젋은층까지 소비 확대
인삼전문카페 통해 ‘인삼은 쓰다’ 선입견 바꿔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이미 지역에서 인삼 블로거로 유명세를 탄 어머니의 뒤를 이어 2대째 인삼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청년농업인이 있다. 영농조합법인 촌부일기의 정철헌 대표다.

아내와 남동생까지 동참해 가족경영을 이어나가며 시나브로 인삼시장의 틈새를 노리고 있는 촌부일기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들어본다.

 

#부모님 가업 이어받아 달삼브랜드 출시까지

정철헌 대표
정철헌 촌부일기·달삼 대표

촌부일기는 정 대표의 어머니가 10여 년 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블로그 이름이다. 블로그 운영 초기 제법 기사화되고 입소문을 탄 촌부일기라는 이름을 그대로 영농조합법인명으로 쓰고 있다. 30여 년 간 인삼 농사를 지어온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받는다는 의미도 있었다.

정 대표는 대학에서 차()학과 식품공학을 복수전공했다. 이후 2017년 군대 전역 후 부모님의 농장에서 일하며 인삼 재배의 기초를 배우고 2018년부터 충북농업기술원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하며 본격적으로 인삼 농사에 뛰어들었다. 홍삼시장의 대기업 독점구조로 어려움이 많지만 차별점을 부각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정 대표는 꾸준히 경영비가 오르고 있지만 인삼가격은 그만큼 상승하지 못하면서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속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인삼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홍삼추출액과 농축액 제품 생산을 해도 대기업 모방 수준에 불과해 우리끼리 가격 경쟁을 하고 서로 가격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며 제품 다양화와 차별화의 절실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가장 먼저 중장년층에 편중된 인삼 소비를 젊은층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젊은층이 인삼을 꺼리는 이유가 쓴맛에 있다고 보고 쓰지 않은 달달한 삼, 달삼(DALSAM)’ 브랜드를 출시했다.

 

#달콤쌉싸름 달삼 인삼쉐이크인기...“제품 개발 매진할 것

카페 인삼댁에서 판매되고 있는 홍삼 제품과 인삼쉐이크
카페 인삼댁에서 판매되고 있는 홍삼 제품과 인삼쉐이크

달삼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정 대표는 지난해 충북혁신도시에 인삼전문카페 인삼댁을 열었다.

카페 인삼댁의 대표 메뉴는 단연 인삼쉐이크. 젊은 직장인들이 많은 지역에서 인삼쉐이크가 얼마나 인기가 있을까 싶지만 기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대부분의 카페에서 가장 많은 판매 비중을 차지하는 게 아메리카노인데 이곳의 인삼쉐이크는 그와 비등한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카페에서 음료를 제조하고 있던 정 대표의 동생 정 헌 씨는 직접 재배한 인삼에 우유와 꿀을 섞어 달달하게 만들어 20~30대 젊은 여성층이 주 소비층이라며 한 번 맛 본 고객들의 재구매율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함께 카페를 운영 중인 정 대표와 동생 정 헌 씨(왼쪽 첫번째), 아내 정예림 씨(오른쪽 첫번째)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함께 카페를 운영 중인 정 대표와 동생 정 헌 씨(왼쪽 첫번째), 아내 정예림 씨(오른쪽 첫번째)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제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인삼쉐이크 외에도 달삼 브랜드를 확실히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킬 만한 제품들을 개발 중이다. 10여 년동안 어머니가 인연을 맺어온 고객층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달삼을 통해 보다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촌부일기 성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칙대로’, 10년 전 가격 그대로

카페 한 쪽에는 홍삼 제품 제조시설까지 갖췄다. 여기서 생산되는 홍삼은 카페 방문객들에게 판매되거나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이곳 홍삼의 특징은 6년근 인삼을 사용한다는 데 있다. 6년근 인삼 대부분은 대기업으로 납품되고 있어 시중에서 중소업체들의 6년근 홍삼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촌부일기는 부모가 해온 방식과 원칙 그대로 48시간 저온추출한 6년근 홍삼 제품을 10년 전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재구매율도 높은 편이다.

