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국산화 연구 막바지인데…제조공장 없어 생산 수년 더 걸릴 수도

[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공장 완공 지연에 2024년 상업용
백신 생산 시작 사실상 불가능

 

한국형 구제역 백신 공장 건립은
단순한 지연 문제 넘어
다양한 연쇄 파장 불러오고 있어
보다 철저한 책임 규명 필요

 

한국형 구제역 백신 제조시설 지지부진’(본지 4019, 202278일자) 보도와 관련해 현재 구제역 백신 국산화를 위한 연구는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민간의 백신 제조 공장 건립이 계획과 달리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련 사업을 놓고 정부가 그동안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책임 규명과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구제역 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육 발생으로 한 해 수천억 원의 피해를 호소하는 양돈산업과 국내 동물약품업계 등에도 직간접적인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공장 완공 지연 계속돼

구제역 백신 국산화는 백신 주권 확보와 더불어 양돈산업에 피해를 입히는 이상육 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반영되면서 2017년 하반기 사업자 선정 공모를 시작으로 사업은 본격화됐다.

그러나 수년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는 답변만 되풀이되면서 공장 건립을 맡고 있는 에프브이씨(이하 FVC),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이하 검역본부), 이를 지도·점검하고 관리·감독해야 할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모두가 사업 지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농식품부와 검역본부는 이미 20181월 공식 배포한 자료에서 백신 생산용 종자바이러스, 종자바이러스 대량 증식을 위한 부유세포 배양기술, 배양된 세포로부터 백신원료가 되는 항원을 고순도로 추출하는 전 과정을 포함해 한국형 백신 생산과 관련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확보한 종자바이러스와 원천기술은 백신공장을 완공할 G사 등 3개회사의 컨소시엄으로 설립된 FVC에 민관 공동연구 방식을 통해 이전, 2020년 국산 백신 생산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지연을 거듭하면서 2020년 하반기 열린 관련 심포지엄에선 지난해 봄에나 백신 공장 착공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FVC 등 내부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아마도 백신 국산화 사업이 아무 문제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보여주려다보니 농식품부 내에 방역정책국이 생겼지만 초대, 2대 국장이 보다 철저하게 사업을 챙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정부가 그동안 여러 이유를 들며 일정을 지연시키고 있는 민간에 끌려가면서 과연 구제역 백신 국산화를 위한 공장 건립이 가능하냐는 원론적인 의문이 계속 꼬리를 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민간 백신 제조 공장에도 항원 생산과 관련된 파일럿 시설과 대량 생산시설이 반드시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사업이 지연되다 보니 현재 검역본부의 국가연구시설을 파일럿 시설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법이나 절차적으로 반드시 따져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이대로면 상업용 백신 생산 최소 수년 더 걸려

FVC가 건립하기로 한 백신 공장은 건축부문과 내부 공조 등 시스템, 장비 등을 구축하는 데 당초 69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달 30일 현장 취재 결과 올 들어 겨우 부지를 고르고 터를 파는 작업을 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일 농식품부에 확인한 결과 관련 예산도 2018119300만 원과 지난해 135000만 원이 투입되는데 그쳤다.

현재 G사가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FVC2017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정중리 일원에 31400의 부지를 당시 3.3100만 원이 안 되는 금액으로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FVC 관계자는 아르헨티나에서 설계 등 담당자 2명이 와서 공장 건립과 관련한 진행 전반을 살피고 있다면서 지난 4월에 공사를 시작해 내년 상반기 완공과 2024년 제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검역본부의) 기술 이전이라는 게 어디가 끝인지는 모르는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여기서 문제는 구제역 백신 생산 공장은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건축의 경우 통상 16개월이면 가능하지만 장비업체 입찰, 장비 시험가동을 비롯해 적격성 평가와 검증, 생물안전3등급(BL3)인증, 상업용 백신 생산시작 등의 여러 단계가 최소 몇 년은 더 소요된다는 점이다.

동물용 의료기기의 한 관계자는 구제역 백신 국산화에 있어서 검역본부는 이상육 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침주사기를 사용해 피내접종이 가능하도록 연구하고 있고 최종 일반 농장 테스트를 하는 단계까지 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오송에 들어설 구제역 백신 대량 생산 공장이 지금 플랜트도 들어가지 않았다면 2024년 상업용 백신 생산 시작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데 이를 관리·감독할 농식품부는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박정훈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안정적인 백신 공급과 민간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정부가 직접하는 게 아니고 민간이 사업을 하다 보니 해외 기술 이전 등이 조금씩 삐거덕거려 그동안 좀 지연이 된 걸로 보인다면서 국정과제였던 만큼 관리가 어느 정도 되기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철저한 책임 규명·대안 필요해

농식품부에서도 구제역 백신 공장 건립과 관련한 업무는 지난해 하반기 구제역방역과에서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나 변명이 난무하면서 한국형 구제역 백신 공장 건립은 단순한 지연의 문제를 넘어 다양한 연쇄 파장을 불러오고 있어 보다 철저한 책임 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형 구제역 백신 공장은 지금 완공 시점도 문제가 됐지만 앞으로 운영과 관련해서도 굉장히 전문적인 관리 등이 필요하고 이는 민간 또는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농식품부, 검역본부, 관련 업계를 비롯해 외부 전문가 등이 공동 참여하는 특별 감독·관리 조직이나 시스템이 꼭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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