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직접 설계한 하우스에 '가장 설레는 온도' 15도로 관리하니 토마토가 '쑥'

 

임재연 ‘15도씨농장’ 대표는 훤칠한 키에 흡사 연예인을 방불케 하는 외모로 눈길을 끈다. 
 

하지만 잘생긴 외모보다 더욱 돋보이는 것은 농업을 대하는 그의 진심, 토마토를 키우는 그의 마음이다.
 

가장 상쾌하고 설레는 아침 온도인 15도를 기억하고 싶어 농장 이름을 15도씨농장으로 지었다는 임 대표를 직접 만나 싱그러운 토마토이야기를 들어보자.

 

#식물을 웃게 해주자
 

“식물의 마음을 알아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식물이 어떻게 하면 물을 잘먹고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안 받게 커가는지, 무엇을 주면 좋아하는지, 혹은 싫어하는지’ 식물의 기분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들이 더 좋은 작물들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항상 ‘식물을 웃게 해주자’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토마토 이야기만 물어도 시원한 미소로 화답하는 그는 토마토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꿈은 세계여행을 하면서 세계의 자연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농촌, 자연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자연속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뭘까 하고 생각하다가 농업을 미래의 직업으로 선택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작물생명과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대학에 가서 본격적으로 실습을 다니면서 자동화시설과 다양한 농사법들을 공부했습니다.”
 

아버지도 농부였기 때문에 농촌에서 낳고 자랐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농업은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줬다. 그는 농업이라는 학문에 눈을 뜨고 농장의 모든 것을 직접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농장 이름이 특이하다고 묻는 사람이 많아요. 새학기, 첫출근, 첫도전 때의 기분과 날씨랄까요. 새학기가 시작하는 3월 아침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집을 나설 때 아침 온도가 15도입니다. 시원하고 상쾌하면서도 설레는 아침 온도처럼 농사를 시작할 때 항상 자신감 넘치고 설레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15도씨농장으로 이름을 지었어요.”
 

농장이름을 실천이라도 하듯 그는 토마토하우스의 야간온도를 14~15도로 관리하면서 토마토재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6개월간 독학해 3D로 직접 설계한 하우스
 

“학교에서 스마트팜에 대해 배우면서 노동력을 절감하고 농사를 영리하게 짓겠다는 생각으로 농촌에 돌아왔어요. 처음부터 스마트팜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향에 오자마자 스마트팜 견적을 7~8군데서 받았는데 정책자금을 모두 모아도 턱없이 모자랄 정도로 높은 견적이었습니다.”
 

당시에 스마트팜을 짓다가 날림공사로 마무리를 하거나 급기야 사기를 당하는 농가들도 보면서 임 대표는 직접 하우스를 지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니 청년 특유의 무모함으로 도전했던 것 같아요. 농업시설의 이론부터 현장까지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주, 화순, 김제 등 유명하다는 스마트팜은 다 가봤던 것 같아요. 직접 공부하고 농촌진흥청에서 나오는 하우스 표준설계도를 봤지만 2D설계도가 이해가 잘 안갔어요. 그래서 프로그램을 직접 배우고 제가 이해할 수 있는 3D설계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6개월을 꼬박 설계도 작업에만 매달렸다. 직접 3D 작업을 하면서 하우스 설계도는 더욱 풍부해졌다. 부자재 하나하나 환경과 작물에 맞게 바꿔가면서 임 대표만의 하우스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설계도를 완성하면서 자재별로 다시 공부를 하고 제 하우스에 맞는 자재를 선정해 그걸 다시 시뮬레이션 했습니다. 전국의 자재 가게에 모두 전화를 해서 가성비 있으면서 좋은 자재를 선택하고 기존에 하는 물받이, 비닐이 아니라 내 농장에 맞는 형태로 변경하면서 시공에 들어갔습니다.”
 

