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바다의 모든 수산자원은 고갈되지 않는 무한한 자원입니다. 인류가 무엇을 하든 전 세계 바다에 물고기의 수는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영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토마스 헨리 헉슬리는 1883년 런던에서 열린 세계수산박람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세계는 그의 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발간한 세계 어업·양식업 동향 보고서에서 세계 수산자원의 35.4%가 생물학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헉슬리의 주장이 완벽하게 틀린 것으로 증명된 올해, 우리나라에는 또다른 헉슬리가 나타났다. 물론 그가 헉슬리처럼 위대한 학자라는 것은 아니다. 그는 노가리 남획이 명태자원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괴담에 불과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멸치는 아무리 잡아도 고갈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해양수산부가 어업인을 파렴치범이나 잠재적 범죄자로 만든다고도 지적한다.

헉슬리에게 찬사를 보낸 어업인들처럼 일부 국내 어업인들도 그에게 찬사를 보낸다. 자원이 줄어든 것은 기후변화나 생태계 파괴 등의 결과이며 남획이 원인이 아니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연근해어업 생산량 100만톤이 무너졌을 당시의 반성은 오간 데 없다.

남획이 수산자원 감소의 원인이 아닐까?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검토해서 작성하는 FAO보고서에서는 남획(Overfished)으로 표기된 자원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미래를 위한 세계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14에서는 어획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와 남획, 불법·비보고·비규제어업과 파괴적 어업관행 근절 등을 명시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 집단이 국내의 한 교수보다 바다를 모르기에 세계의 약속에 그런 내용을 넣었던 것일까?

사실 수산자원의 감소를 누구보다 직접 느끼는 것은 교수가 아니라 어업인일 것이다. 어업인들은 수산자원의 남획이나 감소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하고 싶어한다. 정부의 수산자원관리정책이 점차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산자원관리의 필요성을 부정하면서 낚시인과 해루질을 하는 국민들이 무분별한 남획을 한다고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해수부와 어업인들이 수산자원 감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회초리를 들고 나서게 될 것이다. 수산자원의 주인인 국민들의 분노는 수산업계에는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21세기의 헉슬리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주장하는 대로 어업규제를 내팽개쳐도 수산자원이 감소하지 않는다고 확신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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