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만 한경대학교 식물자원조경학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윤영만 한경대학교 식물자원조경학부 교수
윤영만 한경대학교 식물자원조경학부 교수

유기축산의 확산은 지속가능한 축산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정책과제이다.

특히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 추진과 가축분뇨로 인한 수계 비점오염원 저감, 축산악취 저감에서도 유기축산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주요한 정책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식품 안전과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유기축산의 역할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에 반해 유기축산 인증농가는 2020년 기준 104개 농가로 극히 미미한 상황에 있다. 축산농가가 유기축산 인증을 받고자 한다면 농장주는 경영자료도 잘 관리하고 친환경농업 관련 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또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유기사료도 확보하고 한우, 젖소와 같은 반추가축은 충분한 자급사료 기반도 갖춰야 한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가축이 자연스럽게 활동할 수 있는 충분한 사육장도 갖추고, 동물의 복지를 고려해 질병 관리에도 힘쓰되 항생제 등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가축분뇨는 토양에 환원해 유기적인 순환 관계를 형성하고, 특히 가축에게는 충분한 자연환기와 햇빛이 제공되도록 적절한 방목도 실시해야 한다. 그 와중에도 유기축산물의 유통과 판매망을 개척해 나름의 수익구조도 만들어야 하니 유기축산 인증을 받은 농장주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최근 유기젖소 농장주의 하소연을 들었다. 농장 인근 초지에 젖소를 방목했는데, 이게 발단이 됐다. 농장주에 따르면 지자체에서는 비가림 시설이 없는 사육시설은 허가를 하고 있지 않아 초지방목이 불법이라고 것이다.

또한 초지방목 중에 가축이 배설하는 가축분뇨는 비점오염의 문제가 있어 과징금까지 부과됐고, 무엇보다 큰 문제는 방목지 미확보로 인해 유기인증마저 취소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비가림 시설을 갖추고 젖소를 방목하고자 하니, 가축사육제한구역에 묶여 허가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격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우리나라 유기축산물 인증기준에서는 포유동물의 경우 가축의 생리 조건, 기후 조건과 지면 조건이 허용하는 한 언제든지 방목지나 운동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반추가축의 경우에는 축사면적 2배 이상의 방목지나 운동장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불복지 인증기준에서는 산란계, 육계의 경우 실외 자유 방목장은 1마리당 1.1㎡ 이상의 공간을 제공하고 한·육우, 젖소의 경우에는 1마리당 337㎡ 이상의 공간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유기축산뿐만이 아니라 동물복지도 불가능하다. 가축분뇨법 시행규칙에서는 가축을 방목 사육하는 자는 발생한 가축분뇨가 하천 등 공공수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가축분뇨를 수거해 저장시설에 보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을 엄격히 따르자면 방목 가축을 따라다니면서 대소변을 받아내지 않고서는 지킬 수 없는 규정이다.

유기축산이란 단순히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사료를 먹인 축산물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서 유기적이라는 의미는 농장 내 토양, 유기물, 미생물, 곤충, 식물, 가축, 인간 등 모든 구성요소가 밀착돼 상호작용하면서 안정된 통일체를 형성한다는 의미이다. 유기적인 사육체계에서는 방목장 내에서 발생한 가축분뇨가 농장 내의 유기적인 순환 체계에 포함된다. 

가축분뇨법을 탓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유기축산의 개념을 법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 간에, 부서 간에, 기관 간에 협업이 잘 이뤄질 때 ‘케미가 좋다’라는 표현을 쓴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잘 반응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유기축산의 확산을 위해서는 케미가 좋은 것을 넘어서 축산농가, 지자체, 정부가 안정된 통일체를 형성하도록 유기적으로 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가축분뇨법과 친환경농어업법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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