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봄배추 재배면적 증가…대부분 김치공장 등에 납품
3년전부터 해남 봄배추 재배 증가
매년 3~6월 재배농작물 많지 않고 다른 지역보다 농지임대료 저렴
농가수익 올릴 수 있는 품목 한정돼
비교적 저장·출하 용이해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박성수 이사와 최해든나라 과장이 봄배추 포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성수 이사와 최해든나라 과장이 봄배추 포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날부터 내린 비로 배추 재배지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우려가 있던 지난달 26일. 낮 이후부터 하늘이 맑아질 것이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전남 해남은 아직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동행 취재에 나선 최해든나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채소사업부 과장은 안개나 질퍽한 포전 때문에 현장을 제대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우려가 사실로 드러나지 않길 바라며 화원면 면사무소에서 박성수 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 이사를 만나 포전들을 둘러봤다.

“월동배추 주산지인 해남에서 최근 봄배추 재배면적이 늘었다는 얘기가 있던데 사실인가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3년 전부터 재배면적이 늘었는데 최근 1~2년 동안 유동적으로 재배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시설 봄배추는 충남 예산, 서산에서 주로 재배되며 전남 나주에서도 소규모가 정식된다. 터널배추(투명 비닐 안에 정식하는 형태(비닐터널을 이용한 재배로 불리기도 함)) 주산지는 경남 의령, 전남 무안, 경북 문경, 영양 등이다.

해남에서 재배되는 봄배추의 대부분은 김치공장으로 납품된다.

해남에서 봄배추를 재배하는 산지유통인, 김치를 제조하는 화원농협, 농업관측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도매시장 경매사를 비롯한 지자체, aT 관계자들을 통해 해남 봄배추의 전면을 살펴봤다.

해남군청 관계자들이 봄배추 재배면적, 판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해남군청 관계자들이 봄배추 재배면적, 판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평년보다 10% 가량 늘어

박 이사와 처음 이동한 포전은 지난 3월 초순 터널방식으로 정식한 배추밭으로 이달 중순 경 수확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직까지 낮 기온이 20도 후반을 웃도는 날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배추의 생육은 문제가 없었다. 해남, 전남 진도 등의 배추 재배면적을 합산하면 330만㎡ 가량인데 그가 올해 심은 배추는 23만1000㎡(7만 평)다.

농경연 농업관측센터, 산지유통인, 도매시장 경매사 등은 최근 3년 전 해남지역의 봄배추 정식이 평년보다 1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는 전년도 도매가격에 따라 소폭의 변동이 있었다.

박 이사는 해남은 충남이나 경북, 경남 등지의 봄배추 포전보다 지대가 낮아 기온과 바람 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느냐는 물음에 “매년 3월 중순까지 정식하는 배추를 터널방식으로 재배하는 이유는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외부 노출을 적게 하기 위함”이라며 “3월 말에 정식하는 노지 봄배추의 경우 날씨에 따라 품위가 급격하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배추를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들어간 포전은 거의 발목까지 빠질 정도로 물 빠짐이 좋지 않았다. 물이 잘 안 빠지면 병이 쉽게 올 수 있지 않냐는 물음에 “해만 뜨면 금방 땅이 마르기 때문에 가뭄이 더 문제”라고 답했다. 이에 올해 배추 정식 시기 가뭄 때문에 힘들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그는 주변을 손으로 가리키며 “지난 겨울 이후 이어진 가뭄으로 정식시기 스프링쿨러를 대량 설치하고 계속 물을 댈 수밖에 없었다”며 “생산비 상승으로 고심이 많은데 올해는 스프링클러 비용까지 투입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육묘, 비료, 인건비, 물류비 등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농산물 판매가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 거의 대부분 김치공장 납품

박 이사가 재배한 봄배추는 전량 계약을 맺은 김치공장으로 납품된다. 해남에서 봄배추를 재배하는 산지유통인들의 대부분이 김치공장으로 납품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준식 진흥농자재 대표에게 연락했다.

