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정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강경 추진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로 우리나라 농축수산업과 농축수산인을 옥죄고 있다.

지난 523일 공식 출범한 IPEF는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와 달리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부각되는 공급망·디지털·청정에너지 등 신 통상의제를 핵심이슈로 한 인도·태평양지역의 새로운 경제통상플랫폼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아세안 지역의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이 참여하고 있다.

통계청과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IPEF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346000억 달러, 인구수는 25억 명의 거대 경제협력체로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261000억 달러·227000만 명, CPTPP 108000억 달러·51000만 명 보다 크다. 세계 GDP40.9%를 차지하고 우리나라와의 교역규모 측면에서도 3890억 달러에 달해 전체 교역액의 39.7%를 차지한다. 이 역시 CPTPP 24.1% 보다 비중이 크다.

정부는 CPTPP와 마찬가지로 IPEF 참여로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공급망 안정화와 다변화, 경쟁력 강화, 해외 진출 기회 확대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홍보 중이다. 과연 CPTPPIPEF 등의 메가 FTA 참여로 인한 득()이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농축수산업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우리나라 농업 성장률을 살펴보면 1980년대 5.2%에 달했던 성장률이 개방화가 시작된 1990년대 들어 감소하기 시작해 1990년대 2.8%, 2000년대 1.6%, 2010~20151.5%, 2016~2020-0.6%를 보였다. 그 사이 농업과 비농업의 성장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농업의 성장이 둔화된 이유 중 하나로 농업에 대한 투자 급감을 꼽을 수 있다.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체결 이후 농업 투자규모는 1996104000억 원, 200559000억 원, 201551000억 원, 201948000억 원을 기록하며 개방화 이후 투자액이 절반으로 줄었다. 52개국과 FTA를 체결하는 사이 농업 교역조건은 악화됐고 이는 농업소득의 정체로 나타나 농업투자 여건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 추진되는 메가 FTA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농축수산업계에 사전에 충분히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해 보다 촘촘하게 경쟁력 제고와 피해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IPEF 공청회장 입구는 농축수산 관련 단체들이 마련한 농어업 패싱 IPEF 졸속 추진을 규탄하는 피켓으로 가득했다. 앞서 세종시에서 열렸던 CPTPP 공청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글로벌 식량위기 상황 속에서 식량안보, 식량주권이 중요해진 지금. 정부가 먼저 개방화 파고 속에 농축수산업을 내던지는 과오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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