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방제만이 해법...화상병 방제 농가·방역당국 총력대응 필요
농가와 자주 소통...적극적 행동 위한 유인책·보상 문제 현실화해야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과수화상병은 사과, 배나무 등 장미과 식물에서 나타나는 병으로, 우리나라도 2015년 전국 60여 개 농가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지난해에는 600여 곳에서 발생하는 등 증가세에 있다. 하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선제적 방제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본지와 안동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 공동 주관·주최로 지난달 25일 안동대 국제교류관 중회의실에서 치료제 없는 과수화상병,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국내 과수농가의 과수화상병 대응력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간담회의 주요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주최·주관 : 농수축산신문·안동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

일 시 : 2022525() 14:30~17:00

장 소 : 안동대 국제교류관 중회의실

좌 장 : 박덕환 강원대 교수

발 제 자 : 이용환 국립농업과학원 작물보호과 연구관, 박인곤 신젠타코리아 R&D본부장

토론패널 : 채의석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 지도관, 원민정 경북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장, 최형우 안동대 교수, 강두진 안동사과발전협의회장

정 리 : 박현렬·이문예 기자

사 진 : 김동호 기자

 

 

# [개회사] 최상희 농수축산신문 편집국장

올해도 과수화상병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과수화상병은 지난해 사과 주산지인 이곳 안동에서도 처음으로 발생해 농업인의 애를 태웠다. 본지는 안동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와 함께 과수화상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보다 철저한 대비책 마련을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과수화상병 예방, 방제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효율적 대비 방안 마련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펼쳐져 국내 과수 농가의 경쟁력 강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환영사] 정철의 안동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장

과수화상병은 사과의 에이즈라 불릴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고 파급력이 매우 큰 치명적 질병이다. 우리나라 사과, , 복숭아 수출과 관련해 검역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여서 2015년 국내에서 처음 병 발생 이후 줄곧 국가가 개입해 관리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 정부, 산업계, 학계 관계자가 모두 모였다. 과수화상병 선제적 대응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협력의 기반을 닦는 귀중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

 

# [주제발표1] 과수화상병 발생 현황 및 방제 대책
조기 신고 농가에 인센티브 주는 등 빠른 신고 유도 방안 고민해야

-이용환 국립농업과학원 작물보호과 연구관 

국내에선 2015년 처음으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6월 말이 넘어 첫 화상병 신고가 접수됐는데 2020년에는 520일경, 지난해에는 4월 말 신고가 들어왔다. 과거에는 농가들이 초기 증상을 잘 몰라 나무 고사 시점에 신고를 했지만 점점 화상병 증상에 대해 인지하며 신고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상병 다발생의 원인은 증상 구분의 어려움 동일경작자, 외부작업자, 방화곤충에 의한 확산 화상병 방제약제와 시기 문제 임차농의 신고 기피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궤양 제거 적기 약제 방제 작업자 관리 묘목 관리 신속 대응 등이 요구되고 있다.

이 중 궤양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증상 발견시 궤양 하단 40~70cm 이상 아래를 절단하고 감염 24시간 내에 약제가 살포돼야 한다. 내성 방지를 위해 동일 성분 약제는 2회 이상 살포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현재 과수화상병 영상진단·예찰 앱을 개발해 검증 단계에 있다. 올해 말에는 외부에 공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앱의 영상진단을 통해 농가들의 화상병 궤양 진단이 보다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농가 신속신고도 중요한데, 지난해와 2020년엔 신고를 통한 화상병 발견은 60%대에 불과했다. 과수화상병으로 폐원을 하면 손해가 훨씬 크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는 신고에 따른 페널티가 있는데, 역으로 조기 신고 농가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빠른 신고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주제발표] 과수화상병의 해외 발생 및 방제 방법
미국은 현재 일상적 관리 통한 발생 억제에 집중...항생제와 면역유도제 체계처리 권장 추세

- 박인곤 신젠타코리아 R&D본부장 

과수화상병은 1780년대 미국에서 시작돼 현재 전 세계 55개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과와 배를 재배할 수 있는 국가 중 화상병 청정국가는 중국과 일본 정도에 불과하고 거의 모든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화상병 역사가 깊은 미국은 현재 공적방제가 아닌 일반방제를 통한 발생 억제와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개화 이전에 동제를 살포하고 개화초기와 만개 이후에는 항생제 계통 약제를 3~5일 간격으로 3~5일 살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신초(新梢)는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생장조정제를 살포하고 면역유도제를 체계처리해 항생제의 저항성 발생 저감과 효능 증진을 꾀하고 있다.

항생제와 면역유도제 체계처리는 미국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등 항생제 사용에 민감한 국가들에서 권장하고 있는 방식이다. 해외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생제 단독 살포보다 면역유도제 교호살포(번갈아 살포) 시 항생제 효능을 10% 이상 증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지난해 처음으로 신젠타코리아가 비온이라는 면역유도제를 등록했는데 향후 국내 화상병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은 항생제의 수관 주입과 가지 도포처리 등 화상병 발생 억제를 위한 다양한 시도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수화상병이 금지병으로 묶여 있어 다양한 주체들이 관련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종합토론]

 

[좌장] 박덕환 교수=식물과 세균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과수화상병과 관련해 이런 토론의 자리가 마련된 데 감회가 깊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해달라.

