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해어업생산량 90만톤 붕괴 우려도…수산자원관리정책 공감대 회복 나서야

 

연근해어업생산량이 90만 톤 대에서 고착화된 가운데 정부의 수산자원관리정책에 대한 어업인의 공감대가 약해지고 있다.

특히 한 대학교수가 수산자원 감소의 원인에 대해 남획의 결과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 어업인들의 규제 회피 심리와 맞물리며 수산자원관리정책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수산자원 감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수산업계의 전문가들로부터 수산자원관리정책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연근해어업 생산량, 90만 톤대에서 고착화

국내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2016년에 이후로 90만 톤대에서 고착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1970년 72만4365톤이었으나 어업기술의 발달 등이 맞물리면서 1986년 172만5820톤까지 증가했다. 이후 UN해양법 발효와 한·중·일 어업협정 체결에 따른 어장 축소와 수산자원 감소가 맞물리며 2012년부터는 100만 톤대가 이어졌다. 2016년에는 44년만에 1000만 톤이 무너진 90만7580톤을 기록했고 2018년에 101만1536톤으로 일시적으로 회복됐다가 2019년 91만1852톤, 2020년 93만3880톤, 지난해 94만1069톤을 기록했다.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등락을 반복하며 감소하다가 고착화되는 경향을 보이기에 향후에는 90만 톤마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수산자원감소, 지역 수산업 기반 무너뜨려

수산자원 감소가 가져오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역의 수산업 기반을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특히 수산자원 감소에 따른 수산업 기반 붕괴는 연안어촌의 주력산업을 붕괴시켜 어촌의 소멸 위기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실제로 강원도 지역에서는 명태의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황태덕장이 대부분 폐업, 지역의 산업이 붕괴한 바 있다. 또한 말쥐치 어획량이 급감하자 경남 사천시 일대를 중심으로 한 쥐포 공장이 모두 폐업해 지역의 관련 산업이 절멸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수산업 여건의 쇠퇴는 어촌주민들이 꼽은 인구소멸의 원인이기도 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한국사회조사센터에 의뢰해 2018년 6월 어촌주민 3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구소멸 위험지역의 어촌주민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 본인이 거주하는 어촌지역의 인구소멸 원인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 전체의 51.8%가 ‘지속적으로 쇠퇴하는 수산업 여건’을 꼽았다. 어업인 2명 중 한 명 이상이 수산업 쇠퇴를 어촌소멸의 원인이라고 꼽은 것이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연안어촌의 지역경제를 유지하는 근간이 수산업에 있는데 수산자원이 감소할 경우 수산업의 기반이 무너지면서 어촌의 소멸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킬 공산이 크다”며 “수산업은 우리 국토의 끝에서 영토수호와 환경보호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수산자원 감소에 따른 수산업 기반 붕괴는 이같은 공익적 기능을 취약하게 만들어 국가적 차원에서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 남획·중국어선·기후변화·생태계 파괴의 복합적 원인

수산자원분야의 전문가들은 어업인의 남획과 중국어선의 불법어업, 기후변화, 생태계·서식지 파괴의 원인들이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수산자원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각각의 요소가 어느 정도의 비율로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모든 요소가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 수산자원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차형기 국립수산과학원 자원환경식품부장은 “절대적인 수산자원량은 780만 톤에서 최근에는 300만 톤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는 어업인의 남획과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기후변화, 어류의 산란·서식장 파괴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것으로 어느 하나의 원인에 의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영일 수과원 연근해자원과 연구관도 “단위어획노력당어획량(CPUE)이 감소하면서 어류의 성숙이 빨라지는 것은 대표적인 남획의 징후인데 이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현장의 어업인들도 경험으로 과거에 비해 바다에 고기가 없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수산자원 감소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이중 기후변화 문제나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문제는 우리나라의 정책적 노력만으로 개선할 수 없다”며 “수산자원은 공유재로 국가에 관리의무가 있는 만큼 수산자원을 회복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인 수단을 강구해야한다”고 말했다.

# 약해지는 공감대

최근 수산자원관리정책이 직면한 문제는 어업현장에서 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연근해어업생산량이 100만 톤이 무너진 사건은 수산업계에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업기술 고도화 이후 처음 받아든 처참한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시 수산업계에서는 수산자원의 감소를 인정하고 어업인 단체에서도 수산자원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제기했다. 수산자원 감소로 어업 기반이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였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90만 톤대의 어획량을 기록하면서 100만 톤 이하의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닌 게 됐다. 이로 인해 어업인들 사이에서도 규제 회피 심리가 커져가는 가운데 최근 한 대학교수가 남획에 따른 수산자원의 감소를 부정하는 주장을 이어가는 일이 맞물려 가면서 수산자원관리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약해지고 있다. 실제로 어업현장에 조사를 나가면 해당 교수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정부의 규제에 반발하는 어업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수산자원분야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류정곤 한국수산회 수산정책연구소장은 “어업인 스스로가 수산자원의 감소를 직접 체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산자원이 감소하지 않았다는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정책에 반발하는 것은 남획에 대한 책임과 규제로부터 벗어나려는 심리가 발현된 것”이라며 “어업인들이 자원이 남획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다 수산자원관리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산자원관리제도 운영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을 침소봉대해서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해수부, 수산자원관리정책에 대한 공감대 회복해야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해수부가 수산자원관리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회복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수산자원감소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다. 따라서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수부가 수산자원관리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회복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간하는 ‘세계 어업·양식업 동향’ 보고서에서도 남획된 수산자원의 비중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도 수산자원의 남획을 막기위해 수산보조금 협상을 타결시켰으며 포괄적·점진적경제동반자협정(CPTPP),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서도 남획에 기여하는 보조금을 금지하는 내용이 반영됐다. 이는 전세계의 수산자원 감소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은희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수산물의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세계의 수산자원이 고갈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수산자원관리를 한층 강화하라는 목소리인 것”이라며 “수산자원은 어업인의 자산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부터, 미래세대로부터 빌려 쓰는 것인 만큼 수산자원 감소 문제에 대한 어업인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삼 연구위원은 “연근해어업 생산량 100만 톤이 무너지며 남획에 대한 경각심과 자원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됐지만 일각에서 수산자원 감소의 원인이 남획이 아니라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자원관리정책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며 “수산자원 감소는 수산업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수산자원관리정책에 어업인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수부도 수산자원관리의 중요성과 관련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홍보하고 어업인의 인식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과학적 수산자원관리가 가능하도록 수산자원 조사평가체계를 고도화하고 총허용어획량(TAC)제도 등을 통해 수산자원을 잘 관리하고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주는 등 어업인 등이 자원관리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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