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GSP사업 공감대 통해
장기적 관점 정책·지원책 마련 시급

새로운 품종 시장에 내기까지
7~8년 걸리는 인내심 필요한 산업임에도 불구
타 산업들과 단순 성과 비교

국민 먹거리 책임지는 산업인만큼
단기 성과 저조해도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는 인식 대전환 필요

전문 인력 충분히 확보하고 싶어도
정부가 이에 대한 중요성 인지 못해
전문인력 개발 프로그램 마련 등 유인책 마련해야

'디지털육종기반 혁신기술개발사업' 추진
업계 이해와 협조·공감대 형성 과정 선행돼야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국내 종자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과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종료된 골든시드프로젝트(GSP, Golden Seed Project)를 통해 종자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짚어본다.

 

# 종자 후발주자 한국, 해결 과제 산적

고부가가치 종자는 금값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해서 골든시드(Golden Seed)라 불린다. 식량안보 등의 중요성이 커지며 세계 각국이 종자주권 강화를 위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도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세계 종자 시장의 규모는 2019년 기준 554억 달러로 향후 연 평균 7.6%씩 성장해 2025년에는 8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우리나라 종자산업의 현실과 성장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세계 종자 시장의 규모는 2018년 기준 417억 달러로 연 평균 3.9%씩 성장하고 있는데 이 중 한국 시장 규모는 55000만 달러로 전 세계 거래량의 1%를 겨우 넘긴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우리나라도 글로벌 종자강국 실현과 종자산업 성장기반 구축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GSP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국내 종자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미미하며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 ‘종자산업=인내의 산업’...장기적 관점 접근 필요

업계에서 GSP사업을 바라보는 가장 아쉬운 시선은 종자산업의 사이클과 특징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 내부에선 GSP사업을 통해 경쟁력 있는 품종들이 개발되고 수출 여건을 다지는 등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선이 다수다. 하지만 단순한 수치로 사업 성과를 판단하다 보니 타 산업에 비해 저조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GSP 수출액 사업 목표 달성률이 40%대에 그쳤다는 지적이 이어졌는데, 이러한 이유들이 연장선상의 후속 GSP사업 추진에 부담과 장애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종자야말로 새로운 품종을 시장에 내기까지 7~8년이 걸리는 인내심이 필요한 산업인데도 타 산업들과의 단순 비교로 성과를 운운하는데 실망감이 크다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산업인만큼 단기 성과가 조금 저조해도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후속 GSP사업을 주장하는 이유는 세계 종자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종자산업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육종에서 생산, 가공, 판매까지 아우르는 전략적 지원과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GSP사업 지원을 받아 도출된 연구개발의 성과들이 수출까지 잘 이어질 수 있어야 GSP사업 본래의 목표 달성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시장에서 자본, 영업력 등 모든 부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국내 업체들이 수출의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장기적 안목으로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는 호소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 형식적 공존보다 선택집중필요한 때

도태돼야 할 업체들마저 GSP사업으로 연명했다’, ‘영세한 기업들마저 다 끌고가려다 이도저도 안됐다’. GSP사업이 선택과 집중에 실패했다는 지적들이다. 세계 시장에서의 국내 종자산업의 경쟁력이 낮은 상황에서 수출·수입대체 전략형 종자를 개발하겠다던 GSP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이에 걸맞는 업체들을 선정해 집중 투자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영세한 규모의 종자업체들의 비중이 크다. 2020년 종자업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전체 1625개 종자업체 중 종자 판매액이 5억 원 미만인 소규모 업체는 1452개로 8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자 판매액이 40억 원 이상인 대규모 종자업체는 29개로 1.8%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GSP사업이 영세한 업체들까지 지원 대상으로 확대하며 오히려 종자시장을 교란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자연도태돼야 할 업체들마저 지원금을 운영 경비 등으로 오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마저 있었다는 게 업계 내부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원금의 적절한 사용 여부를 점검하는 시스템도 미비해 눈 먼 돈이라 불렸다는 우스갯 소리마저 나온다.

최근 다양한 이슈의 중심에 있는 영세 종자업체들의 난립 문제도 GSP사업이 일부 촉발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국립종자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종자기업 등록업체는 GSP사업 직전 해인 2011932개였지만 매년 꾸준히 늘어 2018년에는 2466개로 7년 사이 2.6배 이상 늘었다. 종자업체들의 종자 판매액도 20155008억 원에서 20206505억 원으로 늘고는 있지만 업체 증가세가 훨씬 더욱 가파른 현상은 영세한 업체들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종자산업의 방향성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다양한 종자 분야의 연구개발(R&D) 지원의 철저한 검증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 업체 육종 확대·전문인력 확보 유인책 마련해야

국내 종자 수출 규모는 2018년 기준 5200만 달러인데 반해 수입 규모는 12700만 달러로 수입이 수출보다 2.4배 많은 상황이다. 국내 종자산업의 영세성과 기술 격차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해석도 있지만 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이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종자 육종 분야는 큰 재정적 투입이 전제돼야 함에도 결과 도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인내의 산업이다. 이에 정부도 업체들에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육종 여부와 관계없는 일률적 지원들이 확대되면서 굳이 육종에 뛰어들 이유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기준 국내 1625개 종자업체 중 육종 실적이 있는 업체는 299개로 전체의 18.4%에 그쳤다. 지원에 차등을 두지 않아 육종보다 종자를 해외로부터 수입·판매해 얻는 이득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18.4%도 의미없는 수치가 될 것이란 암담한 전망도 따른다.

관련 전문인력의 육성 전략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문인력의 확보 문제는 현재 업체들이 겪는 중대한 애로사항 중 하나로 꼽힌다. 관련 전공을 한 젊은 인력들마저도 종자산업에 대해 직업적 만족도와 매력을 낮다고 느끼고 다른 분야로 이탈하는 등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업계 종사자는 업계에선 장학금을 줘서라도 전문 인력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싶어하지만 정부가 이에 대한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마냥 뒷짐을 지고 있는 것 아니냐타 산업처럼 전문인력 개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종자업계에도 훌륭한 인력들이 자원할 수 있도록 바탕을 다지는데 노력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후속 GSP사업 방향성 공감대 형성 과정 있어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은 현재 GSP사업의 후속 사업 성격의 디지털육종기반 종자산업 혁신기술개발사업의 추진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사업 효과 검증 지표의 부족, 구체적 계획의 불명확함 등의 이유로 2020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바 있다.

디지털 육종기반 마련을 위한 기술개발사업과 관련해선 반드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공존한다. 시기상조 의견의 배경에는 유전자원에 저조한 관심도와 중요성 인식도가 깔려 있다. 종자업체 중 32.4%가 시설현대화 지원을, 39.2%가 운영자금 융자를 원했지만 디지털 육종을 위한 유전자원의 수집과 제공 등을 희망하는 업체는 1%에 불과했다. 워낙 영세한 규모의 업체가 많다 보니 아직은 낙후된 시설을 정비하는 등 즉각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지원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애먼 유전체 연구 업체들 배만 불리는 사업이란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어떻게든 디지털부문으로 경로를 틀었다는 비난 등도 쏟아지고 있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반드시 업계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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