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규 농촌진흥원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녹색혁명(綠色革命, Green Revolution)은 품종 개량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전보다 더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게 된 농업 분야 개혁의 상징이다. 1944년 멕시코에서 키가 작고 수량이 많은 품종을 개발, 밀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킨 것이 그 시초이며 노먼 볼로그는 다수확 품종 개발과 육종을 통해 식량 증산에 이바지한 공로로 1970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1970년대는 우리나라에서 농촌진흥청이 녹색혁명을 이끌며 보릿고개를 극복했던 시기다. 다수확 벼 품종인 ‘통일벼’ 개발과 보급은 쌀 자급 목표 달성을 가능케 했으며, 국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이제 우리 농업은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국가 탄소중립 목표를 공표한 바 있다. 국가 총배출량에서 농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모든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농식품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2018년 대비 30.6%를 감축하는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벼 재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농업 분야 배출량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온실가스 감축은 새로운 목표가 됐다.
 

농업 분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먼저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우리 농업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식량안보를 위협받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다수확 중심 재배에서 벗어나 저투입 친환경 농법으로 탈바꿈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농진청은 올해부터 ‘저탄소 그린라이스 품종 개발 프로젝트’를 산학연 공동연구로 추진하고 있다.
 

연구개발 전략은 크게 세 갈래로, 먼저 화학비료 절감형 품종의 개발이다. 질소질 비료는 작물의 생산성 증대와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에 지대한 공이 있지만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된다. 화학비료 감축은 저탄소 농업기술의 핵심이다. 단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농업인 소득을 고려할 때 무작정 비료 사용량을 줄일 수는 없으므로 화학비료 사용량을 50% 줄여도 수량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품종 개발을 추진한다.
 

다음은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벼농사를 짓기 위해 논에 물을 가둬놓으면 메탄이 배출되는데 논물 얕게 걸러대기를 하면 상시 담수했을 때보다 용수 사용량을 28%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63%까지 줄일 수 있다. 벼는 근본적으로 물이 많은 논에서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초기생육이 왕성해 조기 활착에 용이하고 가뭄에 잘 견디는 품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메탄가스 방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벼 품종 개발도 추진한다. 메타노젠이라는 미생물이 벼 뿌리에서 분비되는 영양분을 이용해 메탄가스를 생성하는데, 줄기는 배출 통로 역할을 한다. 쌀알이 크고 낱알 수가 많아지도록 또 줄기의 숫자는 줄어들도록 품종을 개량하면 뿌리보다 이삭으로 양분이 더 공급되고 메탄가스 배출을 효율적으로 저감할 수 있다.
 

농진청은 새로운 시대적 흐름 속에서 개청 60주년을 맞이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앞으로 30년, 그 이상을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린라이스는 벼 재배 분야 온실가스를 잡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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