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용 쌀에서 K-푸드, 가공 전용 쌀 분질미까지…식량안보 역할 톡톡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쌀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단순히 ‘쌀은 밥이다’라는 공식이 아니라 ‘쌀은 밥이며, 건강식품이고 최근에는 글로벌 식량위기 속 국민의 든든한 먹거리이자 수출효자 품목’ 등으로 그 이미지가 변화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곡물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자급자족이 가능한 농산물이 쌀이다. 비록 과거에 비해 소비량도 자급률도 떨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2020년 기준 92.8%로 부동의 자급률 1위 자리를 지키며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이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식량안보가 각국의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쌀을 통한 식량안보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여기에 단순히 밥상용 쌀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계층과 세대, 국가를 타깃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케이(K)-푸드(Food)의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 시대변화에 쌀 소비도 지속 감소

과거 쌀을 주식으로 했던 농경생활시대의 쌀과 지금의 쌀이 주는 기능이자 위상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과거의 쌀은 우리 민족의 주식이자 생활의 토대가 된 가장 귀중한 식량으로 여겨 왔으나 세월이 흘러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높아졌으며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쌀의 위상이 예전만큼 못한 것도 사실이다.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21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양곡 소비량은 65.0kg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이중 쌀 소비량은 56.9kg, 기타양곡은 8.2kg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 5.7% 감소했다. 쌀이 주식이었던 30년 전인 1991년 116.3kg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보통 밥 한 공기에 쌀 100g이 들어간다고 하니 하루에 한 공기 조금 넘는 쌀을 먹는 것이다. 매끼 상위에 올라왔던 흰 쌀밥은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를 육류와 수산물, 인스턴트 간편식, 외식이 차지했다.

# 재조명 되고 있는 쌀의 가치

그런 차에 수년 전부터 쌀의 가치가 재조명 받으며, 쌀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집밥 수요가 늘어나는 등 변화된 소비 트렌드에 맞춰 쌀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속속 개발돼 적극적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서면서다.

변화된 쌀의 소비행태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1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쌀과 관련한 주요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쌀 등 식품을 주로 구입하는 장소로 대형할인점 선택 1순위 △쌀 등 식품 구입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가격‘ △곡류나 과일의 온라인 구입 가구비중 증가 등이 확인된다. 물가상승과 함께 코로나19로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많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이 같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쌀과 쌀가공식품의 개발이 활발하다.

특히 외식 증가, 고령화, 저조한 출산율,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밥상용 쌀 소비가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쌀가공식품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식료품, 음료 등 사업체부문에서 제품 원료로 쌀을 사용한 물량은 68만157톤으로 전년대비 4.6%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떡류 제조업이 전년 대비 11% 증가한 17만6690톤을 소비해 가장 많았으며, 주정 제조업(22.6%), 기타 식사용 가공처리 조리식품(16.7%), 기타 곡물가공품 제조업(9.0%)순을 나타냈다.

# 지구촌 식량위기 속 식량안보 역할 톡톡

우리에게 쌀은 세계적인 식량위기 상황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빈번해진 이상기후와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전 지구촌이 식량위기에 직면하면서 이제는 안정적인 식량생산도 문제지만 식량을 생산해도 식량공급망의 붕괴로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식량 무기화 시대’가 도래했다.

2020년 기준 국내 식량자급률은 45.8%에 불과한 실정이다. 1980년대 초까지만해도 70% 후반대였던 자급률이 2010년대 들어서면서 먹는 식량의 절반 이상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특히 곡물자급률은 20.2%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선진국들이 식량의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국가인 점을 감안할 때 선진국으로 진입한 우리나라로서는 식량자급율 제고가 시급하다.

하지만 쌀 만큼은 자급률이 2020년 기준 92.8%로 비록 2018년 이후 100% 밑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자급자족이 가능한 유일한 품목으로 남아있다.

과거 식사 자체를 ‘밥’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쌀이 식량으로서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던 시절과는 다소 위상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연간 2132만 톤에 달하는 곡물 소비량 중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주식인 쌀 만큼은 여전히 자급자족이 가능한 국민의 주식이자 식량을 대표하는 먹거리로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바로미2’ 등 가공 전용 쌀 품종으로 생산된 분질미 활용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혀 쌀 가공산업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바로미2’ 등 가공 전용 쌀 품종으로 생산된 분질미 활용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혀 쌀 가공산업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쌀, K-푸드로 당당히 나서다

쌀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이 국제적 물류대란과 코로나19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농식품수출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며 전 세계적으로 K-푸드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113억6000만 달러였다. 이중 농식품 수출액은 85만400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농식품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데는 쌀 가공식품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1억6310만 달러로 전년 1억3800만 달러와 비교하면 18.1%나 성장하면서 K-푸드 수출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존 수출시장에서 벗어나 신남방 지역에 이어 러시아·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CIS(독립국가연합) 11개국 등 신북방 국가로까지 수출시장을 다변화한 게 주효했다.

지난해 두 자릿수의 수출성장을 보인 쌀가공식품으로는 막걸리·약주·청주와 같은 전통주가 1748만6000달러, 가공밥이 5721만1000달러, 떡류가 6584만9000달러를 수출해 전년 대비 각각 27%, 25%, 22% 늘었다. 쌀국수 역시 전년보다 4% 늘어난 171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 8일 올해부터 가공 전용 쌀 종류인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통해 2027년까지 수입 밀가루 수요의 10%인 20만 톤의 분질미를 공급, 쌀 가공산업 규모를 10조 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쌀가루용 쌀 ‘분질미’, 쌀가공산업 신성장동력 기대

새정부 출범과 함께 농식품부는 지난 5월 8일 가공 전용 쌀 종류인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수입 밀가루 수요의 10%인 20만 톤의 분질미를 공급, 쌀 가공산업 규모를 10조 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가공 전용 쌀 분질미 공급을 확대하기로 한데는 쌀 가공산업 육성 이외에 밀·콩 등 식량자급률 제고를 통한 식량주권 확보와 구조적인 쌀 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새정부 농식품 분야 핵심 국정과제인 식량주권 확보와 맞닿아 있어 주목된다.

사실 그동안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쌀 가공산업을 적극 지원하며 일정수준 산업적 성장도 이뤘지만 공급 불안과 가공적성의 한계, 높은 가공 비용 등 여러 제약 요인으로 인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농식품부는 쌀 가공식품 범위를 넓히고 밀 수입 의존도도 낮춰 ‘바로미2’ 등 가공 전용 쌀 품종으로 생산된 분질미 활용을 대폭 확대, 2020년 기준 45.8%인 식량자급률을 52.5%(밀 자급률 0.8%→7.9%)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앞으로 △안정적 분질미 원료 공급체계 마련 △산업화 지원 △쌀 가공식품 소비 기반 확대 등이 중점 추진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안정적인 가공용 분질미 원료 공급-소비 체계를 구축해 쌀 가공산업을 육성하고 이모작을 활성화함으로써 식량자급률을 높이며 쌀 수급균형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농수축산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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