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물량 50%로 줄면 농협, 군납 사업 지속 불가…
군 부실급식 원인은 예산·집행 관리부실, 제도 전면 재검토해야

[농수축산신문=송형근 기자]

가격 중심의 경쟁입찰은
저가 가공품과 식재료 공급 부추겨
부실 식재료 납품 위험 상승·악순환 우려

축산물 군납 효율성 제고 위해
권역별 군 급식 공급체계 구축·신규 건립 등
규모·전문화 추진 필요

·축협, 콜드체인 시설 보유한 급식센터 위주로
내년 냉장육 공금체계 확대 시범사업 추진 예정
양념육, 족발 등 선호 축산물 품목 확대 계획도

지난해 4월 휴가에서 복귀한 한 육군 장병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의무 격리하는 과정에서 지급된 도시락이 부실하다는 내용을 사진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군 부실 급식에 대한 큰 논란이 일었다.

이후 부실 급식의 원인이 해당 부대의 부실한 식단관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식재료 조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군과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식재료를 조달하던 농·축협은 한순간에 부실 급식의 원인을 제공한 주체로 지목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군 급식 개선 대책은 빠르게 추진됐고 그 결과 올해 군과 농·축협 간의 수의계약 물량은 지난해 기본 급식량 대비 약 70%, 내년에는 50%, 2024년엔 30%로 점차 감소하다 2025년부터는 전량 경쟁입찰을 통해 식재료 조달이 이뤄질 전망이다.

 

# 군납 축협 수의계약 물량, 지난해 대비 37% 감소

하지만 올해 축산물 군납 계약물량을 놓고 봤을 때 기본 급식량 대비 약 70%의 물량을 수의계약으로 조달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전국축산물군납조합협의회가 작성한 올해 전체 군납 축협 39개소 계약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축산물 납품 계약물량은 2326억 원으로 지난해 축산물 납품 계약물량 3718억 원 대비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규용 전국축산물군납조합협의회 회장(가평축협 조합장)올해 장병 기본급식비가 11000원으로 인상됐지만, 축산물 납품 계약물량이 줄어든 이유는 기본적으로 군납 수의계약 물량 자체가 줄어든 것에 더해 1인당 축산물 섭취 기준량이 30%가량 감소한 것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며 특히 한우 갈비, 육우 갈비, 냉장 삼겹살, 삼계탕 등 단가가 높은 품목이 선택급식 품목으로 전환되고 흰 우유 급식 횟수가 줄어든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특히 흰 우유 급식 횟수는 지난해 대비 올해 80%, 내년 60%로 줄이다가 2024년부터는 자율급식으로 전환될 예정이어서 낙농 제도 개선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는 낙농가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여기에 육군을 중심으로 첨단 무기 기반의 군 선진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장병 감축 계획에 따른 급식 인원 감소 전망 또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 부실 급식의 진짜 원인은 운영관리 부실

지난해 4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격리 중이었던 한 육군 장병이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올린 급식 사진.
지난해 4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격리 중이었던 한 육군 장병이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올린 급식 사진.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군에서 불거진 부실 급식 문제가 군과 농·축협 간 체결된 수의계약으로 인한 식재료 조달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초점이 맞춰지면서 제도 개선이 이뤄지다 보니 개편 과정에서 농·축협은 각종 공식적인 회의나 공청회 등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등 공식적인 의견을 발표할 기회조차 잃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14일 감사원 감사 결과 같은 해 4월 발생한 군 부실 급식 사태의 문제는 급식 운영 지침에 따른 부대별 급식예산 운영의 집행이 부적절했고 육군본부의 지도·감독 부실, 즉 관리부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명이 났지만 군 급식 제도 개선 발표가 이미 끝난 뒤에 나온 결과에 불과했다.

30% 식재료 물량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조달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파악한 군납 참여 농·축협의 조합장들은 지난 4일 서울시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군 급식 개선을 위한 국민의힘 초청간담회를 개최하고 박세훈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부의장에게 문제점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윤영길 강원 고성축협 조합장은 최근 폭등하는 물가로 인해 경쟁입찰에서 선정된 일부 유통업체들이 납품하기로 한 식재료 품목이 일부 미납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영세업체의 입찰 참여로 수입 축산물 납품 비중이 커지고 가공식품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우수한 식재료를 납품하는 것인지, 군 장병의 영양 균형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군납에 참여하는 농·축협은 그동안 국방부와 체결한 군 급식품목 계획생산 및 조달에 관한 협정서에 따라 수의계약을 통한 계획생산을 실시하면서 오히려 시중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적정 규격을 준수하는 고품질의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수의계약이 외부에서는 독점 계약, 특혜로 배를 불리고 있는 것처럼 호도되면서 군납 참여 농·축협과 농가들은 억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이중호 춘천철원화천양구축협 조합장은 “5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전·평시에 안정적으로 좋은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온 것은 물론 이를 계속해서 보완해 나갈 계획이었는데도 수의계약이 마치 군 급식을 망치는 폐해로 오해를 받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군 급식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졸속행정으로 급식 제도를 바꾼 상황에서 경쟁입찰이 군 급식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루라도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 자율급식 운영 시범 사단, 조리하기 편한 가공품 선호도 높아

올해 국방전자조달시스템과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을 통해 살펴본 올해 4~6월 부대자율 조달 실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현재 자율급식 운영 시범 사단과 급양대는 식재료 조달 시 가공품을 포함해 일괄 묶음 경쟁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축산물뿐만 아니라 가공품도 쉽게 조달 가능한 대기업 급식업체나 유통업체는 경쟁입찰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하게 되지만 농·축협의 경우 농축산물이 아닌 가공품의 경우 외부 구매를 통해 납품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해 사실상 경쟁력이 낮아지게 된다.

