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노하우’에 아들의 ‘성실함’ 더해 건강한 축산물 생산에 매진

[농수축산신문=안희경·김소연 기자]

농협중앙회의 조합원 구성 비중 조사에 따르면 201640세 미만 청년조합원 비중은 1.6%에서 20205월 기준 1.5%0.1%p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조합원 비중은 54.1%에서 57.6%3.5%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농촌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되는 농업농촌에서도 자신만의 꿈을 키우며 축산부농에 도전하는 청년 축산인들.

이들은 어떤 꿈을 꾸며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고 있을까. 부모와 스승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청출어람 축산인들을 직접 찾아가봤다.

 

# 한국형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꿈꾸는 김선도 대붕농장 대표

김선도 대붕농장 대표.
김선도 대붕농장 대표.

한국형 동물복지를 구현하고 있는 산란계 농장이 주목받고 있다.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경기도 포천시 군내면에서 산란계 15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대붕농장의 김선도 대표는 안전한 계란을 생산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다.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계사 내부에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고 있으며 깨끗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에어컴프레셔를 이용해 계사 곳곳의 먼지를 털어주는 작업을 하는 등 동물복지 실현하고 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던 김 표는 가업을 잇기 위해 27세에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중소가축학과 양계반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에서 3년 동안 양계와 관련한 전문적인 이론과 실습, 농장 경영 전반에 이르기까지 학업에 몰두해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기 위한 지식을 습득했다.

초창기에는 아버지와 의견 충돌이 많아 힘들었던 김 대표는 수치화된 자료를 통해 아버지께 설명하면서 의견차를 좁혀 갔다.

그는 처음에는 아버지와 의견차로 힘들었지만 새로운 의견을 제시할 때 수치화된 데이터를 작성해 이익, 매출, 부가 수익을 자세히 설명해 드리니 아버지께서 신뢰하기 시작해 지금은 누구보다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안전한 계란을 생산하고 싶었던 김 대표는 아버지의 노하우를 접목해 동물복지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

그는 대붕농장은 계사에 클래식 음악을 틀고 쿨링패드로 시원한 여름을 보내게 하는 등 여름철 닭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면역력이 향상돼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닭을 키우고 있어 혈란도 많이 줄었다며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지형을 고려해 한국형 동물복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선도 대붕농장 대표는 한국형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을 실현하기 위해 계사 내부를 에어컴프레셔로 일일이 먼지를 털어주며 청결한 계사 관리를 위해 힘쓰고 있다. 
김선도 대붕농장 대표는 한국형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을 실현하기 위해 계사 내부를 에어컴프레셔로 일일이 먼지를 털어주며 청결한 계사 관리를 위해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곧 매출로 이어졌다. 아버지 때에는 3~4억 원 정도 유지하던 매출이 지금은 20~25억 원으로 성장해 현재는 산란계 15만 마리를 사육하는 농장으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부모 세대가 생산량 증대에 몰입했다면 영농 2세들은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제가 얻은 해답은 환경과 안전한 먹거리였다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환경을 가꾸고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장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먼지 등을 해결하고 소비자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청년 농업인들의 의무이자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환경무항생제 인증을 비롯해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받은 대붕농장은 80주령을 넘지 않은 닭에서 생산된 계란을 제로 데이 시스템(zero day system)’을 통해 유통하고 있다.

김 대표의 노력은 소비자들도 알아봤다. 그는 가끔 소비자에게 이렇게 신선한 계란은 처음본다는 전화를 받을 때 돈을 버는 것을 떠나 뿌뜻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처럼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계란은 입소문을 타고 일반 마트는 물론이고 농협하나로마트, 대학교 급식, 일반 식당 등에 납품되고 있다.

김 대표는 계란 생산에 멈추지 않고 친동생과 함께 유통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재 49500(1500) 규모의 가공란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있다. 올해 완공 예정인 가공공장에서는 구운계란은 물론이고 반숙란 등 여러 가공란을 직접 생산해 공급할 계획이다.