 

채의석 지도관=궤양이 과수화상병의 주 전염원인 것은 맞다. 다만 궤양의 범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다. 미국 병리학회의 자료에서도 궤양은 눈에 띄지 않는 상태로 나무에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확연한 궤양도 100% 제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궤양까지 제거하려면 하나의 방제법으로는 불가능하다.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이용해 질병 이동을 막아야 한다. 24일 현재 전국 90농가, 44.4ha에서 농가 폐원이 진행 중이다. 아직 7월 초까지는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지난해와 피해 규모가 유사할 수 있어 우려가 크다.

 

원민정 과장=지난해 안동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며 경북도도 큰 관심을 갖고 예찰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경북이 특히 화상병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는 전국 사과 재배면적의 60.3%를 차지하고 있고, 안동·의성·청송 등 사과 재배지끼리 인접해 있어 한 군데에서 화상병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우려가 있어서다. 경북도는 지난해 궤양 제거, 사후 매몰 등에 집중했지만 올해는 예방활동에 역량을 집중했다. 지난 1~3월에는 궤양제거사업을 추진했는데 모두 큰 예산이 투입돼야 해 어려움이 많았다. 또한 시·군 농업기술센터 직원들 또한 화상병을 다룬 경험이 없어 지도파트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최형우 교수=우리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과수원에 화상병이 상존한다는 가정 하에 전주기적 예찰과 방제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눈에 증상이 보이는 때에는 이미 늦었다고 봐야 한다. 외국에서는 내성 때문에 스트렙토마이신 등 항생제의 연 1회 사용을 권장한다. 대신 비온과 같은 면역유도제의 교호살포를 권장하는데 국내에도 이 같은 방법의 적용이 필요하다. 항생제와 면역유도제의 교호살포 시 생장 억제, 생산량 감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전세계에 발표된 많은 연구 결과에서 개화기에 화상병 침입을 막기 위한 효과적 방법 중 하나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개화기 이외의 시기에 화상병 균주 밀도를 낮출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 정밀하게 세균을 검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데, 이를 지역 연구시설이나 농업기술원 등에서 활용해 발빠르게 화상병을 진단,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

 

강두진 회장=안동지역 사과 생산 농가의 의견을 취합해 보니 과수화상병의 심각성은 알지만 방법론에선 정보가 부족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고령화로 정보 습득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농업기술센터 등의 방문 홍보 활동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방제약을 배포해줘도 이를 살포하기 위해선 시간, 인력, 비용을 투입해야 해 방치하는 경우도 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안 그래도 인력이 부족한 농촌에서 따로 작업자와 장비를 일일이 소독하고 약제를 살포하는 등의 방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농업인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유인책이 필요하다. 보상 문제도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는 매몰범위와 보상 축소 등 행정의 일관성이 없고 손실보상금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농업인들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좌장] 박덕환 교수=농업인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보상금을 산정해 달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코로나19를 예로 들어 정부 입장을 대변하자면,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국민들이 피해를 봤지만 그 중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그래도 자영업자들의 희생과 감내로 실외마스크 해제 등 현 수준까지 올 수 있었다. 정부도 현장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겠지만 현장 농업인들도 선순환을 위해 희생과 감내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채 지도관 의견은 어떤가.

 

채의석 지도관=지난해부터 사전예방에 집중하겠다는 게 과수화상병 관련 정부 방침이다. 현장의 의견도 적극 수렴하고 있다. 기존에는 대책위원회의 병리학자들 중심으로 방제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제는 재배 농가와 학자들도 참여하고 있다. 정부와 공무원들이 방역 최일선에 나서겠지만 코로나19도 국민이 자진해 바이러스 검사와 격리를 행한 것처럼 과수화상병도 생산자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시간, 인력, 비용 등의 문제로 방제 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하셨는데, 0.1%라도 화상병 방제를 위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동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용환 연구관이 발표 말미에 이야기 했듯 신속 신고 농가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과 함께 이와 반대로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방치하는 등 질병 확산 계기를 제공했다면 페널티를 주는 방법도 고민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좌장] 박덕환 교수=지정토론자는 아니지만 이번 간담회를 주죄·주관하신 정철의 안동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장의 의견도 듣고 싶다.

 

정철의 소장=과수화상병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종종 꿀벌 등 방화곤충이 언급된다. 하지만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이 같은 질병 전파에 방화곤충이 기여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세밀한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개연성을 논해야 한다. 오히려 꽃가루를 매개하는 꿀벌이 항생제를 나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획기적 방제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수화상병 문제에 있어 현실을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도록 경제성 분석도 선행돼야 한다. 화상병을 상시 발생 가능한 질병으로 받아들일 때 생산량, 수출량 등 과수산업에 미칠 수 있는 피해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농가에 대한 홍보 강화와 함께 실행 가능한 다양한 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좌장] 박덕환 교수=화상병이 꽃을 통해 감염된다고 해서 꿀벌이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감염에 모든 곤충이 관여하기 때문에 기여도로 따지면 10% 미만이지 않을까 싶다. 경제성 분석은 올해 연구가 종료돼 발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가 입장을 대표해 강 회장께선 더 하실 말씀 있으면 해달라.

 

강두진 회장=농가들은 보상 문제에 예민하다. 농작업 도구와 장비 등의 소독 소홀로 화상병 피해 발생 시 보상에서 제외하는 등 보상과 연계하면 농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방제활동에 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용환 연구관=농작업자의 입장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주면 국내 실정에 맞는 방제법을 만들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밖에 개화기 항생제 살포에 따른 약해 우려 등도 방제의 어려움으로 꼽히는데 농가와 자주 접촉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어 잘못된 인식은 바로잡고 함께 연구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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