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곤충 통해 자연의 신비로움 알게 되길…곤충종합회사 만들고파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자라나는 아이들은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 속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시멘트로 지어진 빌딩 숲 사이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느끼고 자라나고 있을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의 신비를 알려주고 자연의 소중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숲속의 작은 친구들’을 만들었습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제궁골길에는 논과 밭, 전형적인 농촌에서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2015년 숲속의 작은 친구들을 만든 이용화 대표는 어릴 때 책장 밑에서 개미를 키웠던 자신을 회상하며 아이들에게 자연의 신비로움을 알려주기 위해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숲속의 작은 친구들은 말 그대로 숲속에 사는 작은 곤충들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애완학습 곤충도 직접 생산하고 있죠. 농장명을 숲속의 작은 친구들이라고 지은 이유는 곤충과 사람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살아간다는 점과 곤충이 사람의 친구라는 의미에서 입니다.”
 

창업 초기 연간 3000~4000명의 방문객이 찾았던 숲속의 작은 친구들은 울산에서 꼭 가봐야 할 필수코스로 손꼽히며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000명 이상이 찾았다.
 

곤충 체험과 교육, 애완학습 곤충 생산 등을 통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속에 곤충의 메카를 만드는 게 꿈이라는 이 대표를 만나봤다.

 

# 곤충 너는 내운명

 

이 대표는 늘 연구하는 자세로 곤충사육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늘 연구하는 자세로 곤충사육을 하고 있다. 

“개미들이 떼를 지어서 다니는 행동이 특별하다고 생각해 4살 무렾 책장 밑 모래더미에서 개미 4~5마리를 길렀습니다. 당시 곤충의 습성은 몰랐지만 막연하게 개미들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4살의 아이가 놀이터에서 모래 놀이를 하는 광경은 쉽게 볼 수 있지만 모래를 직접 집으로 옮기고 부모 몰래 개미를 키우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은 찾기 어렵다.
 

“어릴 때 곤충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당시 키울 수 있는 게 쉽게 볼 수 있는 개미밖에 없었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이 아시고 크게 꾸중하셨죠. 좀 더 자랐을 때는 메뚜기 등도 잡아서 길러봤습니다. 실제 보기 어려운 곤충들은 책으로 공부하며 고등학교에 가서도 관심이 이어졌죠.”
 

이 정도 되면 누가 봐도 농생명, 생물학 등 곤충을 접할 수 있는 대학 전공을 선택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탄탄대로 곤충과 함께하는 인생을 살았을 것 같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IMF 이후 대학을 졸업해도 변변한 직장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부모님이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기계공학으로 전공을 선택하길 바라셨죠. 현실의 무게를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뜻에 따라 대학을 진학했습니다.”
 

전공은 기계공학으로 정했지만 곤충과 관련된 취미는 계속됐다. 곤충과 함께할 때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기업부설연구소의 연구원으로 몇 년가량 일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졌죠. ‘인생 선배들처럼 승진하고 높은 위치에 올라가면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연구소에서는 보통 큰 프로젝트가 끝나면 여유 시간이 생기기 때문에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곤충 관련 창업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곤충을 관찰하고 기르는 것에 행복을 느꼈던 4살의 이용화 어린이가 다시금 좋아하는 일을 찾고 곤충 농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 우여곡절 끝에 지켜낸 공간

 

멀쩡하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곤충 관련 사업을 하겠다는 그에게 가족들의 반대는 생각보다 심했다. 겨우겨우 가족들을 설득하고 아버지가 일하는 장소에서 33㎡도 채 되지 않은 공간을 지원받아 2015년 사슴벌레 7종을 키웠다. 당시 3000만 원을 투자했는데 매출액은 2000여만 원밖에 되지 않았다. 여유시간이 있을 때마다 일을 도왔던 동생에게 용돈조차 주기 어려웠을 정도로 힘들어 많은 고민이 빠졌다.
 

“작은 공간에서의 창업은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가졌고 창업 지원사업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죠. 멸종위기종의 복원과 증식을 통해 지역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후 농촌융복합사업 인증도 받았죠. 여기에 2018년 청년창업농에 선정되면서 지금의 성장이 가능했습니다.”
 

