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국가고유배출계수 개발 추진… 퇴비의 바이오차 전환 도모

[농수축산신문=송형근 기자]

2030년까지 생산 인프라 구축·제도 정비
품질향상·이용처 확대 등 중장기 계획 수립

환경문제 극복… 축산업 지속가능성 확보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앞장

정부는 지난해 10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2030년 농축산분야 온실가스 감축목표 또한 약 22.6% 상향됐는데, 이 중 축산부문만 놓고 본다면 농축산분야 전체 감축목표의 56.1% 가량 된다.

축산물 생산과정에서 생물학적 요인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일시적으로 대폭 감축하거나, 완전히 감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노력과 정부의 의지에 따라 축산분야 온실가스 감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다양한 수단과 기술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축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 바이오차의 특성

바이오차는 메탄과 탄소, 아산화질소의 배출량을 줄여줘 환경개선에 많은 도움이 되는 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농경지에 왕겨를 원료로 생산한 바이오차 1톤을 살포했을 때 약 1.44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또한 화학비료로 산성화된 토양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보통 토양이 산성화되면 양분은 줄어들고 독성 물질의 농도는 증가하면서 작물의 생장에 악영향을 준다.

이동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 농업연구사는 바이오차는 토양의 산성화를 방지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토양 개량 효과만 놓고 본다면 석회보다 30% 이상 높은 개선 효과를 나타낸다바이오차는 토양 속 영양분을 흡착해 작물이 쉽게 양분을 흡수하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미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 정부의 움직임은

농림축산식품부는 2030년까지 생산 인프라 구축, 제도 정비, 품질향상과 이용처 확대 등을 위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위탁시설형, 마을형, 농가형 등으로 규모별 바이오차 생산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와 협의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지난달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2022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시범사업공모에 최종 선정돼 국비 46억 원을 확보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전북도는 가축분뇨 퇴·액비화에서 벗어나 바이오차, 고체연료 등 신재생에너지화를 통해 새로운 가축분뇨 처리 형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익산군산축협과 함께 추진하는 해당 사업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익산군산축협 경축순환자원화센터 인근 13314부지에 가축분뇨 에너지화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92억 원으로 국비 50%, 지방비 20%, 융자 20%, 자부담 10%의 비율로 소요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는 내년부터 기존 자원화 시설에 바이오차 시설 설치를 유도하기 위해 개보수 지원, 유통촉진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증개축 사업자를 선정하고 퇴·액비 살포비를 유통촉진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경석 농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장은 전국 최초로 추진되는 이번 사업을 통해 그간 퇴비화 중심으로 처리해오던 가축분뇨를 고체연료나 바이오차, 바이오가스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으로 전환해 처리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바이오차 이용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현재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함께 목질계 바이오차를 기초로 가축분에 특화된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가축분뇨의 국가고유배출계수 개발을 추진하며 퇴비의 바이오차 전환을 도모할 계획이다.

또한 관련 산업계 이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소비처를 확보하기 위해 가축분 바이오차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분석하고 농업용 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산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더불어 타 산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시제품 개발, 제품 활용 등도 함께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정 과장은 현재 바이오차 육성, 지원을 위해 관련 법령과 제·개정을 위한 법령 정비 검토도 활발히 하고 있으며 바이오차의 품질 관리, 인식도 제고를 위해 인증제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국내에서 처음으로 추진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생산기반 조성, 이용기반 확대, 인프라 구축 등 3대 중점과제를 성실히 수행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북도의 공동자원화시설 건립 외에도 현재 영덕울진축협, 경북 의성군 관내 가금농가에서도 바이오차 생산설비 설치를 위한 움직임에 한창이다.

 

# 바이오차 생산, 범정부 협업 과제 선정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9일 정부 기관 간 혹은 정부와 민간 기업 간 협업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범정부 협업 과제’ 5건을 선정했다.

선정된 과제는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차 생산 교통약자를 위한 휠내비길 개발·운영 코로나19 대응 허브(HUB) 시스템 구축 스마트 보안카메라(CCTV)를 연계한 통합관제 플랫폼 구축 소비자24 제품 인증정보 개선이다.

