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사)도농상생국민운동본부 대표)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가미야마 세계 주목 성공비결은  

-창의적 인재 유치 통해 현지 창업방식으로의 전환

-과소화 악순환서 탈출

가미야마는 일본 시코쿠(四國)섬 도쿠시마현(德島縣)에 있는 인구 5000명 남짓, 임야율 82%의 조그만 산촌이다. 1955년 5개 촌(村)이 합병하여 정(町)으로 개편됐던 당시 2만 명을 넘었던 인구가 2015년에는 거의 4분의1 수준인 5000명 남짓으로, 고령화율이 48%에 이르는 전형적인 과소화(過疎化)지역에 속한다.
 

2014년 마스다(增田)보고서에서 소멸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된 가미야마에 2008년부터 8년간에 적어도 91세대 161인이 넘는 도시청년들의 이주가 이뤄져 지역활성화의 성공사례로 NHK, 워싱턴포스트 등 국내외 매스컴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주자들 가운데는 웹디자이너, 컴퓨터그래픽엔지니어, 예술가, 요리셰프, 수제구두장인 등 창의적 직업의 청년들이 많으며 도쿄와 오사카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IT) 벤처기업들의 위성사무소나 본사 이전만도 2011년 이후 16개를 넘었다.
 

창의적 인재들의 유치를 통해 과소화의 악순환에서 탈출한 가미야마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사례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요인은 1992년에 가미야마정국제교류협회로 발족해 2004년에 NPO법인(비영리조직) 그린밸리(Green Valley)로 개편된 지역활성화를 위한 민간단체의 지속적인 활동이다. 실리콘밸리 유학경험을 지닌 지역출신 청년사업가의 주도로 시작된 개방적 진취적 단체인 그린밸리는 ‘일본의 시골을 멋있게 바꾸자’는 미션을 실현하기 위해 △‘사람’을 컨텐츠로 하는 창의적 시골가꾸기 △다양한 사람들의 지혜를 융합한 ‘세계 속의 가미야마’ 만들기 △‘창조적 과소’를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가꾸기 등 세가지 비전을 내걸고 있다. 창조적 과소란 인구감소의 불리한 여건 아래서 예술가, 창업가, ICT 기술자 등 창의적 인재들을 전략적으로 유치함으로써 인구구성을 변화시켜 창의적인 지역으로 바꿔나간다는 의미이다.
 

둘째로 주목해야 할 점은 지역의 NPO가 지역이 필요로 하는 창의적 인재를 선별해 유치하는 획기적인 역발상방식이다. 흔히 농촌이주정책이 정주인구나 교류인구를 늘린다는 양적 측면에 그치는 것과 달리 가미야마정은 어떤 인재를 유치할 것인지 질을 중시하는 인재유치전략을 채택하고 그 집행기구로 민간단체인 그린밸리에 이주교류지원센터의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이 방식을 통해 행정이 직접 운영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제약받게 되는 이주희망자의 개인정보와 이용가능한 빈집정보를 매칭시켜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이주희망자를 선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셋째로 2014년부터 일본정부가 중점 추진한 지방재생전략에 따른 가미야마정의 지역계획수립과정에 새롭게 도입된 민관협력체제의 새로운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관 동수로 구성되는 태스크포스는 매력 있는 지역만들기를 위한 일곱 개의 과제로 멋진 마을만들기, 교육, 먹거리, 에너지, 주거, 연계, 일자리만들기를 선정하고 그 추진을 위한 민관연대협력기구로 가미야마연대공사와 가미야마연대회의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2016년에 정(町)예산 1000만 엔을 출자받아 일반사단법인으로 출범한 연대공사는 행정기관이 지닐 수 없는 유연성을 가지고 필요한 시책을 신속하게 집행하기 위한 민간조직이다. 연대회의는 정사무소의 소관 과장들과 연대공사가 정기회의를 갖고 연대·협동하기 위한 행정조직이다. 공사의 임직원은 지자체 공무원 출신과 민간전문가로 구성돼 민관협력과 전문성의 양면을 살리도록 하고 있다.
 

연대공사의 출범 이후 가미야마의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은 위기에 처한 중산간지역 농업재생을 위한 푸드허브프로젝트, 임업과 건설업의 미래를 만들기 위한 공동주택프로젝트, 지역교육의 미래를 만들려는 다양한 프로젝트 등 미래 세대로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연관 프로젝트들로 확대되고 있다.
 

과소화지역의 산촌 가미야마가 세계의 주목을 끄는 최대의 이유는 종래의 기존 기업유치방식이 아니라 창의적 인재의 유치를 통한 현지 창업방식으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지역활성화모델의 실험이 민관협력을 통해 하나씩 알찬 결실을 맺어가는데 있지 않을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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