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이어져오던 수산보조금 협상이 미완의 상태로 막을 내렸다. 개혁대상이 된 세계무역기구(WTO)는 발버둥을 치듯 반쪽도 안되는 수산보조금 협상을 타결시켰고 WTO회원국은 앞으로 4년간 면세유와 원양어업보조금, 개발도상국 특혜에 대해 다시 논의해야한다. 이에 따라 지금 당장은 면세유를 비롯한 각종 보조금이 폐지되지 않는다.

문제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다. 국제사회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어선원의 강제노동 등 인권문제를 국제규범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어업인의 고령화와 어선원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으며 어선 역시 노후어선의 비율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생산성 제고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면세유를 비롯한 보조금이 축소된다면 산업의 기반이 약화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연근해어업의 구조개선을 위한 마지막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우리나라는 유엔 해양법 발효와 한·중, 한·일 어업협정을 체결할 당시 어업구조개선에 실패했다. 자유무역협정(FTA)과 다자간 무역협정 등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연근해어업이 면세유를 비롯한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산업으로 재편하지 못했다. 수산보조금 협상의 타결은 국내 연근해어업의 구조개선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수산보조금 협상이 21년간 이어져오면서 국내 어업인들의 인식에서도 ‘설마 면세유가 폐지되겠어’라는 시각이 팽배해있다. 이런 인식의 배경에는 국익을 이유로 협상의 진행상황 등에 대해 비밀주의로 일관했던 해양수산부의 패착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수산보조금 협상의 결과를 수산업계와 공유하고 면세유를 비롯한 모든 보조금이 폐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수립해야한다. 이를 바탕으로 연근해어업분야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탄소중립, 고령화 등에 대비할 수 있는 관련 기술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4년. WTO는 면세유 등 쟁점사항의 협상기간으로 4년이라는 시한을 제시하면서 기간내에 쟁점사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전체 보조금 협상을 실효시키도록 하는 배수진을 쳤다. 이를 다시 말하면 국내 수산업의 구조재편에 4년이라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 4년을 낭비할 경우 우리 수산업의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불씨도 꺼져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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