정부는 186개 기관에서 제출한 480개 과제 중 전문가 심사를 거쳐 5개 과제를 뽑았으며, 이들 과제에 대해서는 인력과 예산이 지원된다.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차 생산 과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환경부, 농촌진흥청, 축산환경관리원,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농협중앙회와 협업해 추진한다.

토양개량제나 고형연료, 축사깔집 등으로 공급해 온실가스 감축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민관 협력을 통해 축산업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 환경문제 극복 최우선

이처럼 정부가 가축분뇨 처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바로 환경문제 극복을 통한 축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서다.

국민의 축산물 소비 증가에 따른 가축 사육마릿수가 증가로 가축분뇨 발생량은 20104653만 톤에서 20195184만 톤, 20205194만 톤(추정치)으로 꾸준히 늘어왔다.

2012년부터 가축분뇨 해양투기가 금지된 이후 가축분뇨 처리시설이 확충되면서 퇴·액비화 물량은 지속해서 증가했지만, 최근 농경지 양분 과잉과 수질 오염의 주원인으로 가축분뇨가 지적되고 있다.

환경부 환경통계포털에 따르면 전체 악취 민원 수는 201515573건에서 20194854건으로 증가했으며, 이 중 축산악취 민원은 20154323건에서 201912631건으로 약 2.92배 증가했다.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 따르면 2018년 농축산업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2119만 톤CO2eq로 우리나라 총배출량의 약 2.9%에 불과했다. 이 중 축산분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941만 톤 CO2eq로 총배출량의 약 1.3%에 불과하지만 농축산업분야 내에서는 44.3%를 차지하면서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지적돼 왔다.

이경용 당진낙농축협 조합장은 가축 사육마릿수 증가에 따른 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가축 사육방식 개선이든 분뇨처리 방식의 다양화든 어떻게 해서든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환경문제 극복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친환경 축산 구현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지상좌담] 가축분 바이오차 상용화경제성 확보 관건
-정경석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장

정경석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장
정경석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장

환경오염 저감과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가축분뇨 퇴·액비 감축이 절실한 상황에서 올해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축분 바이오차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아직 국내에서 가축분 바이오차에 대한 생산과 활용에 관한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가축분 바이오차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우선 생산 인프라 조성을 위한 시범사업 추진과 더불어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우려를 논의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어서 중장기적으로 가축분 바이오차의 체계적 육성과 관리에 필요한 제도를 정비해야 하며 현장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바이오차 제조공정을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가축분 바이오차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경제성 확보는 투입에 들어가는 비용과 판매 등에 따른 이익이 적절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여기에 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초기 생산설비 설치에 필요한 재정부담의 완화와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인 난관 해결, 안정적인 품질과 소비처 확보도 필요하다.

또한 바이오차의 탄소 감축 효과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사업자의 손실 우려에 대해 일정부분 보완해 줄 필요가 있다.

앞서 밝혔듯이 가축분 바이오차는 이제까지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던 가축분 처리 방식이기 때문에 우선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내에 가축분뇨로 바이오차를 만들 수 있도록 명시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퇴비나 액비, 고체연료 이외에는 규정하고 있지 않아 국내 연구기관이나 민간 업체도 하수슬러지의 바이오차 전환 등에 국한돼 있는 상황이다.

또한 가축분 바이오차가 상토, 토양개량제, 비료 등의 원료물질로 소비처를 확보하기 위해 비료관리법의 비료공정규격 등록이 필요하다.

지난달 29일 정부가 밝힌 정부 기관간 혹은 정부와 민간 기업 협업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범정부 협업 과제안에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차 생산 과제를 포함됐다.