이 대표는 “충남 시설봄배추의 수확이 종료된 후 문경, 영양 봄배추가 수확되기 직전 1~2개월가량 출하 공백이 생기는데 김치공장들이 이 시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산지유통인들과 계약을 맺는다”며 “해남의 봄배추 재배면적이 증가한 이유는 매년 3~6월 재배할 수 있는 농작물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보다 농지 임대료가 저렴한 반면 농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품목이 한정돼 비교적 저장, 출하가 용이한 배추의 재배면적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는 “해남 봄배추의 경우 70~80% 가량이 김치공장이나 농협, 식자재 업체로 납품되고 도매시장 출하량은 15~20% 정도”라며 “터널 봄배추의 경우 품위 문제가 없지만 노지 봄배추는 기상변화에 따라 무름병, 뿌리혹병, 꿀통(배추속이 썩는 현상) 등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해남 노지 봄배추의 경우 재배면적의 20~30% 가량을 품위 문제로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물량만 납품하는 형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량을 타고 해남 등지를 다녀보니 밭에는 대부분 배추나 보리가 심어져 있었다.

평당 200~300원의 수익에도 불구하고 보리가 많은 이유도 땅은 많고 심을 작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산지유통인들을 만나고 지역의 전반적인 얘기를 듣고자 방문한 해남군청에서 만난 기병석 원예특작팀장은 “육묘가 저온에 노출되지 않으면 추대가 올라오는 등의 품위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해남지역의 봄배추 재배면적은 지금과 비슷한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김치공장 납품과 더불어 직접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받고 절임·가공하는 형태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 팀장은 “올해 전국 봄배추 재배면적이 전반적으로 감소해 생산량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내년에 해남지역 봄배추 정식이 소폭 늘어날 수 있다”며 “배추를 재배하는 농업인 수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농가당 재배면적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지역 내 소비도 원활

봄배추 주산지인 해남 화원면에는 자체적으로 김치를 생산, 판매하는 화원농협이 있다. ‘이 맑은 김치’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김치의 봄철 물량은 충남 예산과 전남 해남에서 확보된다.

고랭지 배추가 수확되는 7월 20일 정도까지 김치 원물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영광 화원농협 차장은 “해남 봄배추를 매년 600톤 정도 구매하려고 하는데 계약을 통한 납품이 주를 이뤄 400~500톤 밖에 확보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주로 5월 20일경 수확되는 터널 배추로 김치를 담그고 7월 20일까지 사용한다”고 말했다.

전 차장은 “노지 봄배추의 경우 품위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으나 터널 봄배추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품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농가에서 정식 직후 풀 관리 등을 마무리하면 오랜 경험을 갖춘 산지유통인들이 관리한다”고 산지 재배 상황을 설명했다.

농경연에서도 지역과 김치 공장 소비가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봉희 농경연 엽근채소팀장은 “해남지역의 봄배추는 수확 직후 지역 내 김치공장이나 식자재 납품업체, 대·중소 김치공장으로 납품되기 때문에 시장 도매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해남 봄배추의 경우 지난 3~4월 가뭄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작황은 평년대비 좋지 않다”고 밝혔다.

# 봄배추 시세 평년보다 높을 것

올해 시설 봄배추 생산량은 평년, 지난해 대비 각각 5.9%, 8.6% 감소한 재배면적의 영향으로 5만2000톤 정도로 예상된다. 이는 평년과 지난해보다 각각 6.5%, 10.1% 감소한 것이다. 노지 봄배추도 재배면적이 평년, 지난해 대비 각각 1.1%, 5.3% 감소한 2793ha, 생산량은 평년, 지난해보다 3%, 8.9% 감소한 24만 톤으로 전망된다.

이에 이달과 다음달 배추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상승한 10kg 상품 7000원 정도로 예상된다.

김기영 대아청과 상무이사는 “이달 중순부터 경남 의령, 전남 무안, 해남 등에서 터널 봄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데 출하 시기가 가장 빠른 의령의 재배면적 감소로 전반적인 출하량은 평년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 방역지침 완화로 식당·김치공장 등을 중심으로 납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혹시 모를 수급문제에 대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aT가 비축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병하 aT 채소사업부장은 “현재까지 봄배추 작황은 큰 문제가 없지만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급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정부와 비축 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이달부터 다음달 중 일정 물량에 대한 비축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