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소연 기자]

2년 연속 대흉작을 겪었던 아카시아꿀 작황이 올해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겨울 ‘꿀벌 사라짐’ 현상으로 벌 개체수가 전체적으로 감소해 전체 벌꿀 생산량은 평년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양봉협회와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이하 검역본부)는 지난달 24일 강원 북부 지역인 철원 일대의 이동 양봉장을 찾아 채밀현황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이상 기온으로 인한 아카시아꽃 동시 개화 현상이 안 나타났다. 또한 남부, 중부, 북부 지역에서 꽃이 순차적으로 펴 이동양봉을 하는 농가들의 채밀 횟수가 늘어나 꿀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분 농도가 20% 이상이면 ‘물꿀’로 변해 품질이 떨어지는 데 올해는 강수량이 적고 날씨가 좋아 꿀의 수분 함량이 20% 미만일 것으로 예상돼 고품질의 꿀이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철원에서 이동양봉을 하는 류재광 씨는 “한 드럼 양이 288kg인데 지난해 꿀이 6드럼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올해는 이미 20드럼을 채취했다”고 만족스러운 반응을 드러냈다. 

올해 풍작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지난 겨울 월동붕군 소멸 피해로 벌 개체수가 줄어들어 전체 벌꿀 생산량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양봉협회가 지난 3월 2일 자체 조사한 결과 월동봉군 소멸 피해로 전체 회원 농가 2만4000농가 중 4500농가에서 벌통 42만 군, 꿀벌 84억 마리가 소멸된 것으로 파악됐다. 

포천에서 이동 양봉장을 운영하고 있는 윤화현 양봉협회장은 “올해 아카시아꽃 동시 개화 현상도 없고 비도 적게 내려 벌통을 가지고 있는 농가들은 대풍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꿀벌 사라짐 현상으로 벌통 수가 감소해 전체적인 생산량은 평년 대비 70% 정도 될 것으로 예상돼 풍작 속의 흉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양봉협회는 기후변화에 따른 양봉농가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대책과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먼저 벌꿀 흉작과 봉군 소멸피해에 대한 자연재해 인정, 꿀벌 질병 관련 재해보험 상품 운영해 줄 것을 건의했으며, 질병 저항력과 채밀력이 우수한 종봉 육성·보급과 개화 시기 단축 등에 대비하기 위해 피나무, 쉬나무 등 다양한 밀원단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검역본부는 국내 양봉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인력과 예산 확대를 요청했다.

윤순식 검역본부 세균질병과장은 “세균질병과에서 꿀벌 질병 담당 직원이 2명이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운 점이 많다”면서 “양봉 농가에 도움이 되는 진단법·예방법 개발 등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꿀벌 질병 분야에 조직이 강화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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