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공서 농업인으로...
1년 내내 생산·친환경적인 '수경재배' 매력에 빠졌죠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용접공은 왜 농업인의 길을 택했을까?

해외 철강기업에서 특수용접 전문가로 열심히 일하던 정찬수 바른애그리컬처 대표는 지난해 갑작스럽게 농사일에 인생을 걸기로 마음 먹었다. 그것도 수경재배로 로메인을 키워보기로.

‘농사 처음 짓는 사람이 수경재배가 되겠느냐’는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에도 꿋꿋하게 제 목표만을 찾아 1년을 걸었더니 이제는 제법 가시적 성과도 나고 있다. 정 대표는 협력농장을 통해 수경재배를 확산하고 귀농컨설팅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푸른 꿈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정 대표를 만나 그가 꿈꾸는 바른애그리컬처의 미래와 계획 등을 들어봤다.

 

# ‘친구의 죽음’ 이후 농사꾼이 되기로 결심 

1년 전만 해도 정 대표는 호주에서 특수용접공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곳 저곳을 떠돌 수밖에 없는 업무 특성상 종종 자신의 직업에 회의감을 느끼기는 했어도 결국엔 남들처럼 그렇게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잠시 비자 문제로 한국에 들렀다가 친구의 부고 소식을 전해들었다. 허무함이 밀려왔다. 그 길로 인생 전반에 대한 설계도를 다시 그렸다. 소중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때마침 귀농한 부모님을 보며 농업으로 눈을 돌렸다. 

“타향살이가 너무 고되고 가족이 그리웠어요. 직업에 대한 회의, 친구의 죽음, 부모님의 귀농, 이 세 가지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저를 농사일로 이끈 것 같아요.”

농사 첫해에는 부모와 함께 토경재배로 열무, 얼갈이 배추 등을 키우며 연 4000만 원 정도의 소득을 얻었지만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보다 저비용, 고소득의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수경재배를 떠올렸다. 

하지만 부모님, 특히 아버지의 반대가 매우 강했다. 이웃들도 ‘실패할 것’이란 부정적 말들로 정 대표를 힘들게 했다.

당시를 떠올리며 정 대표는 “마음이 힘들어질수록 수경재배를 더욱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공부했고 더 열심히 아버지를 설득했다”며 “그 덕분에 바른애그리컬처만의 재배 노하우를 만들 수 있었고 아버지는 현재 나의 가장 든든한 사업 파트너가 돼 사업 성장을 함께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토경재배보다 월 수익 5배 이상 ‘쑥’

바른애그리컬처는 매일 오전 생산된 싱싱한 로메인을 소비자에게 배송하고 있다. 
바른애그리컬처는 매일 오전 생산된 싱싱한 로메인을 소비자에게 배송하고 있다. 

정 대표가 수경재배에 빠져들게 된 건 1년 내내 농작물 생산이 가능해 생산성이 높고 친환경적이라는 점이었다. 특히 바른애그리컬처가 도입한 ‘박막수경재배’ 농법은 배지 아래 아주 얕에 물을 대는 방식이어서 물과 비료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농가소득이 크게 올라간 건 가장 큰 매력 포인트. 2645㎡(약 800평) 규모에서 1년여 간 시험재배 기간을 거친 후 지난 2월 처음 작물을 심고 3월부터 본격 수확에 돌입했는데 성과는 놀라웠다. 토경재배에서 연 4000만 원, 월로 따지면 300만 원 수준이던 소득은 현재 5배 이상 늘었다. 3월에는 1톤·500만 원, 4월에는 2톤·1000만 원의 생산량과 매출액을 기록하더니 지난달에는 4톤 생산에 17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 대표는 “시스템이 정착된 지 얼마 안됐지만 매달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며 “현재 꾸준히 생산량이 늘고 있어 여름철인 8~9월 두 달간의 매출은 1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물 선택이 탁월했던 것도 좋은 성과를 내는 요인 중 하나였다. 정 대표는 본격 생산 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샐러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상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지 등을 설문조사했다. 

