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스마트팜 눈길 …이색 농장 '입소문' 체험객들로 문전성시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어릴 때부터 손으로 무엇이든 만드는 것을 좋아해 3D 전문업에 종사했던 청년이 불과 3년 만에 폐축사를 유리온실로 리모델링하고 획기적인 농법을 선보이며 농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도상규 농업회사법인 ㈜도넛팜 대표는 3D 모델링 인테리어업에 종사하다가 ‘회전식 수경재배기계’ 개발에 참여하면서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꽉 막힌 도시에서의 삶에 회의감을 느낀 후 산과 물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꿨다. 
 

부산에서 살았던 도 대표는 1년 반 동안 전국 각지를 다니며 적합한 부지를 찾다가 강원도 고성에서 축산업을 하던 지인을 찾았다. 당시 축산업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지인은 그에게 축사를 개보수한 후 사업화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이에 도 대표는 2019년 8월 귀농 정책자금 3억 원을 지원받아 폐축사와 주택을 구입하고 2020년 폐축사를 체험형 유리온실로 리모델링 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렸음에도 체험형 유리온실을 연지 불과 1년 만인 지난해 도넛팜을 다녀간 체험객은 7000여 명에 달한다. 올해는 8000명 이상의 체험객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2만9700㎡(9000평)의 부지에 관광농원에서 스마트팜을 구축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농업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도 대표를 만났다.

 

# 신선한 채소를 즉석에서 섭취 가능 ‘도넛팜’

 

도넛팜은 유리온실에서 수경재배기계를 통해 엽채류, 양채류 등을 재배한다. 
도넛팜은 유리온실에서 수경재배기계를 통해 엽채류, 양채류 등을 재배한다. 

그는 귀농 전 전국을 누비며 체험장과 6차산업 인증을 받은 농장을 찾았다. 체험장과 농장을 본 후 좀 더 이색적인 농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사업계획을 세웠다.        
 

“도넛팜이라는 농장명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국산 농산물로 도넛을 만드는 업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도넛팜이라는 이름은 유리온실에서 재배되는 엽채류와 양채류, 새싹삼 등이 도넛 모양의 회전식 수경재배기계에서 재배되고, 즉석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도넛처럼 기계에서 재배한 신선한 채소를 즉석에서 섭취할 수 있다는 의미 때문입니다.”
 

농장명에 담긴 의미를 몰랐기 때문에 혹시 유리온실 외관이 도넛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방문한 도넛팜은 비교적 작은 528㎡(160평) 규모의 유리온실이었다.
 

유리온실 내부는 엽채류와 양채류가 재배되는 회전식 수경재배기계와 LED 등 공기 순환을 위한 여러 장치, 체험 공간, 다육식물 재배 공간 등이 있다. LED등이 비추고 물이 자동으로 떨어지는 회전식 수경재배기계에서는 다양한 엽채류와 양채류가 재배된다. 내부 공기 순환과 재배되는 채소의 일정 수분을 유지하기 위해 선풍기를 비롯한 장치들도 설치돼 있다. 
 

대형마트나 스마트팜 시설 등에서 다단식이나 일반적인 틀에서 수경재배를 하는 점과는 사뭇 다르다. 도넛팜은 100% 예약재로 운영되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농장 정보를 확인한 후 가능한 날짜를 문의해야 한다.  
 

“체험객들이나 소문을 듣고 방문한 도시민들이 회전식 수경재배기계에 관심을 갖고 판매여부를 묻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판매 계획은 없습니다. 도넛팜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죠. 많은 분들이 농업에서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채소가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셨으면 합니다.”

 

# 철저한 사전 준비로 급성장

 

“도넛팜의 가장 큰 장점은 농작물을 실내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연중 생산과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다육식물·2차 가공품 생산·다육식물 체험 등이 가능하며 유리온실과 육묘장 등의 견학도 할 수 있습니다. 매년 체험객과 신선한 채소를 섭취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지난해 매출액은 1억3000여만 원을 달성했습니다. 올해 5억 원 이상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0년 문을 연 도넛팜이 불과 2년 만에 급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기 때문이다. 