실제로 시범사단 조달 시 규격과 가격을 동시에 입찰하는 2단계 경쟁을 적용한 국방전자조달의 경우 대기업이 계약업체로 선정됐으며 단순 가격입찰로 진행된 eaT의 경우 유통업체가 계약업체로 산정되는 결과가 많았다.

가공품 중심의 일괄 묶음 경쟁입찰은 조달업체 난립으로 계약업체 신뢰도 검증에 제한이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특히 농축산물과 가공품을 분리하지 않고 일괄 묶음 형태로 경쟁입찰을 실시한다면 농·축협이 계약업체로 선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지게 된다.

그 결과는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군 급식의 질을 높인다는 이유로 시행되는 경쟁입찰이 가격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저가의 가공품, 식재료가 공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부실 식재료 납품의 위험성을 높이게 돼 오히려 악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게 될 우려를 낳고 있다.

조규용 협의회 회장은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유통업체, 급식업체는 어느 정도 이윤을 남겨야 하므로 수입 농축산물, 가공품 위주의 식재료를 조달할 수밖에 없다시세 변동성이 큰 축산물의 경우 계약된 품목의 가격이 급등해 납품을 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현재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시 제재를 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급양대에서 선정한 유통업체에서 냉장 삼겹살과 계란 등의 가격이 상승하자 일부 물량을 미납하는 경우가 발생했는데 이를 급히 조달하기 위해 축협에 요청하는 사례가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특수계약조건 등에 따라 농·축협에서 납품하기로 계약된 물량을 미납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계약 위반 사항에 대해 경고, 계약해지 등의 명확한 제재 수단이 있는 반면, 낙찰 유통업체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 조치가 없어 형평성 논란까지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A 급양대 관계자는 경쟁입찰을 통해 일반업체의 납품 품목을 보니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은 농축산물이 납품되는 경우가 있었으며 특히 축산물의 경우 위생관리 부실 문제가 발생하는 등 별도 입찰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또한 MZ세대 장병의 선호품목 중 하나인 족발, 윙이나 봉 등의 닭고기의 경우 품질이 검증된 축협으로부터 납품을 받아 급식할 수 있도록 메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군 급식 대책, 전면 재검토 필요하다

·축협은 그동안 전시 또는 국가 비상사태 시에 국가가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평시에 준비하는 범국가적인 비상 대비 계획인 충무계획에 맞춰 전시에도 안정적인 농축산물 공급이 가능하도록 공급체계를 유지해왔다.

50여 년 동안 각종 재해, 질병, 수급 불안으로 인한 가격폭등 등의 상황 속에서도 전국 139개 축협이 연계해 물량을 확보하며 군납 물량만큼은 최우선으로 정상 상품을 납품하는데 주력해왔다. 또한 수의계약을 통한 계획생산으로 생산단계부터 이력 확인이 가능해 품질 관리가 용이하고 원가 수준의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안정성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농·축협은 그동안 공익적 기능을 다하고 안정적인 식재료 조달에만 신경 쓴 나머지 장병이 선호하는 메뉴가 어떤 것인지 등의 현장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보수적인 조직문화, 까다롭고 느린 의사결정 구조도 결국 대기업 등에 시장을 내어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관계자는 내년부터 농협은 냉동고기보다 상대적으로 맛있는 냉장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군 장병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콜드체인 시설을 보유한 일부 군 급식센터를 위주로 냉장육 공급체계를 확대하는 시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양념육, 족발 등 장병들이 선호하는 축산물에 대한 급식 품목을 확대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협의 이 같은 계획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국방부의 구매요구서 변경, 별도의 기준이 마련돼야 하며 특히 양념육 등 간편조리 축산물 공급을 위해서는 선택급식 선정과 협정서 내용을 개정하는 등의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또한 축산물 군납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권역별 군 급식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신규 시설을 건립해 규모화와 전문화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실제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며 필요 시 자체 예산을 활용하는 등의 노력을 들여서라도 장병 선호 품목 축산물 소비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지난해 대비 수의계약 물량이 50%로 줄어들 예정이어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농협이 군납사업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올해 진주축협이 군납사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농협 축산경제 관계자는 농협이 군납에 불참했을 때 도서지역이나 기피지역 등에서 군납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특히 입찰에 선정된 업체가 축산물 시세가 급등할 시 정상적인 조달을 할 수 있을지 큰 의문이 든다경쟁입찰을 일부 시행하는 올해 부실 식재료가 납품되고 가공식품 비율이 커지면서 전체적인 식재료 예산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최근 물가상승에 따른 축산물 가격 급등으로 여러 곳에서 납품에 차질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을 봤을 때 이전 정부에서 결정한 군 급식 대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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