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선진국처럼 슈퍼마켓·식당서 식품 폐기되기 이전 푸드뱅크와 자선단체에 기증

-저소득층 돕고 식품 자우너화 최대한 높이는 식품 제오웨이스트 운동 시작할 때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에 불과해 식량 위기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식량 가격이 치솟고 있으며, 돈이 있어도 먹거리를 구하기도 어렵게 됐다.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우량농지의 보전, 이모작 등 경지이용률을 높이고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소비생활이 중요하다. 생산했거나 수입된 식품의 약 35%가 생산, 유통, 소비단계에서 버려지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적으로 인간이 소비하는 식품의 약 3분의 1이 손실되거나 낭비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세계 인구의 약 10% 이상이 영양실조 상태에 있지만, 식품 웨이스트는 연간 10억 톤 이상이며, 경제적 손실은 9400억 달러(1200조 원)에 달한다. 식품 웨이스트를 줄이는 것은 식량안보와 경제적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토지, 물 등 자원과 에너지를 보존하고,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여서 기후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다.
 

글로벌 차원의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는 유엔이 제안한 지속가능한 발전 틀 속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15년 유엔은 2030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를 17개 제시했다. 이 중 12번째 목표가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의 달성이다. 세부목표 12-3은 2030년까지 소비자와 소매단계에 있어서 지구상 1인당 음식물쓰레기(Food Waste)를 절반으로 줄이고, 생산과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식품 감모(Food Loss)를 줄이는 것이다. 세부목표 12.5는 2030년까지 예방, 감축, 재활용, 재사용을 통해 식품과 생활 폐기물 발생을 획기적으로 대폭 감소시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식품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품 감모와 폐기를 줄이는 게 필요하며, 이를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식품 공급과 수요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식품지속가능성에서 프랑스가 바람직한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엄격한 음식물쓰레기 제로정책, 지속가능한 농업생산, 건강한 식생활 습관으로 식품지속가능성 지수(Food Sustainability Index)에서 최근 1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2015년 세계 최초로 슈퍼마켓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을 쓰레기로 배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푸드뱅크나 자선단체에 식품을 기부하도록 했다. 이 법을 어기면 벌금(7만5000유로) 또는 2년 감옥행을 받기 때문에 매립비용과 환경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생산 측면에서 농업인들은 기후변화 적응기술을 잘 수용하고 있으며, 정부는 토양과 수질 유지를 위해 산림을 적극적으로 보전하고 있다. 세계에서 비만율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로 슬기로운 식품 소비를 실천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새해 다짐’과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주간 캠페인’을 실시해 식품업계와 소비자들이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제시했다. 한 예로 식품 라벨링을 최적소비기한(best before) 라벨이 붙은 제품에 대해 소비가능기한(often good after)을 추가로 도입해 식품 웨이스트를 줄이고 있다. 초·중·고에서 ‘지속가능발전과 음식물쓰레기에 관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가르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 음식물쓰레기의 매립을 금지하고 분리수거제를 도입했고, 2012년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했다. 국토면적이 적어 매립이 어려운 우리나라는 음식쓰레기 정책을 다른 나라에 비해 일찍 도입했지만, 선진국과 달리 뒷걸음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재활용률은 폐수 처리도 잡혀서 통계상으로만 2019년 96.2%를 이르고 있다. 가축전염병으로 음식물쓰레기의 사료 이용이 거의 중단됐고, 토양 오염으로 비료 사용도 억제함에 따라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되는 재활용률은 크게 낮아졌다. 자원전쟁 시대에 있어서 정부는 무조건 규제하기보다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음식물쓰레기의 사료와 퇴비가 안전하게 있는 방안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선진국과 같이 슈퍼마켓과 식당에서 식품이 폐기되기 이전에 푸드뱅크와 자선단체에 기증하도록 해 저소득층을 돕고, 식품의 자원화를 최대한 높이는 식품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바로 시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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