정 대표는 재구매 비중이 약 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자체 HACCP 시설에서 위생적으로 가공해 유통마진을 최소화해 직거래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홍삼 가공 판매 의지가 있는 지역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도 시도해 볼 생각이다. 지난 3~4년 가공 OEM 공장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직접 가공시설을 들였던 자신의 경험을 통해 느낀 것들이 있어서다.

그는 특히 가공에 관심이 많은 청년농업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카페 내 홍삼 제조시설에서 생산된 홍삼액
카페 내 홍삼 제조시설에서 생산된 홍삼액

 

#젊은층까지 매료시킬 인삼힐링농원구축 박차

정 대표의 목표는 ‘5년 내 연 매출 50억 원 달성이다. 이는 전체 홍삼 시장의 0.35%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의 일환으로 촌부일기는 지난해 충북농업기술원으로부터 발효홍삼과 관련한 프로바이오틱스 특허기술을 이전받고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획득했다.

올해 초에는 ‘2022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실용화기술 연구개발(R&D)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향후 최대 1억 원의 사업비를 신제품 출시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사업 지원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공정고도화사업에도 도전해 내년에는 융자를 포함, 7억 원을 가공시설과 장비 규모화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배혜린 지도사(왼쪽)와 정 대표(오른쪽)가 촌부일기 인삼밭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배혜린 지도사(왼쪽)와 정 대표(오른쪽)가 촌부일기 인삼밭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해 나갈 생각은 없다. 정 대표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제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욕심 내지 않고 차분히 성장해 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생각이다.

그는 제주의 유명한 차(tea) 박물관을 역할모델로 해 인삼힐링농원을 계획 중이라며 젊은이들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춰 예쁜 공간들을 구성하고 맛있는 디저트와 음료를 판매해 젊은 층도 자연스럽게 인삼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촌부일기는 현재 관련 부지를 확보해 인삼을 파종하고 기초 조경공사를 마무리하는 등 인삼힐링농원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카페 달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인삼 활용 메뉴들을 선보이며 성공 가능성을 점쳐보는 시험무대로써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의 이 같은 사업 추진의 바탕에는 아버지의 인생 철칙이 녹아 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대충할 것이라면 아예 시작을 하지 마라. 무엇이든 하려거든 제대로 해라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어왔어요. 아버지의 말씀을 거름 삼아 누구보다 정직하게 생산하고 모든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고 싶습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남다른 의지와 힘이 느껴졌다.

 

 

[멘토 인터뷰] 배혜린 음성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

촌부일기·달삼 사례 보고 
더 많은 청년들이 농촌에 모여드는 계기 되길

 

인삼 소비층이 한정적이고 판매량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여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촌부일기는 적극적인 제품 개발과 판매 역량 강화로 인삼 산업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기대가 됩니다.”

카페 인삼댁에서 만난 배혜린 음성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마치 자신의 가게인 마냥 카페 이곳저곳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배 지도사는 촌부일기, 달삼과 같은 사례들을 보고 더 많은 청년들이 농촌에 모여들고 농업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음성군농업기술센터도 여러 방면에서 청년농업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철헌 대표도 음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2019년에는 인삼시설재배시범사업으로 비닐하우스, 관수시설 설치에 4000만 원을 지원받았고, 올해는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으로 4500만 원을 지원받아 인삼·홍삼 제품 개발과 포장 디자인, 온라인 플랫폼 마케팅 등을 추진 중이다.

음성군농업기술센터는 최근 이 같은 청년농업인들을 위한 지원을 크게 늘려나가며 지역의 청년농업인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배 지도사는 음성군농업기술센터의 청년농업인 지원은 20192개 사업, 2900만 원 규모에서 올해는 4개 사업, 17000만 원으로 586% 이상 확대됐다음성군으로 이주를 원하는 청년농업인들의 많이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음성군뿐만 아니라 전국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다양한 청년농업인 단체를 소개받아 정보를 교류할 수 있고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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