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하, 소비자 수혜 가능성 낮아… 결국 수입업자만 이득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최근 모 대형매장은 정부가 미국·호주산 수입 소고기 10만 톤을 대상으로 할당관세를 운영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수입 소고기 할당관세 0% 적용에 앞서 선제적인 수입 소고기 가격 인하에 나선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정부가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해 수입 소고기 등에 대해 한시적으로 할당관세 0%를 적용하겠다는 정책을 낸 상황에서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8일 즉각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 사료가격 폭등으로 시름하는 농가를 사지로 몰아넣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한우 연간 공급량은 23만 톤으로 이번 할당관세 물량 10만 톤은 한우 공급량의 약 43%에 해당될 정도로 큰 물량이다. 정부의 이번 정책이 국내 한우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사해 봤다.

 

# 무관세 소고기, 물가 하락 도울까

정부가 밝힌 수입 소고기 할당관세 적용물량은 10만 톤으로 연말까지 들어오는 소고기에 해당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산은 10.6%, 호주산은 16%, 캐나다와 뉴질랜드산은 18.6%의 관세가 제로화된다. 정부는 수입 소고기 관세 제로화로 소비자 가격이 5~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관세지원효과는 2242억 원 정도가 된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은 1차적으로 해외 수출업자, 국내 수입업자의 이득으로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수출·수입업자들은 사업이익 최대화 차원에서 관세 인하분 만큼 관세절감 효과가 높은, 단가가 높은 고급육인 냉장육이나 등심, 안심 등의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관세지원액은 수입육 도·소매 유통업자의 이익제고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입육 유통마진은 53.4%로 무관세로 수입 소고기가 들어올 경우 이들의 마진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우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세인하가 소비자 가격하락을 통한 소비자 수혜이익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결국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격인하 효과는 미미하고 수입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 한우산업 피해액 1652억 원 추정

한우정책연구소에 따르면 8월 이후 할당관세 수입량이 내년 설 명절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 하에 연간 도축 마릿수 비중으로 추정했을 때 한우업계는 무관세 수입 소고기로 인해 약 1652억 원의 피해를 입게 된다.

이는 지난해 한우생산액과 한우가격 하락률 등을 감안한 수치로, 소비 감소 등의 외부요인이 더해지면 실제로는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 한우업계의 의견이다.

또한 수입업자들이 올해 무관세 수입 소고기 물량을 최대로 수입해 저장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육류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고기 수입업자들은 무관세 수입 소고기를 올해 말까지 최대로 수입해 창고에 저장하고 명절마다 풀 가능성이 있다올해와 내년 설 뿐 아니라 무관세 수입 소고기가 국내 소고기 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우협회는 정부의 이번 정책이 지난해 36.8%에 그쳤던 국내산 소고기 자급률을 더욱 떨어뜨리고 한우산업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삼주 한우협회장은 “10만 톤의 물량을 소 마릿수로 환산하면 약 40만 마리로 1년 한우 생산물량의 절반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이라며 한우 암소 5만 마리 감축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8배나 많은 수입 소고기가 관세 장벽도 없이 건너오는 이 상황을 묵과할 수 없으며 한우농가들의 절박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강력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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