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훈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근해어업연구실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FRP 폐어선 무단 방치 ·폐기 어업인 단속·처벌 강화에만 집중 아닌

-고가의 처리 비용 낮춰 줄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우선

광복 이후 우리나라 연근해 어선 개발은 ‘연근해 어업 진흥 5개년 계획’을 계기로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어선이 보급·확대되기 시작했다. 1977년 어선 현대화와 어업 설비의 확충 등을 위해 시행된 ‘연근해 어업 진흥 5개년 계획’을 통해 1981년까지 50톤 이상의 어선 1335척이 새로 건조됐고 이 시기에 해외로부터 합성수지의 일종인 FRP가 소개돼 이 때부터 새롭게 건조되는 어선들은 대부분 FRP 소재로 건조됐다.  
 

FRP 어선은 적당한 강도를 가지면서도 배를 보다 가볍게 건조할 수 있고, FRP 어선이 소개되기 이전인 목선에 비해 썩거나 부식이 적어 높은 내구성을 가지는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FRP 어선은 목선과 달리 이음새가 없기 때문에 선체 저항이 줄어들어 목선에서 나타나는 해수 침입 현상과 같은 위험이 거의 없고 잘 설계된 선형의 형틀(Mold)만 있으면 비교적 짧은 시간안에 대량의 어선 건조가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최근 전체 어선 척수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FRP 어선의 노후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인양·해체비로만 톤당 약 80만~100만 원이 소요되는 고가의 처리비용은 폐어선의 무단 방치·폐기로 이어져 관련 해양환경오염 등은 점차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FRP 어선은 폐선 시 포크레인 등을 포함한 중장비에 의해 파쇄돼야 하고 소각하는 방식 또한 쉽지가 않아 해당 처리를 전문업체에게 위탁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처리비용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FRP 폐어선은 지금껏 연안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무단 투기·방치돼 왔고 지방자치단체 등은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폐어선을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FRP 폐어선으로 인한 미세플라스틱 등의 해양환경오염 문제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마이크로비즈라고도 불리는 미세플라스틱은 5mm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으로 이는 미세플라스틱 제품으로 생산과정 또는 플라스틱이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부서지며 생성된다. FRP 폐어선이 해양환경에 노출될 경우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산물을 섭취할 때나 해안가의 여가 활동에 있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속에 축적된다. 더욱이 미세플라스틱은 바닷물 속의 중금속과 (독성)첨가제 같은 오염물질과 합쳐져 해상에서 부유하게 돼 장기간 노출 시 인체에 치명적인 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 
 

감가상각을 감안할 경우 FRP 신조어선은 25년이 경과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경제적 가치는 ‘0’이 된다. 즉 경제적 가치의 관점에서 FRP 신조어선은 25년이 지나게 되면 폐어선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가치의 관점에서 폐어선에 도달하게 된 선령 26년 이상의 어선 척수를 집계해 보면 2017년 3454척에서 2019년 4827척으로 매년 증가세를 유지해 오고 있고 있다. 이러한 증가세가 계속된다면 2045년까지 누적될 것으로 예상되는 FRP 폐어선의 처리비용(인양·해체 비용만 해당)은 약 20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업 진흥을 위해 과거 정부의 FRP 어선 보급·확대 정책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 어선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FRP 어선은 폐선 처리 시 환경문제와 결부돼 현장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정부·지자체, 해경 등 관련 기관들은 이러한 폐어선의 무단방치·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제단속실시와 처리예산 확보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FRP 폐어선 처리에 관한 주요 문제점은 선주 등 어업인이 부담해야 할 고가의 처리비용에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경정책에 있어 오염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FRP 폐어선의 처리비용은 어업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볼 수 있고 이를 기피하기 위해 해당 어선을 무단 방치·폐기한 어업인은 법률에 의해 처벌을 받아야 함이 당연하다. 그러나 고가의 처리비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책의 방향이 FRP 폐어선을 무단 방치·폐기한 어업인의 단속·처벌 강화에만 집중돼서는 안된다. 고가의 처리비용을 낮춰 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우선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FRP 폐어선의 처리기술과 대체 선질 개발, 처리 전문업체·인력 육성과 지원, 해당 어선의 전처리 인프라 조성, 민간 참여 재활용 체계 구축 등을 포함한 방안 마련을 통해 고가의 처리비용을 낮춰 어업인의 적극적으로 FRP 폐어선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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