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탄소·저탄소 어선 필수…어업관리제도·안전관련제도 개선돼야
전기어선·하이브리드 어선 5년내 상용화돼야
전기어선산업의 육성 위해 사업단 발족 속도내야

세계무역기구(WTO) 수산보조금 협상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탄소중립 등 전 세계적인 의제가 어선어업분야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수단인 어선과 어선관련 제도가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주최로 지난 13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열린 ‘전기어선산업 육성방안’ 세미나 내용을 중심으로 전기어선산업 육성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 무탄소·저탄소어선, 선택 아닌 필수 될 것

앞으로 전기어선이나 하이브리드 어선, 수소어선 등 탄소배출이 없거나 적은 어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WTO는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12차 각료회의를 열고 21년간 이어진 수산보조금 협상을 마무리했다. 다만 면세유 문제와 원양어업보조금, 개발도상국특혜 등에 대한 문제는 회원국 간 이견이 커 협정 발효후 4년간 추가협상을 실시하고 4년 내에 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경우 전체 보조금 협상이 실효되도록 하는 배수진을 쳤다. 즉 어업인에게 공급되는 면세유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불어 우리나라가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CPTPP의 환경챕터에도 수산보조금 폐지 조항이 반영돼 있어 수산보조금의 폐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탄소중립의제 역시 수산업계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으며 국제해사기구(IMO)도 2018년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온실가스배출저감을 위한 초기전략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고동훈 KMI 연근해어업연구실장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수산보조금 폐지나 탄소중립 등 전 세계적인 의제는 우리 수산업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전기어선이나 하이브리드 어선 등 무탄소 또는 저탄소 어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어업·안전 관련 제도 일괄 개선 필요

전기어선 등 친환경어선의 도입을 위해서는 어업관리제도와 안전관련제도를 일괄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단장에 따르면 현재 수소를 사용한 실내용 지게차와 무인운반차, 이동식 충전소, 소형선박, 선박용 충전소 등은 개발이 됐으나 신제품 실증과 출시를 위한 근거법령이 미비한 상황이다. 또한 연안어선을 전기추진어선이나 전기복합추진어선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어업관리제도의 개편도 필요하다. 전기어선은 배터리의 크기와 중량 문제로 현재 4.99톤의 연안복합어선을 전기추진이나 전기복합추진방식의 어선으로 변경하려면 어창의 50%가 줄어들게 되며 9.77톤급 어선은 어창이 20% 가량 줄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기어선과 관련한 법령의 일괄 개정 또는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진송한 중소조선연구원 본부장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전기어선이나 전기복합추진어선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온실가스 저감뿐만 아니라 연료비절감으로 어가소득 증대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현행 제도로는 전기어선이나 하이브리드 어선으로 변경시 어선의 어창이 줄어드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동훈 실장은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어선이 개발·보급되기 위해서는 어업관리제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법령의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어법마다 여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수산자원에 미칠 영향을 신중히 고려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창모 KMI 수산연구본부장은 “선복량 규제 등 현재의 제도하에서 전기어선을 개발하게 되면 결국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현재 수준의 어창을 확보하고 어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기어선산업 육성단 마련해야

전기어선산업의 육성을 위해 사업단을 발족, 한층 속력을 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이날 지정토론에서 “중소조선연구원에서는 3개 업종을 3개 분과로 나눠서 연간 60억 원의 연구비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이는 어업인의 수용성이 있는지도 봐야해서 성공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마저도 예산이 일부 삭감되면서 연구개발(R&D)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10~20년을 보고 전기어선산업을 발전시키려 할 경우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지게 될 것”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전기어선과 하이브리드 어선이 향후 5년내에 상용화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창모 본부장도 “저탄소 또는 무탄소를 실현하면서도 선원의 안전과 복지를 담보할 수 있는 어선을 개발하는 것이 현재 주어진 과제”라며 “전기어선은 하나의 R&D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사업추진단을 발족시켜 R&D와 제도개선 등을 동시에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고동훈 실장은 “전기어선산업이 육성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과 법·제도, 인프라, 금융 등 여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해양수산부의 노력만으로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만큼 가칭 전기어선산업육성단을 조직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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