186개 기관에서 제출한 480개 과제 중 전문가 심사를 거쳐 5개 과제를 뽑았는데 가축분 바이오차 생산 과제가 선정된 것은 정부의 탄소중립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 지상좌담] 토양 이용성 평가·탄소격리 효과 규명 과제
-이동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 농업연구사

이동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 농업연구사

바이오차란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을 의미하는 차(Char)의 합성어로 숯을 만드는 공정과 유사하게 공기가 희박한 조건에서 350~600도 가량의 열을 활용해 탄화(Carbonization)시킨 후 남은 고체상의 물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바이오차와 관련해서는 토양개량제, 오염물질 흡착제나 촉매제 합성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기후변화 2019 가이드라인(IPCC 2019 GL)에서 바이오차의 탄소 저장 능력에 대한 산정 방안이 제시되면서 바이오차는 탄소중립의 구체적 대응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열분해 조건에 따라 약 65~89% 유기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바이오차는 최근 가축분뇨 처리의 대안으로도 떠오르며 지자체, 지역 축협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차 생산의 경우, 앞서 언급한 탄소중립 대응 외에도 기존 퇴·액비화 공정과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CH4, N2O)의 감소, 농경지 감소 등의 추가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돼 향후 관련 연구와 산업화는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축분뇨를 활용한 바이오차 역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토양개량제, 오염물질 흡착제나 촉매제 합성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데, 특히 토양개량제로 활용 시 토양 내 수분함량의 증가, 산성도(pH) 조절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가축분을 원료로 만드는 바이오차의 상용화에 앞서 해결해야 할 몇 가지의 문제점이 존재한다.

먼저 가축분 바이오차의 토양 이용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가축분 바이오차의 원료인 가축분뇨의 경우 구리, 아연과 같은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다. 이는 열분해 조건 등 바이오차 생성 조건에 따라 중금속의 구조와 용출 비율이 달라지므로 향후 안전한 바이오차 생산을 위해서는 최적의 생성 조건을 규명하는 등의 연구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가축분 바이오차에 대한 명확한 탄소격리 효과를 규명하는 것이다. 바이오차의 경우 목질계 바이오매스와 달리 열적 안정성이 낮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이 주요 구성 성분이며 이는 바이오차가 생성된 후에도 무기화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장기적인 측면에서 가축분 바이오차에 대한 탄소격리 효과 조사가 필요하다.

 

[전문가 지상좌담] 온실가스 저감·소득향상 효과지속적 관심 필요
-손형서 경동개발 대표이사

손형서 경동개발 대표이사

가축분뇨는 바이오차의 원료로 높은 경제적 가치와 환경적 순기능 등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가축분뇨는 질소, , 칼륨 등 풍부한 영양분을 지속적으로 토양에 공급함으로써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과 유럽 등 농업 선진국에서는 이미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축분뇨를 퇴비로 사용하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바이오차화해 사용하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목질계 바이오차 역시 3년간의 시비 끝에 과실류, 엽채류 등의 성장과 생채량 증과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고, 땅심을 살리는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가축분뇨 바이오차 역시 바이오차가 보여주는 탁월한 효능은 물론 유기질비료나 화학비료에 비해 가격이 높지 않을 전망이어서 경제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가축분뇨 바이오차는 농업용 토양개량제, 유기질 비료 대체재, 축사용 깔개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고 건축용으로 WPC(Wood Plastic Composites, 목재 플라스틱 복합체)의 목분 대체재와 건축용 모르타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양질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더불어 제철, 제강사의 열원 보조재, 전기로 보온재, 오염된 토양의 중금속 흡착제, 침출수 억제재로도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자가 이끄는 경동개발은 목질계, 가축분을 포함한 유기물의 바이오차를 연구·생산하는 바이오차 전문 기업으로 2010년부터 농업분야 탄소 저감, 토양의 질 개선을 위해 가축분 퇴비의 대체 가능성에 주목하고 가축분뇨 바이오차화 연구를 진행해 왔다.

바이오차 산업이 활성화되면 온실가스 저감, 농가소득 향상, 미생물의 활력 증진을 통한 토양 내 유기물 분해, 토양 내 양분 과잉 공급 억제, 수입 물질 대체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학계, 그리고 관련 업체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바이오차는 이미 가축분뇨 에너지화 방식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장차 바이오차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특히 가축분뇨 관련 현행법과 비료등록, 그리고 유기농업자재법이 빠르게 제개정돼야 한다. 또한 생산과 판매, 농가 사용 증대를 위한 지원제도 또한 촘촘히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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