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일 강원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소농, 지속가능 농업 유지 핵심적 역할

젊은 인재가 지역에 돌아와 소농으로서 생활 가능하도록

정책적 제도적 유도 필요한 시점

농업·농촌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국제 석유가격이 1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르고 있어 코로나19 이전에 60달러 이하였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여기에 기후위기와 전쟁 등의 변수로 식량안보 위기까지 발생해 초고물가 시대를 살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전국기초자치단체의 49.6%가 소멸위험에 있다고 보고하며 지역소멸위험의 주원인이 제조업 일자리의 구조적 변화에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젊은 고학력·고숙련 집단은 새로운 기술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이동하게 돼 지역이 소멸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으로 집중된 인재를 지역으로 분산하고 지역중소기업과 대학의 혁신, 공공·민간연구소의 확대 등을 통해 지역의 인재가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농촌에 젊은 인재가 없다는 말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젊은 인재들이 새로운 기술을 찾아 수도권이나 도시로 이동함에 따라 농촌은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은 고령층이 많아 농업생산에 대한 기술축적이 있어도 노동력과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있다. 농촌농업에 젊은 인재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가족농과 같은 소농은 농촌에 젊은 인재(가족)가 정주할 수 있는 기본적이고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인재가 농촌에 정주하면서 농업을 영위한다는 것은 다른 산업과 달리 기후와 토양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기반 위에서 농업생산을 위한 유무형의 기술과 경험이 오랫동안 축적돼 결합하는 과정이 요구되는 어려운 일이다. 동시에 그들이 농업을 통해 안정적 소득으로 생활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규모화나 대량생산 체계로 대표되는 생산주도의 농업 활동은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는 데 크게 공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생태환경의 부하로 지구환경 악화, 지구온난화, 야생동식물의 감소, 과도한 토지이용에 의한 토양침식과 사막화 등이 부산물로 남기도 했다. 
 

국민이 농업에 기대하는 것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식량공급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의 대량생산체계로 우리의 식생활은 윤택해지고 편리해졌지만 우리의 먹거리와 식생활이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안심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먹거리가 균일화나 획일화된 상태로 생산되거나 특정 지역에서 집중생산되는 규모확대 중심의 농업생산방식은 안정적 식량 공급이 어려우며 지역이나 국가 고유의 문화적 다양성을 상실하게 해 건전한 사회를 이룰 수 없게 만든다. 먹거리는 지역과 민족 등에 의해 그 풍토에 적합한 기술로써 생산되며 그것이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면 고유의 문화가 된다. 소농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농업이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이룬 최대의 역할은 첫 번째가 인간의 생존과 생활을 위해 식량과 생활 자재를 공급하고 문화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연을 이용해 동식물이나 미생물의 기능을 개량하고 의식주에 필요한 자재를 확대하거나 재생산해 지역사회를 형성하고 발전시킨 것이다. 세 번째는 생물자원이나 생태계의 유지·관리, 지역의 각종 자원을 순환적으로 이용해 환경보전과 환경개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3가지의 역할은 어느 하나가 붕괴된다면 공멸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항상 상호 유기적이고 보안적 관계에 있어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소농이 할 수 있는 이러한 농업의 역할은 21세기에서도 농업 활동의 핵으로서 계승·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농업은 다른 산업과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으며 농업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때 그 가치를 발휘한다. 즉 작은 것이 합당한 곳에서는 작은 것이 최선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소농은 농업 본래의 특성과 풍토를 살리며 지역농업의 활성화에 기여하며 인간성을 회복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지역 특성에 따라 소농이 적합하다면 소농을 육성하는 의식 전환과 과감한 정책이 요구된다. 젊은 인재(가족)가 지역에 돌아와 소농으로서 생활이 가능하도록 정책적 제도적 유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농촌농업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은 규모확대의 상업농이 아닌 ‘소농으로서의 젊은 인재(가족) 육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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