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한국인을 움직이는 ‘밥심’…“바쁘더라도 밥은 꼭! 먹고 다니세요”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나중에 밥 한번 먹자.”, “아프더라도 밥은 꼭 챙겨 먹어.” 등은 고마울 때나 인사를 건낼 때 혹은 아플 때 일상생활에서 흔히 전하는 말이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처럼 어느새 우리의 하루 일과는 쌀(밥)로 시작해 쌀(밥)로 끝나곤 한다.

농업인의 피와 땀이 담긴 국민의 주식으로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온 쌀. 과거에 비해서는 밥상용으로 먹는 양은 줄었다지만 여전히 영양만점의 가장 소중한 먹거리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우리 쌀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한자어 쌀 ‘미(米)’자가 ‘八(8), 十(10), 八(8)’이란 숫자로 풀이되는 점에 착안해 ‘쌀 한 톨을 생산하기 위해선 여든여덟 번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아 2015년 8월 18일을 쌀의 날로 제정한 지 올해로 8년째를 맞았다.

쌀의 날을 맞아 쌀의 기원과 함께 쌀밥 소비를 늘려야만 하는 쌀의 영양학적 가치에 대해 살펴봤다.

# 쌀 중심의 식문화로 이어져 온 한민족

식(食)문화는 오랜 기간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건강유지와 장수를 위해 쌓은 사상과 관습에 따라 만들어진다. 이에 국가마다 고유의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한반도라는 지역적 특성과 식량자급의 가능성, 가공조리의 간편성, 맛과 기호 등에 관한 오랜 경험과 연구 끝에 만들어진 독특한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에 식문화는 ‘민족의 역사이고 과학’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쌀은 우리나라 기후에서 비교적 용이하게 생산돼 식생활의 근원이 돼 왔으며 한식문화를 이루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나라는 쌀을 먹게 됐을까.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충북 청원군 소로리 구석기 유적지에서 약 1만3000~1만5000년 전의 야생 벼와 재배 벼의 중간인 볍씨가 발견된 바 있고 1991년 발굴된 가와지볍씨(재배볍씨)는 신석기 시대인 573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점을 보면 신석기 시대부터 직접 재배해 쌀을 먹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영양만점인 쌀밥, ‘국민의 건강지킴이’ 역할 톡톡

오랜 기간 쌀 즉 밥 중심의 식사가 이어져 온 데는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밥은 쌀에 물만 넣어 짓기 때문에 방부제 등 식품첨가물에 대한 걱정이 없다. 또 식단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고 식염 섭취량이나 열량·영양소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 식성에 따라 다양한 식단 구성이 가능하다. 열량의 과잉 섭취를 막아 비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밥의 전분은 체내에서 서서히 소화·흡수될 뿐만 아니라 밥과 반찬을 번갈아 먹게 돼 혈당 상승이 느리고 포만감을 느끼게 해 결과적으로 식사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이밖에 맛과 색깔, 냄새 등이 강하지 않아 어떤 음식과도 쉽게 맛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도 쌀이 가진 장점이다.

국민들이 쌀(밥) 소비를 늘려야 하는 이유로 밥 한공기에 담긴 영양소도 빼놓을 수 없다.

농촌진흥청 식품성분분석표에 따르면 쌀 90g으로 짓는 밥 한공기(210g)가 가진 영양소는 에너지의 근원인 열량이 313kcal, 활동 에너지원인 당질은 69.1g, 근육·피·세포 구성을 돕는 단백질은 5.9g, 당질대사와 신경계에 필요한 비타민B1는 0.09mg, 단백질 대사에 필요한 비타민B2는 0.03mg, 골격과 치아형성에 도움을 주는 칼슘은 12.6mg, 빈혈예방과 혈액구성에 필요한 철은 1.2mg, 동맥경화를 방지하는 마그네슘은 10.5mg, 피부재생에 도움을 주는 아연은 0.9mg, 에너지원인 지질은 0.4g, 변비나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는 식이성 섬유소는 0.45g 등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성장 발육촉진과 두뇌발달,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필수 아미노산과 고혈압, 숙취해소 등에 도움이 되는 가바(GABA), 지방간·동맥경화 예방과 치료효과가 있는 항산화성분(오리자놀 등), 빈혈·골다공증 예방효과가 있는 미네랄 성분, 알츠하이머(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PEP 저해물질 등 여러 기능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 쌀에 대한 잘못한 인식 바꿔야