1위는 양상추였고 2위가 로메인이었는데 양상추는 수경재배로 키우기 부적합해 로메인을 선택했다. 정 대표의 꼼꼼한 성격에서 비롯된 계획적인 사업 추진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로메인은 전량 온라인 유통플랫폼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판매량의 절반 이상은 샐러드 매장에서, 나머지는 개인 소비자가 가정 소비용으로 구매하고 있다. 바른애그리컬처는 현재 로메인의 판매가 꾸준해 버터헤드 등 다른 작물들도 시험재배하며 품목 다양화도 계획하고 있다.
  

수경재배로 키워내고 있는 로메인
수경재배로 키워내고 있는 로메인

 

#협력농장과 함께 성장해 ‘연 100톤’ 출하 목표

정 대표는 이 같은 자신의 성과와 노하우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구상 중이다. 협력농장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수경재배 시설 설치에서부터 재배 노하우 공유, 판매까지 책임지는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바른애그리컬처가 마진을 최소화해 저렴한 비용에 시설을 설치하고 협력농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전량 판매해주는 대신 일정 부분의 유통 수수료를 취하는 것인데, 농가는 판매 걱정 없이 생산에만 몰두할 수 있고 바른애그리컬처도 사업 확장의 계기를 만들 수 있어 상호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농장 한 곳과 협력관계를 맺고 시설을 설치 중이다. 

그는 “농업도 다른 분야의 창업과 같이 꼼꼼히 따져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낭만만 갖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냉철하게 판단하고 접근하라’ 충고하고 싶다”며 “수경재배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와 함께 여러 시스템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올바른 조언을 받아 성공 확률을 높이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른애그리컬처는 올해 매출액 3억 원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궁극적 목표는 바른애그리컬처 농장과 협력농장 등을 통한 연 출하량 100톤 달성이다. 이를 위해 샐러드 업체들을 타깃으로 한 절단 손질 로메인 상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또한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6차 산업형 체험농장을 활성화 해 귀농희망자와 어린이의 교육·놀이·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수경재배에 대한 전문적 연구가 많지 않아 직접 해외 자료나 유튜브 등을 뒤져보며 스스로 어렵사리 노하우를 쌓아나가야 했다”며 “관련 연구가 축적되고 수경재배에 대한 지원사업이 늘어나 보다 강소농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멘토 인터뷰] 신유리안나 청주시농업기술센터 지원기획과 인력육성팀 지도사
“청년농업인들이 두려움 없이 새로운 도전 해나가길”

“청년농업인의 ‘멘토’보다는 ‘지원사격수’ 정도로 불러주시면 좋겠습니다. 청년농업인들이 사업을 안정화 해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경로를 제공하고 지원사업을 연계해 주는 등 측면 지원을 하는 거죠. 앞으로도 이런 활동들을 통해 청년농업인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게 제 바람입니다.”

신유리안나 지도사는 2020년부터 청주시농업기술센터 인력육성팀에서 일반 농업인·청년농업인 교육·사업 지원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신 지도사는 그동안 많은 청년농업인들의 농장을 방문했지만 바른애그리컬처를 처음 방문했을 때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수경재배 기술이 신규 진입 농업인들이 도입하기에는 어려운 농법인데다 신 지도사마저도 농업박람회 외에 실제 농장에서 접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청년농업인들이 새로운 도전에 적극적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이유로 오히려 기존의 농법과 기술 등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정찬수 대표가 수경재배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국내외 논문 등을 찾아가며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센터에서도 최대한 많이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른 청년농업인들도 정 대표처럼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청주시농업기술센터는 이러한 청년농업인들의 도전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청년농업인 경영진단·분석 컨설팅’ 사업을 통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며,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 ‘젊은농업인 자립기반 구축 경쟁력 제고사업’, ‘영농4-H 기초영농 지원사업’ 등 다양한 청년농업인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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