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훈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대외협력사업부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우리나라 원양어업의 전진기지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조업 기여했던 만큼

SDGs 달성 기여 거점으로 활용된다면 새로운 의미 가질 수 있을 것

 

최근 우리나라의 문화는 ‘K-컬처’라고 고유명사화될 정도로 지구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음악, 영화, 음식, 미용 등 분야가 계속 확대되고 있고, 외국인들에게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듯 하다. 개선된 글로벌 환경은 한국의 다양한 산업부문이 향후 해외 진출시 든든한 무형자산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때에 새로운 미래 전략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가진 고유의 것과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고, 이를 잘 정리해 미래를 위해 활용하는 것도 역시 의미가 있다. 즉 과거 선배 세대의 희생과 의미를 잘 정리하는 한편, 점점 사라져가는 이들의 유산을 다시 발굴하여 제대로 이어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가 어려웠던 시기 해외에 진출하여 고생하고 외국에 우리나라를 알린 사람들에 관해 얘기하고자 한다. 쉽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서독 광부와 간호사, 월남에 파병된 군인들은 변변하게조차 제조업이 없던 시기의 한국 경제에 큰 기여를 했다. 이와 함께 원양어업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분들도 한국의 성장에 큰 기초를 놓았다. 
 

한 통계에 의하면 과거의 어려웠던 시기를 고려하더라도 한국 원양어업은 1977년 한국 수출액의 3.1%를 차지하고 세계 3위의 원양어업대국이 되기도 했다. 또한 원양어업이 1970년대 말까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액은 약 20억 달러라고 한다. 물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는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이 고국으로 송금한 금액의 약 10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한국인들이 스페인 라스팔마스에 진출한 이래 한국인 특유의 적극적인 기질을 발휘해 현지 사회와 매우 큰 유대관계를 구축했으며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러나 원양어업의 쇠퇴로 인해 현지 교민의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고민도 있다. 하지만 최근 ‘K-컬처’ 확산 영향으로 현지 사회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다른 국가 못지않게 굉장히 높다. 한국과의 기존 유대관계가 큰 시너지로 작용해 한국과 다양한 교류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도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해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나라 국제개발협력과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근거지로 활용할 필요성이 크다. 글로벌 난제인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등의 이슈 대응에 있어서 해양수산이 가지는 잠재력을 충분히 해외 거점이 형성된 국가와 현지 사회와 연계해 추진하는 것도 효율적이지 않을까? 특히 스페인 까나리아제도에 소재한 라스팔마스는 특히 서부아프리카 모로코와 1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하고, 이곳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이래로 유럽과 중남미의 해상교역로로서 사람들의 교류와 유대관계가 큰 역사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아프리카와 중남미 ODA를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할 필요성이 크다. EU나 국제사회와의 다각적 협력을 유도하기에도 전략적 중요성도 클 것이다. 무엇보다 스페인 라스팔마스가 과거 우리나라 원양어업의 전진기지로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조업에 기여했던 만큼 미래에는 해당국들의 해양수산업 발전과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거점으로 활용된다면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희생과 노력을 잘 기억하고 정리하는 한편 이미 조성돼 있는 글로벌 토양을 잘 활용한다면 국제사회와의 친교를 다지며 공동번영하는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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