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우리나라의 산지조직화 사업은 2002년 농협이 연합마케팅 사업을 시작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마케팅조직 육성사업, 영농조합법인 육성·지원 등을 추진하면서 정착됐다.

산지조직화 사업을 기반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통합마케팅 조직은 2020년 기준 107개소로 조직의 양적 성장과 영세한 구조를 일부 탈피했다는 부분에서는 성과가 있었지만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비롯한 내실화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지난달 열린 한국식품유통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제기됐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거래가 급성장하고 소비자들의 요구 또한 빠르게 변함에 따라 산지가 주체적 대응 능력을 갖춰야 마케팅이 강화될 수 있지만 통합마케팅 조직의 경우 내실화가 부족해 아직 이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인들이 조직화 사업 참여에 소극적이어서 통합마케팅의 조직 수가 늘어난 양적 성장 이후 질적 성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농업인의 개별적·주체적 역량을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의 기능과 역할 활성화를 통해 끌어내야 한다는 게 발표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는 단순히 농협의 연합사업만 연관이 있는 게 아니라 공동선별·공동수송·공동출하·공동정산을 하는 농업법인들도 마찬가지다.

산지조직화사업은 단순히 소비지 시장에 대응한 유통·마케팅 능력 제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농업·농촌 정책 수용과 실천 대상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영농수산물도매시장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출하자의 60% 이상이 영세 출하자라는 점을 볼 때 소비지의 다양한 판매경로가 농가의 마케팅 능력을 약화시키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유통자본에도 흔들릴 수 있다.

이에 APC를 비롯한 통합마케팅조직의 역할과 기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플랫폼 기반의 상거래 채널이 확대되고 이에 따른 중간상인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규모화되고 전문화된 조직에서는 대표 농산물을 다양한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났고 부가수익 또한 창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반대로 영세 출하조직을 대변하는 공영도매시장의 유통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제 APC를 갖춘 산지에서는 소비지의 유통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맞춤형 상품을 개발함으로써 소비지와의 거래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과거에는 재배한 농산물을 도매시장을 비롯한 유통경로에 출하하면 판매자가 농산물을 사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였지만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농가의 마케팅조직 참여는 필수며 통합마케팅 조직 또한 재배한 고품질의 농산물이 소비지에 품위 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유통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내실화·충실화를 도모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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