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재배한 딸기로 동화속 그림같은 '스노우베리 케이크'도 만들고 교육농장 명성도

빨간 딸기위에 하얀 눈처럼 뿌려진 설탕가루.
 

생각만해도 군침이 도는 만화 속 딸기 이미지를 구현, 전남 곡성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카페가 있다.
 

딸기를 재배하는 ‘스트로베리’ 맨이 직접 만드는 빵을 테마로 하는 카페 ‘스노우베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맛있는 딸기를 재배하는 것은 기본, 그 딸기를 더 맛있게 빵으로 만들고, 딸기를 주제로 한 다양한 교육사업까지 확장하고 있는 김진우 스노우베리 대표.
 

섬진강과 장미축제로 유명해진 곡성이 딸기의 고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는 야심찬 작은 거인 김 대표를 만나러 곡성으로 가 보자.

 

#생산부터 교육까지 유기적 
 

“부모님이 30년간 딸기를 재배해 오셨는데 제가 농장에 들어오면서 확실한 콘셉트와 테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딸기의 영문명인 스트로베리를 상호로 등록하려고 했는데 고유 명사는 상호로서 법적 권리를 가질 수 없다고 해서 스노우베리로 짓게 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베이커리를 좋아해서 취미로 베이킹을 했는데 틈틈이 제과·제빵 수업을 들으면서 여러자격증들을 취득했습니다. 고향에 돌아와 사업을 시작하면서 농산물을 이용한 베이커리를 제조·판매하기 위해 베이커리카페를 냈는데 ‘스노우베리’라는 이름이 찰떡이더라구요.”

김진우 스노우베리 대표가 딸기로 직접 만든 케이크와 딸기청. 케이크는 오전 중이면 완판돼 오후에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김진우 스노우베리 대표가 딸기로 직접 만든 케이크와 딸기청. 케이크는 오전 중이면 완판돼 오후에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대학에서 환경학을 전공하고 이후 해양환경공단에서 일했던 김 대표는 2019년 귀농을 결정하고 고향인 곡성으로 돌아왔다. 30년간 곡성에서 딸기와 멜론 농사를 지어온 부모님으로부터 농장을 승계받아 딸기 농사를 지으면서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졌다.
 

“3만3000㎡(1만 평) 부지에서 첫 농사를 지으면서 한 작기를 보냈는데 그 해 여름 수확을 앞둔 멜론이 태풍 링링과 타파의 연이은 강타로 물에 잠기면서 모든 노력과 비용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버렸습니다. 그때 크게 깨달았어요. 농업이 가진 한계점들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먼 미래 계획으로 생각했던 사업 구조 조정을 시작했습니다. 원물만 생산해 유통했던 전통적 농업의 비율을 줄이고 베이커리카페와 체험농장을 연계한 복합 영농형태로 이듬해 바로 사업을 전환했습니다.”
 

약관의 나이에 청년농에서 사업자로 변신한 김 대표는 부모님이 딸기재배로 연 매출 1억 원을 올리던 것에서 사업 전환 후 1년 만에 매출 1억 7000만 원을 기록,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수준으로 견줘 봤을 때 3억 원 이상의 연 매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존 농업에 제조업과 교육서비스업을 융합한 복합적 영농형태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조금 더 빨리 자리잡은 거죠.”

 

#가르치는 농부, 농장체험으로 진화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 베이킹 작업을 끝낸 후 농장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됐습니다. 본래 조금의 여유시간도 못 참는 성격이어서 농장체험을 해보자고 생각하고 지난해  5월 관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농장체험을 처음 실시했습니다. 생각보다 폭발적인 반응에 예약된 교육생 규모를 감당하기 힘들어 유치원 교사로 재직하다 육아 휴직 중인 친누나에게 도움을 요청해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쳐본 경험이 전무한 제게 부족한 역량은 누나가 채워줬습니다. 덕분에 첫 교육에서 높은 만족도를 받았고 체험객들의 예약이 이어졌습니다.”
 

