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공법인 70개소까지 확대…연합사업 규모·조직화 자립경영 도모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지난 19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열린 ‘산지유통 밸류체인 고도화를 위한 산지유통 조직·시설·인력 혁신사례 공유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앞줄 오른쪽 네 번째부터 채성훈 농협중앙회 경제연구소 박사, 이천일 농협경제지주 품목지원본부장,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 하석건 한서아그리코 대표
지난 19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열린 ‘산지유통 밸류체인 고도화를 위한 산지유통 조직·시설·인력 혁신사례 공유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앞줄 오른쪽 네 번째부터 채성훈 농협중앙회 경제연구소 박사, 이천일 농협경제지주 품목지원본부장,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 하석건 한서아그리코 대표

농협의 연합사업조직 개편으로 산지유통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연합사업단을 조합공동사업법인이나 도단위 통합 조직으로 개편해 연합마케팅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산지 가치사슬을 고도화함으로써 산지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산지유통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연합사업조직 개편을 들여다봤다.

# 조공법인 중심 산지조직 재편

농협은 시·군연합사업단 등 연합사업조직을 조공법인으로 전환하거나 도단위 조직으로 통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참여농협과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농식품 유통변화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연합사업 전문인력 육성과 사업의 연속적 추진으로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산지 유통체계가 갖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생산자조직과 참여농협, 연합조직간 계열화 체계 구축은 이러한 연합사업조직 개편의 핵심으로 꼽히며 농가소득을 견인하는 동시에 지역농정의 파트너로서의 농협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연합사업 추진의 선도모델로 꼽히는 임실조공법인의 경우 지난해 기준 사업실적이 2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50억 원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연합사업에 참여하는 농가의 복숭아 수취가격은 kg당 6096원으로 미참여 농가 대비 566원이나 높았다.

농협은 이러한 임실조공법인의 성공에 대해 △조공법인의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직접운영을 통한 판매역량 강화 △복숭아 신품 개발을 통한 생산구조 개선 △농업인 의사결정 참여 확대와 법인의 직접 농가조직 관리 △취급품목 확대를 통한 연중 출하체계 강화 등을 주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 전문성·지속가능성 강화

농협이 이처럼 연합사업조직을 개편하게 된 배경에는 시·군 연합사업단 체제의 한계에 대한 반성과 연합마케팅 활성화를 통한 산지유통 가치사슬 구축이 있다.

그동안 시·군단위 연합사업조직이 형식적으로 운영되며 참여농협의 출하비율이 33%에 불과하는 등 유기적인 협력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또한 시·군 연합사업단의 평균 근무인력은 정규직 기준 1.3명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잦은 인사이동 등으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원물·오프라인 위주의 관행적 운영으로 새로운 소비 트랜드 등 유통변화에 대응하기에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 연합사업 조직체계 개편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농협은 2020년부터 시·군 연합사업단을 단계적으로 조공법인으로 전환하거나 도단위 광역연합사업단으로 확대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형 농협체인본부’ 구축을 목표로 산지의 조직과 시설, 인력을 활용해 농자재 구매부터 농산물 가공, 도·소매까지 전후방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산지유통의 대변화를 이끌 20개 사업모델을 정립, 지역별 혁신사례 발굴과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산지유통 컨설팅을 통한 신사업모델 발굴과 사업다각화를 이끌어내 원예조공법인을 지역을 대표하는 농산물 마케팅조직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2024년까지 조공법인 70개소로 확대

농협의 연합사업조직 개편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의 연합사업조직은 지난해 말 기준 도광역 연합사업단 9개소, 시·군 연합사업단 36개소, 원예조공법인 52개소 등 97개소가 운영 중인데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함양 연합사업단과 공주 연합사업단이 조공법인 전환을 완료했으며 강진 연합사업단이 도단위로 통합됐다. 또한 하동·창녕 연합사업단이 조공법인 전환을 의결했고 옥천 연합사업단도 도단위로 통합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 예산·화순·밀양 연합사업단이 조공법인 전환을, 양주·진도·장흥·영덕·합천 연합사업단이 도단위 통합을 추진 중이다.

참여농협 원예농산물 취급액이 300억 원 이상인 연합사업단의 경우 올해 8개소, 내년에 5개소, 2024년에 5개소를 각각 조공법인으로 전환해 2024년까지 현재 52개소인 조공법인을 70개소까지 확대해 연합사업의 규모화와 조직화를 통해 자립경영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러한 농협 산지유통 혁신의 근간은 기초생산자조직과 참여조직(농협), 연합조직(조공법인)의 유기적인 연계이기 때문에 농협은 산지유통 혁신조직 육성은 물론 산지와 도매를 잇는 가치사슬의 연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연합사업의 성패는 결국 마케팅 역량 강화를 통해 농가와 참여농협에 얼마나 보탬이 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지 온라인 마케팅 거점조직 육성, 산지어시스턴트 현장지원 강화, 온라인사업 선도조직 운영모델 지원, 특화상품 개발 등 산지에 대한 종합적인 컨설팅과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농협은 지난 19일에도 전국 산지유통 관리자, 지자체 관계자, 외부 전문가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산지유통 밸류체인 고도화를 위한 산지유통 조직·시설·인력 혁신사례 공유포럼’을 개최해 한국형 농협체인본부 구축을 지원할 선도조직 8개를 선정하고 사업추진 노하우와 벤치마킹 사례 등을 공유했다.

이날 이천일 농협경제지주 품목지원본부장은 “농산물 산지유통 관계자가 폭넓게 참여한 이번 포럼을 통해 산지유통의 양적·질적 성장을 확신할 수 있었다”며 “현장의 혁신사례를 확산시켜 산지유통의 기반을 강화하고 농협형 체인본부 구축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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