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국제식육가공박람회(IFFA)를 취재하기 위해 20165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간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박람회 현장에선 육가공 솔루션의 자동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에너지 효율, 간단한 세정처리 등을 비롯해 환경친화적인 기술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또한 소비자들이 식육가공제품의 구매와 관련해 위생관리를 기본으로 동물복지를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6년이 지난 올해의 ‘IFFA 2022’는 어떠했을까?

출장을 다녀온 후배 기자의 취재 후기를 들어보면 박람회에선 첨단 기술을 장착한 설비 못지않게 축산물 대체 식품이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취재하며 접했던 것들은 식감 등이 가축으로부터 생산한 기존 제품과는 큰 차이가 있어 구분이 가능할 정도지만 이번 박람회에 출품한 상당수 대체·배양육은 겉모습, 식감, 향 등이 기존의 제품과 사실상 구분이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이는 3년 전인 'IFFA 2019'에 비해서도 수준이나 완성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인 것이다.

축산물 대체 식품은 기술 발전과 산업적인 측면에서 이제 더 이상 무시하거나 간과할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르게 표현하면 전통적인 축산업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외에서 ()’, ‘고기명칭의 사용 금지나 축산 코너 판매금지 등이 요구되고 있고 별도 표기법이 없는 등 대체·배양육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체육에 대한 명칭과 정의, 별도 유형 신설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래학자인 후안 엔리케스는 무엇이 옳은가라는 저서에서 몇몇 전문가들이 2040년이 되면 육류의 60% 이상은 동물을 도축해 만드는 것이 아닐 거라고 추정하고 있고 이런 맥락에서 돼지와 소, 닭 수백억 마리를 키우고 도축하기 위해 전 세계의 농업 수확물 중 절반을 먹이로 소비하는 지금의 시스템은 그리 똑똑해 보이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앞으로 대안 육류가 싸고 손쉽게 공급되면 우리의 윤리 기준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화두로 던지고 있다. 그가 책에서도 밝혔듯이 실제로 20138월 네덜란드의 생체조직공학자는 투자된 연구비가 38만 달러(원화 4억 원)짜리 햄버거를 먹었는데 고기 패티는 실험실에서 생장된 것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 실험실에서 생장시킨 소고기는 고기 1파운드당(0.45킬로그램) 30달러였고 몇몇 사람들은 2020년대 말이면 합성 버거의 가격이 일반 버거보다 낮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브랜드들은 이미 소비자에게 합성 버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2022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도축된 고기냐 아니냐의 논쟁을 이미 넘어서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기술이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학자가 말한 것처럼 기술이 지속적으로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윤리의 수명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실험실에서 생장시킨 고기의 맛이 기존 고기의 맛과 같거나 더 낫고 동물을 여러 해 동안 키워서 도축하는 것 보다 비용이 적게 들면 결국 기술은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바꿀 수 있다.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인 안전성 부분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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