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온실가스 저감…경제성 확보해 한우산업 ‘안정성’ 제고

[농수축산신문=송형근 기자]

정부는 기후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소 사육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실증시험을 시작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15일 농협 안성목장에서 소 사육방식 개선 시범사업착수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탄소중립 시대, 한우산업의 새로운 도약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보, 조재철 농협경제지주 축산기획본부장, 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장,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 최창열 전국한우조합장협의회장(거창축협 조합장), 이지웅 한국축산학회 한우연구회장, 주경순 소비자교육중앙회장 등이 참석해 정부의 소 출하월령 단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기 위한 노력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 사육 기간 단축으로 한우산업 안정성 높여나갈 것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왼쪽부터)와 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장,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이 농협 안성목장 내 축사를 돌아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왼쪽부터)와 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장,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이 농협 안성목장 내 축사를 돌아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그동안 소 사육방식은 생산 측면에서 봤을 때 품질 제고 등을 위해 사육 기간을 늘리면서 곡물사료 의존도 심화, 고투입·장기사육 구조가 굳어져 왔다. 이 같은 관행으로 인해 축산농가의 생산비는 증가하고 국내산 소고기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수입 소고기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에는 사육 기간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분뇨량, 그에 따른 온실가스 발생량 또한 증가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우산업의 경쟁력을 저하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농협 축산경제에 따르면 2000년대 초 한우 사육 기간은 약 23개월에 불과했지만 2010년 약 28개월, 2020년 약 30개월로 고급육 생산을 위해 꾸준히 사육 기간이 증가해 왔다. 또한 사육마릿수가 증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2011840만 톤CO2eq에서 2017860만 톤CO2eq로 늘어났는데 오는 2030년에는 1100만 톤CO2eq, 20501160만 톤CO2eq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 차관보는 소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은 아니지만 축산농가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로 인한 악취로 인해 국민적 인식은 그리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가축 사육마릿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축산업이 현재 농업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사육방식을 개선해 나가 한우산업의 안정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사업 취지에 대해 밝혔다.

조 본부장은 한우는 그동안 유전능력 개량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양질의 고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하지만 더 높은 등급의 고기를 생산하고자 한우농가에서 저마다 사육 기간을 늘리면서 높은 가격으로 인한 소비자 접근성이 낮아지고 환경오염물질 배출량이 증가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정부의 소 단기사육 모델 개발에 적극 협조하며 한우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 유전형질에 따른 최적의 출하월령 산출 통해 사육 기간 단축 방법 제시할 것

농식품부에 따르면 소 사육방식 개선 실증시험은 가축시장에서 거래되는 6개월령 송아지 600마리를 대상으로 유전능력 평가를 통해 육질형, 육량형으로 나눠 농협 안성목장에 입식할 계획이다.

유전형질별로 각각 24, 26, 28개월령으로 나눠 사육하고 30개월령 사육한 소와 비교할 예정이다.

박 차관보는 실증시험과 더불어 유전능력 맞춤형 사양관리 프로그램 개발 단계별 탄소배출 측정 조사 송아지 유전능력 평가시스템 개발·고도화 단계별 품질수준 조사 주요국가의 소 사육방식 조사 단기 사육 비육우 마케팅 전략 수립과 시장성 확대 방안 등의 병행과제도 함께 수행할 것이라며 소 단기 사양 프로그램 개발과 농가소득 제고를 위한 유통·소비 구조 개선방안 등의 조사·연구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경제성 확보, 등급제 개편 등 고려해야

이날 사업 착수 기념행사에 이어 농협 창업농지원센터에서 열린 소 사육방식 개선 관련 심포지엄에서는 향후 사육방식 개선으로 단기 비육우가 시장에 나왔을 때 농가가 적정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재의 소고기 등급제 또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상곤 경상국립대 교수는 소 사육방식 개선에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데 우선 송아지 개체의 유전능력이 정부가 밝힌 계획과 같이 다 같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비슷한 개체를 입식해 실증시험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향후 결과가 단기 비육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유전형질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입기간 단축으로 사료의 효율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고 환경부담 저감 측면에서 봤을 때 개체당 온실가스 발생량을 낮출 수는 있겠으나 총량에서 발생하는 환경부담 저감 효과가 나타날지는 큰 의문이 든다특히 30~32개월 비육해서 출하하는 것에 비해 24~28개월로 사육 기간을 줄여서 출하했을 때 같은 한우의 등급에서도 개월령 차이가 발생하는 등 소비자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어 현재의 등급체계도 적절히 손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한우농가가 장기 비육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소고기 시장 상황 때문인데 보통 공판장에서 높은 등급, 상위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32개월 이상 길러야 한다소비자들은 근내 지방도가 높은 한우를 선호하고 있어 현장에서는 사육 기간을 길면 34, 36개월까지 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실증시험을 통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하면서 향후 개발되는 사육 프로그램을 농가가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경제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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