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훈 농촌진흥청 디지털농업추진단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많은 양의 데이터 저장하는 데 어려움은 없지만 농업 빅데이터의 소유권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어

-데이터 확장성 떨어져, 소유권 법제화 시급

인텔 창립자인 고든 무어(Gordon Moore)는 1965년 ‘일렉트로닉스’라는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반도체에 집적하는 트랜지스터 수는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고 했다. 이 말을 2년마다 메모리 용량이 2배씩 늘어난다고 이해하고 ‘무어의 법칙’이라고 통칭한다. 반세기 전에 나온 말이지만 저장장치의 가격이 매우 싼 것을 보면 그 법칙이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저장장치의 가격이 이렇게 싸다 보니, 뭘 저장할지를 고민하지 않고 걸리는 모든 데이터를 다 저장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온 말이 ‘빅데이터’이다. 
 

빅데이터를 우리 삶에 제대로 활용하기위해 지난해 8월에 데이터 3법을 개정해서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하여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제는 가명처리를 통한 빅데이터 생산 및 활용의 법적 근거가 있기에 최근들어 마이데이터 서비스까지 가능해졌다. 금융뿐만 아니라 생산·유통·교육·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산재돼 있는 내 빅데이터를 내가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는 금융보다 농업분야에 훨씬 많다. 금융은 대부분 시계열 데이터인데 반해 농업데이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산되는 데이터의 종류가 달라진다. 식물이 성장하는 모든 과정에서 데이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업분야 빅데이터는 일반 분야 빅데이터와 좀 다른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토마토 생육 초기에는 주로 뿌리와 잎, 굵기 등이 커지면서 빅데이터가 나오고 어느 정도 자라면 꽃이 피면서 그쪽에서 빅데이터가 나온다. 더 지나면 꽃 관련 데이터는 나오지 않고 열매와 관련한 빅데이터가 생성된다. 이렇게 시기별로 빅데이터를 생성하는 부위가 달라진다. 
 

동물에서도 마찬가지다. 양돈을 예로 들면 포유, 이유, 육성, 비육 단계에 따라 배합비, 사육 방법 등을 바꿔야 하고 그에 따라 데이터를 생산하는 부위와 데이터의 종류가 달라진다. 거기에 데이터들이 서로 영향을 주며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사육 시설, 기후, 기상, 사료 종류 등이 서로 영향을 주며 데이터가 변한다. 그래서 농업 빅데이터는 다른 산업 데이터에 비해 그 양이 훨씬 많다. 다행히 저장장치 가격이 싸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어려움은 다른 데 있다. 농업 빅데이터의 소유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농장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생성된 데이터가 누구 소유인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농민의 소유인지, 장비를 개발한 회사의 소유인지 뚜렷하지 않다보니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에 대한 범위가 흐릿하고 그에 따라 데이터의 확장성이 떨어진다. 다양한 농업 데이터를 정부 차원에서 모아주고 이를 민간에서 활용하여 다양한 사업으로 전환시키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민법상 내 물건을 다른 이가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유권에 대한 부분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데이터는 민법상 물건에 해당되지 않아 소유권이 적용되지 않았다. 다행히 지난 4월에 ‘데이터 산업 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데이터에 값어치를 매길 수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가격을 매겨 데이터를 사고파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는 어떤 농업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지, 또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 빅데이터의 소유권에 대한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장장치의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다양한 농업 정보를 저장해 둔 곳이 많다. 조금만 노력하면 마케팅을 위한 다양한 정보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시장 예측을 위한 통계자료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이 정보를 누구의 허락을 받고 써야 하는지가 문제다.
 

빅데이터의 가치는 양이 아니라 데이터 해석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으로 판단할 수 있다. 살아서 꿈틀대는 농업 빅데이터의 소유권에 대한 문제가 하루속히 법제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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