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에서 프로농군으로 인생2막… 버섯농사꾼으로 이름 날리고파

 

청춘을 바쳤던 직경 42.67mm의 작은 공, 골프에 모든 것을 걸었던 젊은 프로골퍼는 인생 2막으로 버섯을 선택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 운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던 청년은 이제 골프공 대신 버섯을 손에 쥐고 하루를 시작한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유주호 수리아버섯농장 대표. 프로골퍼에서 프로농군으로 작은 공에서 작은 버섯으로 꿈을 옮겼을 뿐, 그에게는 여전히 목표를 가지고 달려가는 ‘프로’로서의 삶이 존재하고 있다.
 

골프에서는 누구나 유주호를 떠올린 것은 아니지만 버섯농사에 있어서만은 가장 유명한 농부가 되고 싶다는 유 대표를 만나러 나주로 가본다.

 

 #버섯 배지공장에서 일하며 버섯 농사 직접 익혀
 

“골프 얘기 하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골프가 안 돼서 농사를 지은 게 아니라 농업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유 대표를 만나면 프로골퍼로의 전직을 늘 언급한다. 특이한 이력이긴 하지만 골프선수 출신, 이런 수식어 보다는 농업에서 미래를 본 창업농으로 자신을 봐줬으면 한다.
 

“군 제대를 하고 나서 미래를 제대로 설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업은 정직한 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 대표를 후계농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부모님도 농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은퇴 후 농사를 지어보자고 했던 부모님이었지만 농사일은 쉽지 않았고 결국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무장한 유 대표가 앞으로 나아갔다.
 

“돈을 벌려고 시작하는 일이니 시설작물, 그중에서도 특용작물이 낫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버섯을 염두해 두고 공부했습니다. 버섯 배지공장에서 직접 배워보자는 생각에 공장에 취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한 두달 있어 볼 요량이었지만 생각보다 알아야 할 것이 많았고 현장에서 공부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안전망이라는 생각에 8개월을 버섯 배지 공장에서 일했다. 새벽운동으로 다져진 유 대표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며 성실하게 버섯농사를 배워갔다. 그의 성실함에 놀란 버섯배지 공장 사장은 지금도 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한다.

 

#표고에서 참송이로, 품종 변경이 ‘신의 한수’
 

“2016년도에 배지공장 사장님께 도움을 받아서 하우스 두 동을 직접 세웠습니다. 표고버섯이 한참 유행을 할 때여서 표고버섯을 재배했습니다”
 

꼬박 4년간 표고버섯을 재배했지만 수익은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표고버섯 붐은 오히려 유 대표에게 악수로 돌아왔다. 공급이 늘어나면서 표고버섯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첫 해 만큼 수익을 못 내면서 마음고생을 했다.
 

“빨리 결단을 내리는 편인데 농사는 그렇게 못 하겠더라구요. 되든 안되든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4년을 매달렸는데 표고버섯으로는 인건비도 못 건지는 상황이 됐습니다. 버섯 품종을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에 수소문을 하다가 참송이 버섯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향이 좋고 인기가 많지만 가격이 비싼 송이버섯 대신 쫄깃쫄깃한 식감과 향을 지닌 참송이 버섯은 큰 인기를 끌었다. 인건비만 겨우 건지던 초창기와 달리 참송이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수리아버섯농장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참송이버섯은 표고버섯보다 재배하기가 훨씬 힘들었지만 인기가 좋고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2020년부터 참송이 버섯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이 찾아와 선물용 판매가 늘어나면서 입소문이 났다. 송이버섯 향에 식감이 좋고 가성비가 좋은 참송이 버섯인기가 높아지면서 안정적인 판매처가 필요했다.
 

“오픈 마켓에 입점을 해서 판매를 하면서 판매고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개인 스마트 스토어도 운영하고 있지만 판매나 유통보다는 생산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위탁업체에 맡겨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인기 덕분에 몇 천만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연말 1억 원을 기록했다.

 

#하우스 5동 증설, 안정적 생산기반 구축
 

유 대표는 수리아버섯농장의 성공의 공을 나주시농업기술센터에 돌렸다.
 

“참송이 버섯을 재배하면서 나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청년4-H회원 우수과제 창업농 육성사업으로 3000만 원을 지원받아 버섯 재배사 냉난방과 스마트 제어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정보통신기술(ICT)로 하우스 원격조정이 가능해 언제 어디에서도 하우스 관리를 할 수 있어 안정적인 버섯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유 대표는 지난해 나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영농정착지원금 바우처와 후계농업경영인 융자 지원 등을 통해 재배사 기반을 확대했다.
 

올해는 나주시 자체사업으로 영농기반 조성사업 5000만 원을 지원받아 농장 브랜드 육성과 재배사 냉난방 시설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참송이 버섯 품질은 자신있는 만큼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그 이후에 판로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1억 원 정도의 매출을 2억 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나주 혁신도시 쪽에 4290㎡(1300평) 정도 땅을 매입하고 버섯 하우스 5동을 짓고 있습니다. 버섯 생산량을 늘려 판로를 확대하고 수입이 안정되면 도시 근방인 하우스니까 체험농장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나주에서 버섯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멘토 인터뷰] 조민근 나주시농업기술센터 지도사

 

“지역 청년농업인과 함께 알고 지내며 다양한 영농 관련 정보와 경험들을 공유하고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매번 고맙다고 진심으로 표현해주시는 청년농업인들 덕분에 보람을 느낍니다.”
 

청년농업인들의 말 한마디에, 그들의 성공에 피로가 싹 씻긴다는 조민근 나주시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나주시농업기술센터가 청년농업인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 사업들이 많은 만큼 더 많은 청년농업인이 나주시에서 농업을 시작하기를 바라고 있다.
 

“나주시농업기술센터는 청년농업인 영농기반 조성사업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과 농축산물 생산, 가공, 유통, 체험, 관광 등 영농기반 조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청년농업인 스마트 창업 스타터 지원사업과 농업인 단체 공동 브랜드 개발을 통한 창업 아이디어·아이템 발굴, 권리화 등을 위한 창업 자금 지원도 나주시에서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청년농업인 농업대학 운영 등 나주시에서는 청년농업인들의 창업을 돕기위해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청년농업인들이 나주시에서 농업을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자체적인 사업외에도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으로 지난해 80명에게 6억2500만 원을 지원했다. 독립경영 연차에 따라 최장 3년간 월 최대 100만 원의 영농정착 지원금을 지급하는가 하면 영농승계 청년농 창업 지원사업, 청년농업인 연구동아리 지원사업, 청년농업인 경영진단 분석 컨설팅과 교육 등 다양한 사업으로 청년농업인들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나주시농업기술센터는 청년농업인을 위해 항상 열려있습니다. 부담 없이 오셔서 고민이나 의견들을 자유롭게 말해줬으면 합니다. 그들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같은 청년으로서 공감하고 소통하며 청년농업인들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멘토가 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농촌의 젊은 활력이자 미래 농업을 이끌어 나갈 주인공인 청년농업인의 성공가도를 함께해 나가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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