용접을 하지 않고 조립하는 방식으로 하우스를 짓기 시작했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워 작업이 늦어지고 높은 데서 작업을 하다 떨어질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도 여러번 넘겼다.
 

“하우스를 짓는 동안 인생을 배운 것 같아요. 앞이 깜깜한 순간에도 제 스스로 헤쳐 나가면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15도씨농장의 하우스는 단순한 하우스가 아니라 제 모두를 쏟아부어 만든 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너스에서 1억9000만 원 매출 ‘훌쩍’
 

어렵게 완성한 하우스에서 꿈에 그리던 농사를 짓게 됐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강풍으로 하우스의 창문 한 짝이 날아간 적이 있어요. 어떻게든 날아가지 않게 6m 높이의 하우스 천장에 올라가 창문을 부여잡으며 끈으로 묶는데 강풍이 몰아쳐 떨어질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후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안전하게 농사를 짓자고 생각했죠. 농사를 지으면서 현실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청년창업농으로 스스로 시작한 농업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생각하고 일하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넘어지는 법을 배우니  일어나는 법도 스스로 터득하게 되더라구요. 농장을 시작하고 처음 1년은 마이너스로 시작해 농장을 시작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매출 1억9000만 원을 달성했습니다.”
 

임 대표는 이같은 성공을 거둔 것에는 본인만의 토마토를 만들어 낸 것이 가장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광주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포장디자인을 개선해 신선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차광산란스크린 등 에너지 절감 기술을 적용해 경영비를 60% 절감했다. 임 대표가 4-H 활동을 하면서 2019년에 청년농업인 육성공모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지원을 받은 것이 주효했다. 농산물의 상품성이 올라가면서 소득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특히 환경제어프로그램을 도입, 토마토의 생육과 품질을 향상한 것이 획기적이었다.
 

“습도와 이산화탄소, 관수량, 일사량 등 데이터 농업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농사는 땅과 직접 씨름하면서 배운다고 하지만 공부하고 신기술을 익혀야 하는 산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보다 똑똑하게 작물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토마토에 전부를 걸어보고 싶다고 말한다. 미래의 식량을 책임지는 농부로 더 창의적이고 다양한 농법들을 연구해 보고 싶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크죠. 성공한 청년농업인이 되고 싶습니다. 올해는 매출액 2억 원을 달성하고 토마토를 활용한 기능성 상품개발도 시작하려고 합니다. 토마토 관련 청년 조직을 꾸려 학습 공동체를 운영하는 것도 미래 계획입니다. 저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싶다고 생각하도록 더욱 성공하고 싶습니다.”


[멘토인터뷰] 양현철 광주광역시농업기술센터 농업지원과 인력육성팀장

 

“광주광역시농업기술센터는 지역 청년농업인을 위해 청년농업인 육성교육(청년농업인대학, 청년선도농가 역량강화교육), 청년농업인 4-H회 육성, 청년농업인 육성 공모 시범사업, 청년창업농 인큐베이터 농장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양현철 광주광역시농업기술센터 농업지원과 인력육성팀장은 농업을 처음 시작하는 예비농업인들과 대화를 나눌 때 가장 보람을 많이 느낀다.
 

“주로 청년농업인들은 낮에 일을 하기 때문에 저녁에 교육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년 예비농업인들 몇 분과 대화를 나누면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막막함을 호소할 때마다 아는 범위 내에서 농업 관련 정보를 찾아서 알려주고 교육기간 중에 교육을 참여할 때마다 격려와 응원을 해 드렸습니다. 교육을 수료한 청년농업인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농업·농촌에 정착해 나가고 도움을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넬 때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양 팀장은 청년농업인들이 지역 농업·농촌의 공간과 가치를 지켜나가는 지킴이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농촌에 있는 인구수도 급격하게 감소하는데 지역 청년농업인들이 각자 현장에 맞는 광주다운 농업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 이러한 사례를 보고 청년들이 농촌에 돌아와 지역,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농업을 발전시키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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