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용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종묘생산팀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바이러스(Virus)’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제는 대부분 심각한 전염병으로 인식할 것이다. 이들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다른 유기체의 살아있는 세포 속에서만 살 수 있는 전염성 감염원이자,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적 존재다. 기생과 증식을 위해서 반드시 숙주가 필요하며, 동물과 식물은 물론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생물체를 감염시킬 수 있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일단 이들에 감염되면 결과는 매우 심각하다. 사람의 경우 이미 알려져 있는 에이즈(HIV), 에볼라, 사스(SARS), 신종 플루를 비롯,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원숭이 두창(Monkeypox virus)’에 이르기까지 모두 전파력이 강하고 독성이나 2차 합병증으로 인한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 
 

식물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알려진 식물 바이러스만 1000여 종에 달한다. 식물 역시 이들에게 감염되면 곰팡이나 세균과는 달리 치료는 불가능하다. 사실상 예방만이 최선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식물 바이러스는 종자(씨앗)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그러나 고구마나 감자, 과수묘목 등 종자가 아닌 줄기나 뿌리로 번식하는 영양번식 작물들은 세대가 넘어 갈수록 바이러스 감염이 자연히 많아지고 피해는 계속 커진다.
 

그 중 사과나 포도, 복숭아 등 과수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과수 세포 속에 기생하면서, 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한다. 그 결과 과수의 생육저하, 과일의 품질저하, 수량감소와 착색불량 등의 피해를 일으켜 과수농가의 소득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다. 
 

농촌진흥청의 조사에 의하면 사과, 포도 등 국내 주요 과수의 29~65%가 사과황화잎반점바이러스, 포도얼룩반점바이러스 등 15종의 바이러스와 바이로이드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므로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연적으로 바이러스가 없거나 인위적으로 바이러스를 제거한 무병종묘를 식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어떻게 하면 바이러스가 없거나 감염되지 않은 무병 과수종묘를 얻을 수 있을까? 해답은 바로 조직배양 기술에 있다. 조직배양 기술은 생물체의 세포나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 실험실에서 키워 증식시키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하나의 식물체로부터 똑같은 특성을 가진 식물체를 대량으로 증식시킬 수 있기에 품질은 좋지만 번식력이 약한 농작물이나, 특정 식물체를 대량으로 생산할 필요가 있을 때 쓰인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2009년부터 고구마를 시작으로 국화나 백합 같은 화훼류, 사과와 참다래 등 과수류, 그리고 지황이나 단삼과 같은 약용작물에 이르기까지 조직배양으로 생산한 무병종묘를 꾸준히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그 중 사과, 참다래와 복분자 등 과수 무병종묘는 2018년 7000주를 시작으로 지난해 6만4000주, 올해는 약 8만주 정도를 보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립종자원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과수묘ㅤㅁㅛㄱ 산업 선진화 대책’을 통해 과수 무병화묘의 생산과 유통 활성화, 품질인증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무병묘와 일반묘의 차이에 대한 농업인의 인식이 낮고, 품질인증제 추진 기반조성에도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어 무병묘 보급·확산에 가속이 붙지 않고 있다.

어쨌든 결론은 분명하다. 과수 조직배양 기술을 바탕으로 바이러스가 없다고 품질이 인증된 건강한 무병 과수종묘를 대량으로 생산해 과수농가에 보급함으로써 ‘공익성’과‘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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