이 대표는 2016년 직원 1명을 고용하고 매출액 4600만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8년 직원 6명, 매출액 2억9000만 원, 2020년 직원 8명, 매출액 4억800만 원, 지난해는 6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직원과 매출액이 꾸준히 늘었다.
 

최근 매주 200명 이상이 꾸준히 숲속의 작은 친구들을 찾고 있다. 
최근 매주 200명 이상이 꾸준히 숲속의 작은 친구들을 찾고 있다. 

132㎡(40여 평) 남짓한 체험공간은 현재 330㎡(100평)로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체험객들이 들쭉날쭉했지만 최근 매주 200명 이상이 꾸준히 숲속의 작은 친구들을 찾고 있다.
 

애완곤충에 대한 온라인 판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식재산권만 봐도 ‘확장이 자유로운 조립식 곤충사육장치’, ‘열전소자를 활용한 항온항습기능과 광원조절기능을 포함한 무선제어 기능을 가진 생육장치’, ‘관절을 갖는 곤충 모형완구’, ‘곤충 사육정보 제공’, 울산농업기술센터와 협업을 통해 개발한 ‘발효톱밥 가공장치 및 그 모니터링 시스템’ 등 13건에 이른다.
 

“지금의 성장은 울산농기센터 관계자들의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2018년 청년창업농에 선정되지 않았으면 자금이나 운영면에서 많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농기센터에서 받은 지원에 보답하기 위해 젊은 농부들이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종합적인 곤충 회사 건립 목표

 

“숲속의 작은 친구들은 체험과 생산이 동시에 이뤄지는 공간이며 농촌 생태 환경을 사계절 뚜렷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산업곤충과 유용곤충, 보호종들의 생태와 생산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죠. 최종 목표는 식용, 천적, 약용, 애완학습곤충을 생산하는 종합적인 곤충회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대표의 꿈은 세계 속에 손꼽히는 종합 곤충회사 설립이다. 미래식량 곤충, 건강에 도움이 되는 곤충부터 위해요소로부터 농작물을 지키는 곤충, 자라나는 아이들의 정서에 도움이 되는 곤충을 생산, 공급, 체험할 수 있는 방대한 숲속의 작은 친구들을 만드는 것이다.
 

“종합 곤충회사 설립은 혼자서는 어렵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협업을 위해 기업 투자유치(IR) 대회 등도 참여하고 있죠. 곤충을 안정적으로 생육하는 장비와 환경 제어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 기기와 장비를 개발·보급하는 일도 함께 추진하고 싶습니다.”
  벌써 부터 곤충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면 이 대표에게 물어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곤충 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는 그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속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길 응원한다.

 

[멘토 인터뷰] 홍종옥 울산농업기술센터 주무관

 

“2020년 처음 지원 업무를 맡으면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청년농업인 육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이들이 안정적인 정착을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했습니다.”
 

울산농업기술센터는 지난해 7월 1일 4H와 청년농업인 육성업무를 귀농귀촌팀으로 개편하고 청년농업인들에게 기초영농기술교육과 농업정보를 제공, 성공적으로 농업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지 선도농가와 협력해 멘토링을 운영하고 현장에서 영농기술과 단계별 실습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농촌의 안정적인 정착에도 기여한다.
 

울산농기센터에서는 △신규농업인 영농기초기술교육 2000만 원 △신규농업인 현장실습교육 1200만 원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 5000만 원 △청년농업인 경영진단 분석 컨설팅 지원사업 630만 원 △청년농업인 육성 교육·행사 3200만 원 △청년농업인 영농 로드맵 시범사업 1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홍 주무관은 "농업기술센터와 울산시설공단, 울산산업곤충영농조합법인, 숲속의 작은 친구들이 업무협약을 맺고 울산지역 곤충산업 육성과 곤충생태연구를 위해 곤충산업 육성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곤충·생물다양성 보존 증식기술 개발 등 유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울산농기센터는 지역 농업인들과 도시민들에게 다양한 농업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안정적인 영농활동과 도시농업 확산을 통해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울산농기센터는 농기계임대사업소와 예찰포, 미생물 배양관, 친환경축산관리실, 농업실습장 등 농업인들을 위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울산 농업 정보통신기술(ICT)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기상재해 발생과 병해충 방제 적기를 예측하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안전 생산체계를 구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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