 

“농장을 가꾸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농업경영을 위한 준비와 그에 대한 계획 수립·실천입니다. 일례로 체험이라고 하면 이색적인 아이템과 아이디어는 필수죠. 남들이 재배하지 않는 특수품목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도 대표는 귀농·귀촌 스마트팜 상담을 위해 많은 도시민들이 농장을 찾는데 귀농·귀촌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막연하게 퇴직 후의 삶을 위해 스마트팜을 생각하거나 청년들이 정부 지원 등을 통해 쉽게 농촌에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상담을 한다는 것이다.
 

“귀농도 경영, 회계, 생산, 가공, 판매, 체험 등 사전에 준비하고 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귀농·귀촌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계획을 수립해서 뛰어들어야 실패를 줄일 수 있습니다. 타지에서 귀농한 사람들이 역귀농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사전 준비를 철저히하고 지역의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등에 관련 지원사업과 지역 특색 등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죠.”
 

그 또한 고성에 정착하기 전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해 영농 희망 의사를 밝히고 사업계획 등을 설명하며 관련 지원 등을 꼼꼼히 살폈다. 회전식 수경재배기계를 통한 재배에 자부심을 갖고 처음부터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사업계획을 통해 영농을 시작한 것이다.

 

# 전국에서 손꼽히는 관광농원 구축 목표

 

“528㎡ 규모의 온실에서 스마트팜과 체험장을 겸하고 있는데 체험객에 비해 공간이 너무 협소합니다. 이에 새로 농지를 매입했고 관광농원을 구축하기 위한 준비 중입니다. 관광농원 에는 다양한 농산물 스마트팜, 체험장, 야영장 등을 만들 계획입니다.”
  이는 농업에 희망을 갖고 있는 청년들과 함께 더 큰 꿈을 이루고 고성을 새로운 농업현장의 메카로 만들기 위함이다.
 

“연고가 없는 지역에 처음 정착했을 때 많이 힘들었습니다. 농업기술센터와 고성군 4-H 연합회에서 도움을 줬지만 쉽지 않았죠. 이에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는 청년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관광농원은 농작물을 단순히 재배하는 공간이 아닌 딸기, 배추, 무 등 다양한 농작물의 적합한 생육 환경에 대해 실험하고 신품종, 고품질 농산물만을 재배·수확하는 특별한 장소가 될 것입니다. 물론 이 같은 특별한 곳을 더 많은 도시민들이 체험하고 알 수 있도록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소개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2년 안에 관광농원을 구축하고 미래의 목표를 하나씩 이루겠다는 그가 우리나라 농업·농촌을 위한 전도사가 되길 바란다.

 

# [멘토인터뷰] 안동훈 고성군농업기술센터 인력육성팀장

 

“도상규 대표와의 인연은 2019년 2월에 시작됐습니다. 처음 농업기술센터에 방문해 영농정착을 희망하고 고성군에 대한 정보를 물었죠. 본인의 영농계획을 설명하며 도넛 모양의 스마트팜 기기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얘기한 게 인상 깊었습니다. 그만큼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사업계획으로 영농을 시작한 성실한 청년이죠.”
 

안동훈 고성군농업기술센터 인력육성팀장은 도 대표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매년 10명 이상의 예비 청년농업인이 영농정착 상담을 하고 있는데 그와 비슷한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농업을 이어 받는 승계농, 다양한 계획을 통해 농업현장에 새롭게 뛰어드는 창업농 등 최근 들어 많은 청년농업인들이 고성을 터전으로 잡고 있습니다. 영농생활에 적응하고 빠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뿐만 아니라 정보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청년농업인들이 잘 정착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멘토로서의 역할에 매진하겠습니다. 어려워하지 말고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농업기술센터를 찾아주길 바랍니다.”
 

도 대표의 경우만 봐도 귀농 정책자금 지원, 청년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청년 4-H회원 기초영농 정착지원사업, 청년농업인 경영·진단 분석 컨설팅 등이 진행됐다. 특히 청년농업인 경영·진단 분석 컨설팅은 영농현황 파악·경영진단, 추후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  등을 위한 컨설팅 지도로 청년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고성군의 농업 종사 연령은 거의 70대입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령농들이 청년농업인들에게 땅을 빌려주면 이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우리나라 농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정책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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