이런 쌀(밥)이 수년 전부터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가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등 출처도 불분명한 이야기들이 돌면서 마치 ‘쌀밥은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쌀밥이 기피 대상이 됐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면서 쌀밥이 비만을 유도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밥 중심의 식사는 지방 섭취가 적고 식이섬유소,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으며 단백질이 적당히 조화를 이룬 형태”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쌀(밥) 소비가 줄면서 아침을 거르고 하루 두 끼만 먹는 식습관은 저녁에 과식으로 이어지기 쉽고 우리 몸이 오랫동안 공복기간을 체험하면서 기초대사량을 낮추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쪽으로 대사가 진행돼 비만이 되기 쉽다는 게 의학자들의 견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열량과 지방이 과다한 간편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 등을 많이 섭취할 경우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을 높여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강재헌 전문의가 호주의 시드니 거주 주민 70여 명을 대상으로 한식과 서양식의 체중, 질병관리 효과에 대해 임상실험을 한 결과 한식이 양식에 비해 체지방률 감소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농진청이 미국농무부 산하 농업연구청(USDA-ARS) 벨츠빌 인체영양연구센터와 까발레로 존스홉킨스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진행한 ‘한식 섭취가 인체 건강상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에서도 쌀을 중심으로 한 한식 섭취가 생활습관병의 주요 위험인자인 콜레스테롤과 혈당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 천년간 이어온 쌀을 주식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고루 섭취하는 한식(韓食)만의 균형 잡힌 식사가 우리 민족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쌀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고 케이-푸드(K-Food)의 핵심”이라며 “최근 우리 사회에서의 쌀이 가진 의미가 약화되고 식생활에서 우위를 차지했던 주식으로서의 위치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쌀이 경제·자원 측면에서 힘을 가지려면 쌀이 갖는 건강적인 우수성을 바탕으로 식습관이나 식생활, 문화를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쌀의 날 기념 온·오프라인 행사 풍성, 쌀의 소중함 알리기에 나서

이처럼 쌀이 주는 공익적 가치와 소중함이 재조명돼 국민들이 쌀(밥)에 대한 관심과 소비를 늘리고 농업인도 보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정된 날이 8월 18일 ‘쌀의 날’이다.

이에 쌀의 날을 기념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온·오프라인 행사가 마련돼 있어 주목된다.

농협은 지난 17~18일 양일간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농협 쌀 홍보관’을 운영하며 쌀의 날 기념식과 함께 쌀품종, 쌀가공식품, 쌀가루 전시와 키오스크를 통한 품종 찾기 체험 행사를 마련하고 매장에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쌀 나눔 행사도 가졌다.

 

※ [쌀(밥)에 대한 오해와 진실]

쌀의 탄수화물은 복합당으로 이뤄져 중요한 에너지로 쓰이기 때문에 우리 몸에 꼭 필요하다.
쌀의 탄수화물은 복합당으로 이뤄져 중요한 에너지로 쓰이기 때문에 우리 몸에 꼭 필요하다.

​​​​​​​<오해1> 흰 쌀밥은 몸에 좋지 않다?

백미는 도정 과정을 거친 쌀로, 하얗고 찰진 맛이 강하다. 물론 덜 정미한 현미와 배아 부분을 남기고 쌀겨만 제거한 배아미가 백미에 비해 영양분이 더 풍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백미의 영양분 역시 어떠한 곡류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우수하다. 따라서 흰 쌀밥이 몸에 안 좋다는 말은 잘못된 정보다.

<오해2> 키가 크려면 밥보다 고기를 먹어야 한다?

소화 작용은 음식을 분해하고 체내에 흡수하는 것 외에도 인체가 필요로 하는 모든 영양소를 조립, 합성하는 것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일부에서 우리 몸이 단백질로 구성됐다는 사실을 내세워 기성 단백질인 육류의 섭취를 권장하지만 쌀을 통한 복합 탄수화물 섭취를 통해서도 단백질 등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를 소화과정에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오해3> 쌀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은 다이어트를 방해한다?

쌀의 탄수화물은 단순당이 아닌 복합당으로 이뤄져 있다. 이에 체내에서 천천히 소화 흡수되며 중요한 에너지로 쓰이기 때문에 우리 몸에 꼭 필요하다. 쌀과 같은 좋은 탄수화물이 없으면 오히려 기초 대사량이 감소해 결과적으로 살이 더 잘 찌기 쉬운 체질로 변한다.

<오해4> 쌀은 비만을 유발한다?

쌀은 식사 후 혈당치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고 콜레스테롤을 흡착해 배출하기 때문에 포만감을 빨리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식사량을 줄일 수 있고 비만까지 예방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수축산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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