대학에서 환경학을 전공하고 해양환경공단에서 바다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을 개발했던 김 대표의 전직이 빛을 발했다. 농업과 농촌 생활을 잘 모르는 도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친환경농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키우고자 시작한 농촌체험 교육농장은 소위 대박이 났다.

아버지의 30년 노하우로 키운 딸기가 스노우베리의 가장 큰 자산이다. 
아버지의 30년 노하우로 키운 딸기가 스노우베리의 가장 큰 자산이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해
 

“혼자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 오히려 화가 됐습니다. 모든 일들을 도맡아서 하다 보니 누수가 나는 부분이 있어 사업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와 역할을 찾아 사업을 재정비했습니다.”
 

부지런함이 몸에 밴 김 대표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베이킹을 하고 카페를 운영하면서 손님들에게 평가를 계속 받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문제점들을 보완해 가면서 스노우베리의 케이크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당일 만든 모든 케이크가 일찍 완판되는 시기, 그는 신규 직원을 채용했다. 
 

“농장과 베이커리의 모든 일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부모님이 생산하는 농산물의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베이커리 메뉴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체험농장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님들은 30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최상품의 딸기를 재배하고 있고 누나는 10년 이상 아이들을 가르친 경력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수업을 통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소비트렌드에 맞는 메뉴와 제품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우수한 농식품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강점으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한 것이 매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모든 일들을 전부 혼자서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협업을 통한 시너지로 사업이 발전하는 것을 보고 지역의 농업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곡성군 4-H연합회, 겸면청년회, 목화마음 딸기작목반에 가입해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특히 4-H연합회 활동을 하면서 젊은 청년농업인들과 함께 지역 농업 발전을 위한 소모임 결성체인 아이디어링크를 구성해 타시군 선진지를 견학하고 우수한 사례들을 벤치마킹, 지역 농업에 접목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작고 강한 농업을 목표로 농장을 최적의 규모로 유지한 상태에서 원물 생산에서 가공 판매까지 전사적으로 철저하게 관여해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나아가 친환경농업에서 유기농업으로 발전해 환경보호와 먹거리 안전을 선도하는 농가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작은 거인 김 대표의 큰 꿈이 이뤄지는 것이 멀지 않아 보인다.

 

[미니인터뷰]윤재영 곡성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과 지도사

“곡성군 전체 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고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어 청년농업인 육성이라는 업무의 책임이 막중하게 다가옵니다. 청년농업인들의 고충을 듣고 ‘어떻게 하면 농가소득을 향상시킬까’, ‘어떻게 하면 청년농업인들이 농촌에서 더 편하게 농업을 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합니다. 내가 지원해주는 사업이 성공적인 결과를 이뤄 그 결과물을 보거나 청년농업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들을 때면 농촌지도사로서의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윤재영 곡성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과 지도사는 곡성군농업기술센터가 청년농업인들의 육성을 위해 영농4-H회원들을 대상으로 ‘과제활동 지원사업’을 매년 추진하고 농가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 절감형 스마트 청년농업인 육성사업’을 2019년부터 실시하고 있다고 밝ㅤㅎㅓㅆ다. 또한 단순 농기계나 장비를 지원하는 게 아닌 스마트온실·과수·축사 등 분야별 스마트 농업에 대한 환경관리 자동제어, 정보통신기술(ICT)분야 등을 지원해 미래형 청년 농업 인력을 육성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배우는 청년농 체험농장 육성사업 등 다양한 청년농업인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노우베리는 지난해 현장에서 배우는 청년농 체험농장 육성사업으로 지원을 받아 우리 지역농산물을 가공·실습을 할 수 있는 체험시설을 구비, 관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딸기를 활용한 베이킹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청년4-H회원 우수과제 창업농 육성사업으로 선정, 농산물 가공시설 기반조성에 일조하는 등 김진우 대표가 곡성을 대표하는 청년농업인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윤 지도사는 곡성에 있는 청년농업인들이 좀 더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새로이 들어오는 청년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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