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유명 패션 잡지에서 올해의 색깔을 선정하듯 매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색택과 품종 등을 참고해 맞춤형 화훼를 재배하는 오진석 세복농원 대표.
 

농대에서 원예학을 공부하던 시기 미래농업전문인경영과정을 통해 우연히 경북 칠곡의 화훼농장에 실습을 나온 계기가 지금의 오 대표를 만들었다.
 

실습기간이 끝난 후에도 꽃의 매력에 빠져 주말에도 농장에서 일을 했던 그는 자연스럽게 화훼농업인이 됐다. 창업 전 신년운세를 보고 이름이 안 좋다고 나와 철학관까지 찾은 그는 세복이라는 이름을 받았고 개명을 고민하다 농장이름을 세복농원으로 지었다.  
 

지금은 칠곡군 4H연합회장까지 맡으며 이 지역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꼽히고 있는 그를 만나러 칠곡에 가봤다,

 

# 우여곡절 속 정착

 

“처음에는 돈이 없어 농사는 짓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죠. 화훼농장에서 일을 배우던 2017년 아르바이트를 하던 농장 근처 하우스가 저렴하게 나와 친누나에게 3000만 원을 빌려 무작정 하우스를 매입했습니다. 지역 농협에서 농지원부를 만들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니 2000만 원 정도 대출이 가능해 그 돈으로 작업장을 짓고 모종을 구입해서 농사를 지었습니다. 대책 없이 하우스만 덜컥 사서 농사를 짓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것이죠.”
 

오 대표는 하우스에 여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작물을 심고 수확하는 일을 반복했다. 첫해 4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고 2000만 원 정도 순이익이 났다.
 

더 잘해보자고 다짐했고 2018년 매출 1억 원을 달성했다. 일이 힘들다고 느끼기보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이에 하우스 옆 빈 부지에 새로 하우스를 세웠다. 3년 차인 2019년 매출 1억5000만 원을 달성해 하우스를 한 동 더 짓고 저온저장고도 중고자재로 건설했다. 더 큰 성장을 꿈꾸며 번 돈을 다 투자해 시설을 짓다보니 생활에 여유는 없었다.
 

“하우스 측창을 열지 못해 꽃들이 전부 쪄 죽기도 했고 꽃에 물 주다가 물을 틀어놓고 퇴근해 하우스가 물바다가 된 때도 있었습니다, 이에 꽃에 온 신경을 써야 하는 6개월 동안은 소화제를 달고 살게 됐죠. 시설을 커졌지만 그만큼 신경써야 하는 부분도 늘어났습니다.”     
 

그 시기 오프라인 판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판매루트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부인이 인터넷 판매를 제안했다.
 

“경험도 없고 생물인 꽃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아내가 인터넷으로 꽃을 주문했고 직접 눈으로 본 후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품질에 전혀 문제없었고 그 다음날 사업자를 만들고 통신판매신고를 했죠.”

 

#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농라’ 카페에 입점하고 이제 성공할 일만 남았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생각만큼 꽃은 팔리지 않았죠. 인터넷 판매는 초보였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 다시 올리고 새로운 꽃도 재배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이후 그의 노력은 빛을 발해 소비자들의 구매는 줄지어 이어졌다. 꽃이 없어서 팔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주변 화훼농가들의 꽃을 판매했다.
 

좀 더 전문적으로 꽃을 판매하고자 부산 화훼공판장에 중도매인으로 등록했다. 직접 경매에 참여하고 꽃과 어울릴만한 소재 등을 엮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통해 6년 차인 지금 매출 5억 원을 달성했고 순이익은 2억 원에 달하는 농장으로 성장했다.
 

6600㎡(2000평)이 안 되는 작은 면적으로 수익을 극대화한 청년농업인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라넌큘러스와 튤립을 주로 재배하는데 재배할 때 온도에 특히 신경을 씁니다. 온도를 높여 급하게 재배하면 소비자들이 꽃을 볼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듭니다. 가공식품 등에 유통기한이 있듯 꽃의 유통기한이 줄어든다는 얘기입니다. 꽃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좀 더 오랫동안 힐링할 수 있도록 온도에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이죠.”
 

온도를 높여 단 기간 꽃을 재배할 때보다 수익은 적지만 꽃을 받는 사람의 마음을 더 생각하는 것이다.
 

