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중부지방은 급작스러운 물 폭탄으로, 남부지방은 타는 듯한 폭염으로 전국이 난리다. 강이 범람하고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가 하면 다른 곳에서는 30도가 넘는 폭염과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침체된 경기로 허덕이던 서민들이 이제는 맘 편히 쉬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농업 현장의 어려움은 더하다.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뛴 비료값을 비롯해 겨울철 하우스 난방을 망설이게 만드는 고유가, 높은 인건비 등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한 생산원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반면 일부 품목은 생산과잉으로 가격이 지속적으로 폭락하고 있다. 특히 쌀은 그정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25일 기준 산지 쌀값(20kg 정곡)43918원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1.37%, 지난해 수확기 대비 17.96% 하락한 가격이다. 이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가격으로 환산하면 431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6.2%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더라도 생산비가 오르는데 판매단가가 20% 이상 낮아졌다면 버텨낼 재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쌀 가격 하락으로 농가뿐만 아니라 지역 농협들도 아우성이다. 지난해에 농가로부터 벼를 8만 원대(40kg 조곡)에 수매해 현재 40억 원 이상 손해를 봤다는 조합도 있으며 50억 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는 조합도 즐비하다.

이러한 가운데 물 난리와 폭염이 찾아와 초비상사태가 됐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하는데 물 난리 뒤에 찾아올 병충해와 폭염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 우려까지 더해졌다. 비워내지 못한 농협의 쌀 창고는 조만간 다가올 벼 수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벼 수매가격을 두고 농협과 농가의 실랑이가 예견되는 지역도 있다. 정부의 지원 약속이 없는 내년도 비료가격도 큰 문제다.

풍요로움의 상징인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과연 우리 농가들이 풍년농사로 웃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을 만들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과 농업·농촌과 식품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이자 미래성장산업으로 발전하고 활기찬 농촌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던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취임사가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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