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박유신 부국장
박유신 부국장

지난 20일부터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지에스(GS) 등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다보면 다소 생소하면서도 눈에 띄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바로 포장을 하지 않은채 낱개로 판매되는 농산물이 유독 많아졌다는 점이다.

낱개 판매 품목도 특정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양파, 감자, 당근, 고구마, 양배 추, 무, 오이, 파프리카, 옥수수, 사과, 참외, 토마토, 버섯 등 다양하다. 그간 가급적 벌크 판매 낱개 판매를 꺼려했던 대형마트들이기에 그것도 일부 점포가 아닌 전국 모든 점포에서 낱개 판매에 나선 것은 분명히 이례적이다.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일제히 무포장·낱개 판매에 나선데는 정책적 이유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들 5개 대형마트들과 협조해 지난 20일부터 ‘농산물 무포장·낱개 판매’를 전국단위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소량, 낱개 단위 구매를 원하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대부분 마트에서는 농산물을 여러 개 포장한 형태로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 선택의 폭이 좁고 필요한 수량 이상 농산물을 구매하는 등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농산물을 별도 재포장해 유통·판매하는 과정에서 포장재 등 폐기물도 부수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특히 정부가 앞서 지난 2월 중순 일주일간 전국 17개 시·도별 5개 대형마트와 협력해 양파를 낱개 시범판매를 추진한 결과 소량 구매가 가능하고 폐기물 저감 등의 이유로 소비자들이 낱개 구매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농산물 무포장·낱개 판매에 불을 지폈다.

정부는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전 단계에 걸쳐 국산 농산물의 무포장 유통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농가의 경영부담을 완화하고 산지 인력 수급 문제 해결은 물론 소비자의 구매 선택권 확대와 장바구니 부담 경감, 계획적·합리적인 맞춤형 소비 문화 확산, 친환경 소비문화 장려 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무포장·낱개 판매를 통한 이 같은 기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물론 양파의 경우 가족원 수가 적은 상황에서 1~4kg를 구매하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포장형태도 보통 그물망에 넣어 판매돼 특별한 기술적 노하우도 필요하지 않아 무포장·낱개 판매가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농산물이 모두 양파와 같지는 않다.

농산물 포장에는 이유가 있다. 유통과정에서 농산물을 신선하고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눈에 띄는 개성 있는 포장 디자인은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기도 한다. 또 제주하면 감귤, 해남하면 고구마 등이 생각나는 것처럼 지역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포장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상품이 실제 잘 팔리기도 한다.

이 같은 포장의 필요성은 각설하고도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냐는 측면에서 무포장·낱개 판매를 장려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내가 구매하는 농산물이 어디서, 언제, 어떤 인증을 받아 어떤 경로로 유통되었는지 궁금해 하고 생산·유통업자는 반드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포장에 그 내용을 명시해 확인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포장·낱개 판매시에도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안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더불어 대형마트들이 벌크판매, 낱개판매를 꺼려온데는 판매시 좋은 상품만 골라 구매하다보니 감모율이 높고 쓰레기 발생도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혹시 무포장·낱개 판매 이후 이 부분에 대한 부담이 생산자나 출하자에게 전가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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