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체험 개발·순환농법 활용 치유농업 활성화로 유명세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어정아 정아농장 대표. 
어정아 정아농장 대표. 

아이들의 엄마로 가정을 꾸리며 살던 경단녀 전업주부가 재취업에 성공했다.

자기 이름을 건 농장에서 생산하는 포도와 감자, 방울토마토는 물론이고 체험농장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어정아 정아농장 대표.

어 대표는 도시에서 시댁이 있는 김제로 귀향을 하고, 경단녀 주부에서 성공한 청년농업인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자칭, 타칭 김제 여왕벌로 불리는 어 대표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들으러 김제로 가 보자.

 

# 좌충우돌 귀향, 실패 딛고 주부에서 청년농업인으로 변신 성공

경기도 안산에서 아이 둘을 낳고 주부로 살아가던 어 대표는 2016년 외벌이 남편의 팔 부상에 귀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몸이 좀 안 좋았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주위에서 포도하우스 3960(1200)에서 포도를 키우는 분이 1억 원 소득을 올린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너무 무지했던 것 같아요. 그 이야기에 솔깃해서 시댁이 있는 김제로 귀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농업의 멘토 역할을 해주는 시부모님이 있는 김제로 정착을 한 이유에는 교통의 중심지인 지리적 이점도 작용했다.

이왕 농업을 하려면 유동 인구가 많고 교통이 좋은 곳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서해안, 호남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김제는 지평선의 고장으로 지자체에서 농업에 관심이 많아 더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 대표는 지인의 권유로 야심차게 3960규모의 포도하우스를 짓고 2017년부터 거봉포도인 자옥종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고생이 시작됐다.

청운의 푸른 꿈이라고 하잖아요. 정말 뜬구름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도시에서 자라서 농업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었거든요. 포도나무를 심으면 그 해부터 포도가 열리는 줄 알았어요. 정말로 너무 무식했죠.”

어 대표는 이 시기를 맨땅에 헤딩이라고 표현했다. 충분한 사전 조사와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당장의 수익을 얻으려고 시작한 것을 후회했다. 번번이 실패하는 농사에서 땅의 무서움을 알았다.

정말 아이들 어린이집에 낼 학습지 비용 2만 원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릴 때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주저 앉아있을 수 없어 김제시농업기술센터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센터의 도움으로 청년창업농업인에 선정돼 다달이 나오는 바우처로 버텼습니다. 정말 저에게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았어요. 아이들과 넉넉하진 않지만 가끔 문화생활도 즐기고 농장에 필요한 자재도 마련하면서 버텨나갔습니다.”

어려움이 찾아와도 어 대표의 의지는 꺾을 수 없었다. 김제에 내려온 이듬해 다목적 시설하우스를 짓고 대추방울토마토와 감자 재배를 시작했다. 시설 하우스에서 수입이 나기 시작하면서 점차 위기를 벗어나게 됐다.

“2만 원이 없어 허덕이던 때에 비하면 정말 괄목할 만한 성공입니다. 현재 250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 저는 감히 버티니 성공했다고 표현합니다.”

 

# 치유농업과 힐링 프로그램으로 차별화

학교 선생님들 대상으로 진행된 연수 프로그램에서 친환경 포도 샴푸를 만들고 있는 모습. 
학교 선생님들 대상으로 진행된 연수 프로그램에서 친환경 포도 샴푸를 만들고 있는 모습. 

막걸리소믈리에 자격증, 친환경EM전문 지도사, 치매예방 지도사, 웃음 지도사, 핀리더십 지도사.

나열하기도 힘든 자격증을 다수 보유한 어 대표는 새로운 농촌 체험 개발로 순환농법을 활용해 치유농업을 활성화 하고 본인만의 힐링 프로그램을 개발해 체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공간, 시간 제약 없이 농촌을 즐길 수 있는 농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제 꿈입니다. 정아농장은 순환농업을 운영해 친환경적이고 1년 열 두달 농촌체험이 가능합니다. 농산물을 활용해 올바른 식생활 교육과 초··고등학교 교과 연계로 진로 체험교육이 가능합니다.”

정아농장에서는 친환경 제품으로 포도샴푸, 화장품, 핸드워시, 방향제, 비누, 캔들 등을 만들 수 있다.

창의적인 농촌체험 놀이터를 만들어 보는 것이 꿈입니다. 올해 매출액 3억 원을 달성하고 순환농법에 기반을 둔 아쿠아 포닉스키트를 개발 예정입니다. 농촌체험으로 도시사람들에게 자연을 선물하고 주변 농장들과 연계한 체험을 진행해 지역사회에도 이바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합니다.”

 

# 김제 청년농과 협업으로 6차 산업

자칭, 타칭 김제 여왕벌이라고 불리는 어 대표는 김제시 청년농업인들과 함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농촌 체험을 개발, 순환농법을 활용해 치유농업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김제시 청년농업인들은 전국에서 최다수 인원인 221명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재배 작물도 다양해 협업하기 최적입니다. 작물이 다르니 소통하기 힘들지 않냐고 많이들 묻는데 농업인, 그리고 청년이라는 이유로 뭉칠 수 있었습니다. 재배하는 작물은 달라도 서로의 고충을 알아주고 서로가 서로의 멘토, 멘티가 돼 사업계획서나 발표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6차산업으로 뜻이 같은 친구들이 모여 체험, 관광, 강의, 유통에 많은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 대표의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김제에서는 보배’(농촌을 보고 배우다) 연구회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져 활동 중이다.

청년 농업인 공동체인 보배는 소외되고 고립된 청년 창업 농업인의 소통을 활성화 합니다. 6차산업에 관심 있는 청년창업농업인 40여 명이 순환농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모임을 조직하고 일을 추진하는 능력이 탁월한 어 대표는 소외되고 고립돼 있는 청년농업인들의 지친 삶에 활력을 주고자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만들어 문화생활을 하는 생생동아리도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동아리 회원들은 워낙 뜻이 잘 맞아 문화생활보다 노인복지관으로 봉사활동을 나가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든 청년농업인들이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어요. 청년농업인에게는 내 농사를 잘 짓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도 중요합니다. 농업은 힘든 일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힘들다고 좌절하지 말고 지역의 농업기술센터, 청년농업인들과 협업, 소통하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멘토인터뷰] 이충현 김제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농업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최근 경영실습임대농장 준공, 경험 기회 제공

 

어 대표는 2018년 청년농업인 1기 선정자로 주변 청년농들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청년농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도전과 아이디어로 본인의 경험과 역량을 키우는 것은 물론 농업을 진행함에 있어 갈피를 잡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농업인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김제시농업기술센터와도 많은 소통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며 느끼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전달해줍니다.”

이 지도사는 어 대표같은 청년농업인들이 김제시에 더욱 늘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청년이 농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하지만 김제시 청년농업인들을 보면 누구보다 농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보배에서 청년플리마켓 행사를 열어 청년농업인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품을 홍보, 판매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처럼 모두의 노력이 하나하나 모여서 농업과 농산물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김제시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더 많은 청년농업인들의 정착을 위해 많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 청년농업인 경영실습임대농장과 교육문화 지원센터를 준공해 영농기반과 경험이 부족한 청년농업인들에게 운영 경험과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농업교육을 보다 좋은 환경에서 지도받을 수 있도록 운영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청년농업인들이 농업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제 업무라 생각하고 이와 같은 사업을 지속 발굴해 추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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