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귀농 4년차
허브 식용꽃·유기농 계절 농산물에 진심 담아 판매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농림어업조사 결과 인구수가 모두 감소해 농가 221만5000명, 어가 9만4000명, 임가 21만9000명으로 전년과 비교시 각각 4.3%, 3.4%, 5.9% 감소했다. 이중 농업부문의 경우 2013년 114만2000가구, 284만7400명이던 농가수와 농가인구를 생각하면 11만2000가구, 63만2400명이 줄었다. 통계청은 이처럼 농가수와 농가인구가 감소한 이유로 고령에 따른 농업 포기와 전업 증가를 꼽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농어업 영위를 위한 핵심 화두로 ‘청년농업인’이 대두되고 있다. 본지는 ‘농업·농촌에 힘을 줄 수 있는 힘, 청년농업인’이라는 모토로 전국 청년농업인을 찾아 20회에 걸쳐 시리즈를 게재해 청년농업인의 희망과 지속가능한 농업의 가능성을 조망한다.  [편집자 주]

박푸른들 논밭상점 대표가 직접 재배한 유기농 계절 농산물을 들고 있다.
박푸른들 논밭상점 대표가 직접 재배한 유기농 계절 농산물을 들고 있다.

 

“논밭 한 가운데 작고 오래된 상점이 떠오르지 않나요? 직관적이면서도 다양한 서사를 담을 수 있는 농장명을 짓고 싶어 고민했어요. 논밭상점이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푸근한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논밭상점’, 왠지 구수한 옛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고 그래서 오히려 더 감각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농산물의 신선함, 안전성 등의 강점만을 내세워 호소하기보다 젊은 감각으로 농장을 이미지화해 유기농 작물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이 통했는지 귀농 4년차이던 지난해에는 7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0억 원 이상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사에 진심을 담아 뚜벅뚜벅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박푸른들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10평 농사가 3000평 농사로

박 대표가 농업에 뛰어든 건 어쩌면 필연인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에서부터 논밭상점을 꾸려나가게 되기까지, 돌아보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그를 농업으로 이끌었다.

박 대표가 처음부터 큰 꿈을 안고 농업의 길로 들어선 건 아니었다. 그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서 친환경농업을 배우고 10여 년 간 지역 농업인 단체에서 일했다. 그러던 중 고구마, 무, 양배추 등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던 부모에게 노동력 투입 대비 소득이 높은 작물의 재배를 권했다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처음 내 농사를 짓기 시작한 건 아버지가 저의 허브 농사를 받아주지 않아서였어요.”

조금 더 편하게 농사를 지어나가시길 원했던 박 대표의 바람과는 달리 그동안재배해 온 작물에 익숙한 부모가 작물 변경을 원하지 않았고, 때마침 홍성군농업기술센터의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바우처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과감히 일을 벌였다. 여기엔 ‘나라도 제대로 허브를 키워보자’는 오기도 한몫했다. 이렇게 33㎡(10평) 남짓한 귀퉁이 땅에서 시작한 농사가 덩치를 키워 지금의 논밭상점이 됐다. 논밭상점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홍성군농업기술센터로부터 총 3240만 원의 바우처를 지원 받았다.  

현재 논밭상점은 하우스 8동과 노지를 포함해 1만1000㎡(약 3328평) 규모에서 루꼴라, 애플민트, 타임, 로즈마리 등 갖가지 허브와 식용꽃 등을 재배하고 있다. 가온 온실 2동이 있어 1년 내내 경작이 가능해 1~2월 겨울철에도 날씨에 관계 없이 원활한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키워진 허브들은 자사몰 ‘논밭상점(nonbaat.com)’과 다양한 오픈마켓,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 논밭상점의 뿌리는 농사...“끝까지 놓지 않을 것”

온라인몰 논밭상점에서는 직접 생산한 허브, 식용꽃뿐만 아니라 근처 부모님의 밭에서 재배한 갖가지 유기농 계절 농산물을 함께 판매한다. 화려한 수식어로 상품을 부각시키기 보다 자연스러운 사진과 설명으로 담담하게 상품을 설명한다.

이러한 콘셉트에는 논밭상점이 ‘논밭 한 가운데 작은 상점’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박 대표의 바람이 담겨져 있다. 그는 논밭상점이라는 이름은 ‘농장 기반의 회사라는 것을 잊지 말자’는 스스로의 다짐과도 같다고 했다.

박 대표는 “온라인 몰을 잘 운영하고 마케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논밭상점의 뿌리는 농사이고 이걸 잘 해내야 회사의 가치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사업이 커져도 농사만큼은 끝까지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밭상점에는 20대 청년에서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 7명이 이러한 박 대표와 뜻을 함께하며 일하고 있다. 각기 생산과 포장, 유통 등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는데, 이곳까지 흘러온 배경과 사연도 다양하다. 학원 강사, 유치원 교사에서부터 환경운동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일을 하다 논밭상점의 매력에 취해서 이곳에 정착했다. 

박 대표는 “출신은 모두 다르지만 논밭상점의 성장을 위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농산물을 제공하고 기분 좋은 거래를 이어나가기 위해 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지난 4년 간 부지런한 동네 할머니들보다 더 일찍 일어나 농장을 밝히고 성실히 일한 덕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큰 성장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직원들과의 돈독한 신뢰가 품질관리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일해야 모든 작물에 정성을 들이고 질 좋은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내놓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논밭상점 따뜻하게 기억되길

박푸른들 대표는 앞으로 소비자들과의 신뢰 구축과 매출 성장에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일 계획이다. 

가장 먼저 이달 안에 홍성군 읍내에 논밭상점을 이미지화할 수 있는 쇼룸을 열고 누구나 이곳에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한다는 생각이다. 

또한 현재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무실과 소포장센터, 쇼룸 등을 3년 내에 한 공간에 모아 사업 체계도 갖춰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 농산물 가공공장 운영도 계획 중이다.

올해는 매출액 목표도 한껏 올려잡았다. 사업 4년차이던 지난해 매출 7억 원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10억 원 이상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매년 명확한 사업 목적과 목표를 세워 체계적으로 업무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며 “사업 성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 농장을 거쳐가는 모든 사람들이 논밭상점을 ‘따뜻함’으로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멘토 인터뷰] 김영근 홍성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 

“‘의지’, ‘멘토’, ‘자본력’. 농업으로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세 가지죠. 많은 청년 농업인들이 박푸른들 대표처럼 지역의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세 가지 조건을 충실히 채워나가며 꿈을 이루시길 바랄 뿐입니다.”

김영근 홍성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현재 농촌지도자회와 생활개선회 등 단체 소속 농가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각각의 농업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사업들을 소개하고 연계해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좋은 지원사업들이 있는데도 많은 청년 농업인들이 농업기술센터를 최대한 활용하지 못할 때 가장 아쉽다고 했다. 농촌 정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인터넷과 책 등을 통해 얻은 정보들만으로 잘못된 판단을 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는 “나홀로 판단으로 크게 실패한 상태에서 센터를 찾았을 땐 우리도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는 때가 많다”며 “애초 농촌 정착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농업기술센터에서 많은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무엇보다 센터를 매개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정보와 조언을 얻어나가는 것이 자립 과정에서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기술센터를 통하면 청년농업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금 확보 부분에서도 일정 부분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올해 홍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온라인 마케팅·영농정착 기술 지원, 영농정착지원 바우처, 안정정착 멘토링 지원 등 8개 부문에서 총 8억2000여만 원의 청년농업인 예산이 꾸려져 사업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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