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지난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구제역 백신 국산화 사업이 민간의 백신 생산 공장 건립 지연으로 지지부진한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구제역 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육 발생을 저감시키고 외국에 의존하던 백신을 국산화하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관련 연구와 백신 공장 건립이 당초 계획처럼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면서 삐거덕거리고 있다.

정부가 2017년 사업자 공모 당시 선정한 G사 등 3개사 컨소시엄인 에프브이씨(FVC)는 지분과 관련한 내부 잡음과 설계 변경 등 난항을 거듭하면서 올 들어 지난 4월에야 충북 청주 오송읍 정중리 일원에 마련된 부지에 터를 파기 시작했다. 최근 FVC 대표는 전화 인터뷰에서 공장 건립과 관련한 공사에 속도를 내고 계획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했지만 향후 일련의 진행과정은 지켜볼 일이다.

최근 미국과 스페인의 백신 후보주로 연구 중인 국내 업체 2곳이 주목을 받으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백신도 핫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ASF와 달리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이 있고 소, 돼지 등 질병 발생 축종이 넓은 데다 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육 문제로 특히 돼지에서 구제역은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의 축산환경이나 여건과는 달라 단순 비교는 힘들겠지만 대만의 경우 1997년 구제역 발생 후 20206월 구제역 비접종 청정지역으로 인정받기까지 시기별로 철저한 백신 정책과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대만은 1997년부터 2008년까지와 2009년부터 20186월까지 그리고 20187월부터 구제역 청정화까지 높은 접종률과 함께 출하돈 채혈, 감시돈 운영을 철저히 해 구제역을 극복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201011월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당시 6200여 축산농가에서 돼지 약 330만 마리, 소 약 15만 마리, 염소와 사슴 약 1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결국 국민적 관심사로 집중 부각되면서 전국적으로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20191월 젖소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을 끝으로 최근 잠잠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방심은 금물이다. 2000년대 들어 O형과 A형 등 다양한 혈청형의 구제역이 상당 기간 지속 발생했던 점도 상기해야 한다.

대한한돈협회는 20159구제역 백신주 선정 및 접종횟수에 따른 경제성 분석 검토 보고서에서 당시 마리당 17378원의 이상육 발생으로 백신 2회 접종시 연간 278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경제적 피해만 놓고 본다면 수출 문제를 제외하고도 양돈산업에 미치는 구제역의 영향은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구제역 백신은 오일(oil)의 특성상 이근부나 둔부 근육접종시 기본적으로 이상 결절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주사침이나 백신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화농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상육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와 관련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이미 국산화 피내접종 구제역 백신을 개발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 함량을 20%이하까지 최대한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사업의 근본 취지를 제대로 살려 민간의 구제역 백신 공장 건립이 조속히 이뤄지고 대량 생산 등 전문적인 운영에도 차질이 없도록 예의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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