오 대표는 ‘기술은 계절을 이긴다’는 주제로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 공모사업에 선정돼 4500만 원을 지원받고 튤립 재배 시설을 설치했다. 겨울 작목인 튤립은 25도 이상에서는 개화되지 않아 11월 중순 이후에나 출하가 가능한 단점이 있다. 
 

이 같은 계절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여름철 튤립 재배가 가능한 냉방시설, 저온저장고, 보광등을 설치했다. 튤립 수확시기를 앞당겨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중재배가 가능한 시설을 갖춘 것이다.
 
 

# 꽃의 생활화 앞장

  오진석 세복농원 대표는 매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색과 품종 등을 확인한 후 절화를 재배한다.
  오진석 세복농원 대표는 매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색과 품종 등을 확인한 후 절화를 재배한다.

“꽃은 사치라는 인식을 가진 소비자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잠식되지 않은 지금까지 생활 속에서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볼 수 있죠.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힐링이 됩니다. 일상생활 속 꽃의 소중함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농라 카페에서 화훼 구매 호평이 자자할 정도로 화훼 전도사로 통하는 오 대표. 그는 어떻게 하면 배송받은 꽃을 좀 더 오래 볼 수 있는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웹 사이트에서 세복농원을 검색하면 ‘오늘도 꽃길 되세요♡’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세복농원의 사이트에는 ‘대부분 꽃 수가 엄청 많다’, ‘꽃이 싱싱하다’, ‘사진을 보고 홀린 듯 구매했는데 사진 만큼이나 예쁘다’ 등의 칭찬후가가 넘쳐난다.
 

“지금은 꽃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농장과 매장이 떨어져 있지만 앞으로는 한 곳에서 생산과 유통을 하며 6차 산업까지 접목하고 싶습니다. 꽃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리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제 좌우명은 ‘오늘의 양식을 주옵소서’인데 종교인은 아닙니다. 어제 먹다 남은 빵, 내일 먹을 빵이 아닌 오늘 먹을 빵만을 생각합니다. 과거에 대한 미련,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한다면 훗날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진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청탁금지법, 코로나19로 인해 화훼농업인들이 이전보다 많이 어려워졌는데 온라인으로 꽃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처럼 꽃의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으니 좀 더 힘을 내 꽃의 일상화, 생활화를 위해 화훼농업인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멘토인터뷰] 이지연 칠곡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고로 고향에 귀농한 청년이 있습니다. 처음 귀농했을 때 농사가 무엇인지, 어떻게 소득을 창출해야 하는지, 보조사업은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궁금한 것도 많고 고민도 많았습니다.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들어주고 무엇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워줬습니다.”
 

올해 청년농업인 관련 업무를 처음 맡은 이지연 칠곡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마음으로 청년농업인들을 위한 활동에 매진하는 지도사로 손꼽힌다.
 

“앞서 말한 청년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과 과수 전문가와의 멘토-멘티 결성으로 빠르게 성장해 화훼공판장에서 최고 경매가를 받았습니다. 정보화 교육을 통해 온라인 마케팅과 직거래가 활성화돼 올해 소득 1억 원이 넘었다는 청년농업인을 볼 때 자부심을 느낍니다." 청년농업인들은 국민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생명산업을 일구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고 농업에 임해주시길 바랍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고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지도사. 청년농업인들이 희망과 행복을 찾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게 그의 꿈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칠곡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청년농업인들을 위한 컨텐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청년농업인 활력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청년농업인들이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용접실무교육, 목공예 교육, 바리스타 교육, 요리실습 교육, 라이브 커머스 교육 등을 실시한다. 
 

“청년농업인을 위한 비즈니스 복합공간인 영(Young)-메이커스(Makers)를 조성하기 위해 10억 원을 투입해 농업기술센터 내 노후된 창고를 리모델링 할 계정입니다. 공유카페, 공유오피스, 미디어 스튜디오, 리뱅랩스튜디오를 조성하는 것이죠. 청년교류를 위한 기반 구축으로 젊고 유늘한 청년층의 회귀를 유도하고 농촌지역에 협동농업, 청년층의 유입 등을 통해 인력 재구성과 소득 증대를 위해 앞장설 계획입니다. 청년농업인들의 일반 생활, 작물의 재배부터 판매에 이르는 과정을 농업기술센터가 든든히 지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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