제품군 확대와 함께 판로 개척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는 김 대표는 향후 GP센터를 건립해 기능성 계란 생산 등을 목표로 신선하고 안전한 계란을 공급하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아버지 목장 3배 이상 키우며 한국형 목장 도전, 김재일 재은목장 대표

김재일 재은목장 대표는 아버지가 송아지 2마리로 시작한 목장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3톤을 납유하는 큰목장으로 키웠다. 
김재일 재은목장 대표는 아버지가 송아지 2마리로 시작한 목장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3톤을 납유하는 큰목장으로 키웠다. 

김재일 재은목장 대표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3톤을 납유하는 거대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목장에 들어서면 가장 신기한 것은 재은목장만의 독특한 구조. 일자형으로 길게 뻗은 목장의 구조는 선대에서 물려받은 목장을 이어 붙이듯 재단해 키워나간 재은목장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아버지가 송아지 2마리로 시작한 목장을 물려받았습니다. 착유사를 완공하고 육성우사를 신축하고 착유사를 또 신축하고 착유장을 짓고 끊임없이 목장을 개보수하고 늘려나갔습니다. 아버지가 물려준 목장에서 돈을 벌 때 마다 목장에 모두 투자했습니다. 목장에 미래가 있다는 생각으로 물려받은 목장 주변을 땅을 사면서 목장을 확장시켜서 이어붙인 목장처럼 되버렸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형적인 한국형 목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경영을 공부한 김재일 대표는 한국농수산대학교 현장교수를 5년째 하고 있다. 그동안 재은목장을 거쳐 간 학생만도 10명이 넘는다.

낙농2세들이 목장을 물려받기 전에 내 것인 양 허세를 부리는 것을 지양하고 대신 반드시 이 목장이 내 것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라고 가르칩니다.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성실입니다. 소 밥통하고 물통, 목장 청소만 해도 중간은 갈 수 있다고 말하죠. 기본을 지키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가장 중요합니다.”

아버지와 싸우면서 늘려간 쿼터는 3톤이 됐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았으니 쉬웠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김 대표는 대학 때 모아둔 돈으로 완전배합사료(TMR) 배합기를 사고 송아지 우사와 분만실도 모아둔 돈을 투자해 만들었다. 경영학을 전공한 탓에 목장의 규모를 늘려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 10년을 성실 하나로 버텨왔다.

젊을 때는 제 몸을 혹사시키면서 모두 노동력으로 해결했는데 목장 규모가 늘어나니 신축사도 짓고 목장 대지도 사고 하다 보니 빚이 늘어났습니다. 수정료라도 아껴보자는 생각에 자가 수정을 시작했는데 수정사 자격증을 따고 주위에는 자가수정으로 꽤 유명해졌습니다.”

뭐든 하면 제대로 한다는 그는 자가수정을 통해 수태율을 높이고 송아지를 생산해 이를 바탕으로 쿼터를 늘렸다. 획기적으로 목장이 늘어난 계기를 묻자 딱히 이렇다 할 계기가 없었다는 그의 말 속에 그간의 노력과 시간들이 모두 계기였음을 말해준다.

목장 2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태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왕왕 있어요. 부모님이 평생 일궈온 목장을 반드시 물려줘야 할 의무는 없어요.”

부모에게 물려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후계 축산인들이 안타깝다는 그는 뭐든 당연하게 생각하면 위기가 닥친다고 생각한다.

남보다 빨리, 먼저, 축산업에 뛰어들었다는 것만 다르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목장이니 더욱 성공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건초를 컨테이너로 선주문하고 경영비를 줄이는 방법을 찾고 콘포스트로 퇴비를 관리하면서 도시농장의 민원 문제를 해결하는 등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은 그가 청출어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최고의 조건이다.

정부 보조금이 있었지만 1억 원이 넘는 콤포스트를 분뇨처리 때문에 들인 것에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외제차는 사면서 목장에 투자는 왜 못하냐고 묻습니다. 목장에서 나오는 수익은 목장으로 재투자할 수 있도록 목장 외 수입을 창출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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