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사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박현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사
박현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사

기후변화로 인한 벼 병해충 피해가 바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전북 벼 재배면적의 약 43%에서 이삭도열병 등 병해충이 발생해 자연재해로 인정될 정도로 큰 피해를 줬다. 이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고 전북지역 벼 재배면적의 64%를 차지하는 신동진벼에 피해가 집중됐다.

신동진은 1999년 개발 당시에는 기존 품종들보다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품종으로 분류되던 품종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넓은 면적에서 재배되다 보니 병해충 발생에 대한 우려가 점진적으로 제기돼 왔고 지난해에 대규모 피해로 이어지게 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병원균의 발생과 병해충 발생에 적합한 환경조건이 지속돼 저항성이 급격히 붕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벼의 주요 병해충은 도열병, 벼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 벼멸구를 들 수 있다. 1970년대 통일형 벼와 지난해 신동진에서 발생한 도열병, 2000년 초반 새로운 벼흰잎마름병균의 발생, 2000년 중반 줄무늬잎마름병의 북상, 서남부 해안가를 중심으로 중국에서 비래하는 벼멸구의 격발 등 피해가 지속돼 왔다. 최근에는 이들 주요 병해충 이외에도 땅의 지력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깨씨무늬병, 고온에서 발생이 증가하는 세균벼알마름병, 저온성 해충인 먹노린재 등 새로운 병해충에 의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벼 병해충에 대한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응 방법은 저항성 품종을 개발하고 이를 재배하는 것이다. 인간이 면역력을 갖고 있듯이 벼가 보유하고 있는 저항성으로 병해충을 견뎌내게 하는 것이다. 저항성 품종의 개발은 병해충에 강한 저항성 자원을 탐색하고 저항성 유전자를 육종적 방법을 통해 재배품종으로 도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나라는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벼 병해충 저항성 육종사업을 수행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저항성 품종을 개발·보급하며 병해충 피해 예방에 앞장서 왔다. 신동진의 병 피해 방지를 위해 15년간의 육종적 노력 끝에 2020년 개발된 참동진을 예로 들 수 있다. 참동진은 신동진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야생벼에서 유래한 저항성 유전자 Xa21을 도입해 벼흰잎마름병과 이삭도열병에 강해진 품종이다. 선제적인 병해충 피해 대응을 위해 전북도와 국립종자원이 함께 참동진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야생벼와 같은 저항성 자원에서 새로운 저항성 유전자를 탐색하고 DNA 분자표지를 활용해 우리나라 재배품종에 효율적으로 도입하는 저항성 육종사업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또 디지털 육종기술을 활용해 우수한 재배품종에 하나의 저항성 유전자가 아닌 여러 개의 저항성 유전자를 집적함으로써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벼 병해충 피해의 강도와 방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자연현상인 병해충 발생을 인위적으로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사전에 준비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농진청은 우수하고 다양한 저항성 품종을 개발하고 지자체와 관계기관과 협업을 통해 현장에 신속하게 보급할 방침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 우리에게 익숙한 사자성어다. 미리 준비가 돼 있다면 후에 근심이 없다는 뜻이다. 하나의 품종이 개발돼 농가에 보급되기까지는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기후변화로 인한 벼 병해충 피해를 막기 위한 대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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