가 되는 것이 어촌계의 역할

청호어촌계는 어촌계 차원에서 귀어인의 어촌 정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청장년층의 어촌계 유입이 늘고 있다. 사진은 청호어촌계 사무실에서 바라본 어항의 전경.
청호어촌계는 어촌계 차원에서 귀어인의 어촌 정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청장년층의 어촌계 유입이 늘고 있다. 사진은 청호어촌계 사무실에서 바라본 어항의 전경.

 

어촌계는 입지에 따라 계원들의 결속력과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가 큰 차이를 보인다. 강원 속초시에 위치한 청호어촌계는 항만구역 내에 위치한 어촌계로 어촌뉴딜300사업 등 지원사업에서는 배제되는 경우가 많지만 어촌계원들의 꾸준한 노력을 통해 소멸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귀어인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계원들이 중심이 돼 귀어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면서 청장년 어촌계원이 늘고 있다.

(4) 강원 속초시 청호어촌계

# 찾아가는 귀어지원에 청장년이 늘어난다

청호어촌계는 어촌계원들이 귀어인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오히려 귀어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면서 청장년층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청호어촌계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 기준 어촌계원은 110명으로 60세 이상이 60.8%를 차지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50대 계원이 42명(26.6%), 40대 10명(6.3%), 30대 7명(5.3%), 30대 이하 3명(1.9%) 등 다양한 연령층이 청호어촌계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는 청장년층의 어촌계 가입이 늘었음을 보여준다. 청호동에 인접한 4개 어촌계 전체의 40대 계원 68명 중 42명이 청호어촌계원이고 40대 18명 중 10명, 30대 18명 중 7명, 30대 이하 3명 중 3명이 전부 청호어촌계원으로 속초 관내 어촌계원 중 청장년의 비율이 가장 높다.

청호어촌계가 이처럼 청장년의 비율이 높은 것은 어촌계 차원의 귀어인 지원 덕분이다. 청호어촌계는 현 상태가 이어진다면 어촌계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는데 공감대를 형성, 귀어인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귀어인들이 청호어촌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귀어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상담을 해주는 동시에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달까지 승선체험도 시켜준다. 여기에 더해 어선을 구입하는 방법과 어촌계 가입에 이르는 모든 절차들을 안내하고 마을에 행사 등이 있을 경우 귀어인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독려하고 있다. 어촌계 가입요건도 청호동과 조양동 내에만 거주하면되고 50만 원의 가입비를 내면 계원이 될 수 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2020년에 1명이 귀어창업자금을 받은데 이어 지난해에는 3명이 창업자금을 받고 2명은 주택자금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귀어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5명이었으며 올해에는 7명이 귀어를 준비하고 있다.

권은정 청호어촌계 사무국장은 “강원도내 어촌계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어촌계원이 1000명 가량 감소하는 등 어촌계의 위축이 심각하다”며 “청호어촌계에서는 어촌계의 소멸을 막기 위해 어촌계가 나서서 귀어하는 과정을 가이드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귀어인의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해녀’ 콘텐츠로 마을 사업 추진

청호어촌계는 최근 속초 해녀를 콘텐츠로 한 어촌체험마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녀 콘텐츠는 독특한 어업문화이고 역사성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주해녀만을 떠올리고 있으며 속초에 해녀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청호어촌계에서는 이에 착안해 해녀를 콘텐츠로 한 ‘해녀빌리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2019~2020년 연평균 속초를 찾은 관광객은 2113만4520명으로 강릉 3176만7020명에 비해 크게 적다. 또한 관광객의 평균체류시간도 209분으로 짧은 편이다. 이에 청호어촌계는 꾸준한 준비를 통해 해녀빌리지를 조성, 해녀체험과 해녀스테이, 식당, 온라인 어업인 직거래시설, 족욕카페 등 체험과 판매를 병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청호어촌계가 체험마을을 추진하는 것은 어선어업 중심인 동해안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동해안은 어촌계원들이 대부분 어선어업인으로 개개인의 수익에 의존하기에 어촌계가 마을어장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어촌체험마을 사업을 통해 어촌계가 수익을 창출하면서 어촌계원들의 안정적인 어업활동을 지원한다는 것이 청호어촌계의 계획이다.

[인터뷰] 권은정 청호어촌계 사무국장

“최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지방소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촌 역시 소멸위기가 매우 심각하지만 막상 어촌에서는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촌의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면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피해가 발생하고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권은정 청호어촌계 사무장은 어촌소멸 대응에 앞서 어촌의 인구감소가 어촌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행정관청에서는 어촌소멸 우려가 심각하다며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지만 막상 지역주민들이 어촌소멸의 문제점 등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변화도 가져올 수 없다”며 “어촌이 처한 문제점에 대해 계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촌계의 문호만 개방하면 그 과정에서 귀어인과 기존 계원간 충돌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권 사무장은 귀어인들은 어촌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인만큼 어촌계가 귀어인의 정착을 지원하는데 적극 나서야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귀어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귀어·귀촌은 앞이 안보이는 복잡한 미로 같습니다. 여기서 어촌계의 역할은 불을 밝혀주고 길을 열어주는 길잡이가 되는 것입니다. 정부의 정책이 단순히 지역에 지원사업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귀어인이 늘어날수록 기존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체감시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귀어인들은 모두 마을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인 만큼 정부에서 투자자의 투자의향에 호응을 해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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