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지금도 국민 살림이 물가 때문에 어려운데 2~3개월 조금만 참으시면 밥상·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9월 말 또는 10월쯤 물가가 정점에 이를 것이란 추측과 함께.

연일 치솟는 물가에 근심, 걱정이 많은 국민들은 국가 경제를 짊어진 장관의 한 마디에 내심 약간의 기대와 안도하는 마음이 교차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런 발언을 들은 농업인들의 속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 같다. 간담이 서늘해졌을지도.

정부는 물가 상승 국면을 안정화 시키기 위해 그동안 농축산물 할인쿠폰을 배포하는 등 소위 밥상물가를 잡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았다. 여기엔 식용유, 돼지고기 등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마늘과 양파 등에 대한 저율관세율할당물량(TRQ)를 도입하는 등의 계획도 담겼다. 가격이 오른 국내산 농축수산물들을 수입으로 대체해 서민들의 주머니, 장바구니 사정을 살피겠다는 의도다.

한 편의 국민들은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대책이라 환영했지만 한 편에서 또 다른 국민(농업인)들은 정부의 입 때문에 생계의 막막함이 더해졌다. 농업인들은 안 그래도 국제 정세 불안정성 등으로 인한 경영비 증가로 힘든데 정부가 농업계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런 가운데 물가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장관의 발언은 어쩌면 공포(恐怖)스러운 공포(公布)’로 느껴졌을 테다.

양파와 마늘 TRQ 물량이 곧 국내에 들어온다. 수확기와 맞물려 수입 양파와 마늘이 밀려들오면 우리 농가들의 피해는 불보듯 뻔한 만큼 농업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마늘 최대 주산지인 경남 창녕군과 합천군의 농협들이 산지공판장 마늘 경매를 중단하며 무기한 경매 중단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에 대한 일종의 항의이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외침인 셈이다.

조그만한 사업을 운영하더라도 나름의 예측 가능성을 토대로 자본을 투입하고 경영을 해나가기 마련이다. 농사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예측 가능성이 수시로 깨지면 농업 경영의 불안정성도 커진다. 허울 좋은 식량안보타령도 좋지만 농업인들이 땀 흘린 만큼 거둘 수 있고 걱정 없이 건강한 먹거리 생산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농업인들의 눈물이 국민의 물가를 떠받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